건설인력시장에 전문걸설기술인은 남아돌고 있으나 임시취업형식의 자격증 대여는 여전하다.
건설업계의 자격증 대여는 가장 뿌리깊은 분야다. 지난해 일반 건설사를 신규 설립한 K씨도 업계의 면밀한 지침(?)에 따라 기술 자격요건을 갖춘 기술 인력을 만들어 면허를 손에 쥐었다.
지난 99년 개정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건설기술자의 인정 범위를 학력·경력자로 확대해준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굳이 기술 자격 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시험 자격자가 아니더라도 관련 학과를 공부한 학력자 또는 경력자들도 기술자로 인정해 줘 이를 활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건설기술자의 기술등급 및 인정범위’다.
그러나 K씨는 이 덕을 톡톡히 봤다. 농·공고 토목과 및 건축과를 나온 친구 및 선 후배를 찾아 나섰다. 물론 음식점 등 자영업을 하는 자들로 범위를 한정했다. 이들의 학력을 기반으로 건설공사 업무 일정 경력만 있으면 건설업 면허 취득을 위해 요구되는 기술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경력은 부도난 건설사를 적절히 활용했다.
K씨는 “친구들도 손해 볼일 없는 일이기 때문에 큰 거리낌없이 응해 주더라”며 “기술자를 정식으로 뽑아 급여를 주며 면허를 내는 신규 건설사는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A건설 대표 김모씨(41)는 “한 건도 수주를 못했는데 건설 기술자들을 데려다 놓았다면 앉아서 죽는 일이다. 면허 및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면허만을 대여 받아 건설면허를 유지하는데 이용하고 일거리가 있으면 그때 가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개정된 건설산업 기본법에 기술인력 확보를 강화했지만 이 같은 면허대여나 기술자격 만들기만 성행시킬 뿐이다.”는 설명이다.

경력임원 모시기로 재현
이와 같이 건설기술자격증은 이제 급조해 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면허대여나 학력·경력을 변조하여 만들어내는 기술자 확보가 모든 행정 업무의 전산화로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법을 교묘히 이용한 탈법적 면허 대여 및 활용은 사라지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고급 기술인력에 대한 면허 대여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기술사 자격증은 억대에 대여 거래됨으로써 자격증 취득은 곧 부의 획득이었다. 요즘은 경력 임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재현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건설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일정수의 건설기술자(토목 5명, 건축 4명, 토건 10명)에다 건설관련 회사에 7년 이상 이사 근무 경력을 가진 경력 임원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력임원에는 군의 공병병과 또는 시설병과에서 10년이상 근무한 대위 계급 이상인자와 행정기관의 건설관련 분야 10년 이상 근무자로 사무관이상인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지난 99년 이후 지난해까지 건설법 완화이후 신규 건설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때 경력임원의 절대 부족 사태를 빚어 대상자들의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고 자격 ‘대여’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졸 전문건설인력은 남아돌고
건설기능인력은 부족 ‘대란’ 예고
반면에 건설인력 시장에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전문건설인력이 남아도는 가운데 건설 기능 인력은 부족에 따른 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대개 12월부터 1, 2월 거치는 겨울동안 건설 노동인력은 거의 휴직상태에 들어 임금도 하락하는 현상을 보여오던데 비해 올 들어서는 겨울철임에도 건설 기능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임금도 하락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건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3월 이후에는 건설 기능인력의 부족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건설 기능인력 구하기는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되어 대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전문건설인력은 갈 곳이 없는 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전문건설인력의 잉여인원은 4∼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건설관련 대학 졸업생은 매년 2000명이상 증가하고 있으나 취업률은 20%에 머물고 있어 건설업계의 전문건설인력의 취업난은 장기화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건설인력의 공급 과잉이 오히려 건설사들의 단기 취업 또는 면허 대여를 용이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 건설인력의 고정 충원보다는 그때 그때 임시채용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인 기술 신용평가시대…건설기술인 경력관리 인터넷 사이트에서
건설기술자들도 정량적으로 평가받고 경력이 관리되는 시대가 되었다. J&P 스탠더드는 최근 건설 기술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http://www.jnpstandard.com)상에서 건설관련 종사자 경력관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로 영국의 무디스, 미국의 S&P사가 있듯이 기술인들을 위한 기술신용평가 인증사인 셈이다.
그 기술자가 그 동안 어느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어떻게 얼마나 수행했는지를 정량적으로 분간할 수 있도록 하며, 최종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기술자 관리 및 인증을 통해 불신의 건설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목표에서다.
건설 기술인의 경력관리는 그동안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축사협회 등 건교부 산하 단체나 기관들이 맡아 왔다.
J&P 스탠더드측은 개인 능력을 1∼3단계로 나눠 각각 개인신상정보, 기술능력, 기술자 신인도 등을 평가한다. 이렇게 평가한 자료는 발주처, 건설업체 등에 전달하고 기술자 본인이 원하면 온라인상에서 경력인증서도 발급해준다고 한다.
/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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