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보다 무대에 설때 더 설레입니다 ” 서원대 홍재범교수, 연출맡고 주인공 ‘헬마’역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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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보다 무대에 설때 더 설레입니다 ” 서원대 홍재범교수, 연출맡고 주인공 ‘헬마’역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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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입력 200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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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극장, 헨릭 입센 사후 100주년 기념공연 ‘인형의 집’무대에 올려
“편지를 넣는 장면이요, 좀더 리얼하게 가야죠. 그리고 노라에게 사실을 폭로하는 부분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지금 잘하고 있는데 조금 더 서브텍스트를 찾아보세요.” 오후 8시. 소극장 너름새에서는 차분한 존댓말로 조근조근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청년극장의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연출을 맡은 서원대 영상미디어학과 홍재범 교수다.
공연이 얼마남지 않아 요즘 연습은 밤 11시를 훌쩍 넘어 끝난다. 홍재범 교수는 연출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노라의 남편 ‘헬머’역도 맡았다. 이날 연습은 ‘노라’역을 맡은 이미영씨와 크로구스타역 조재평씨의 신경전부터 시작됐다. 크로구스타가 노라의 비밀을 담은 편지를 남편인 헬머에게 붙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장면이다. ‘인형의 집’에는 이들외에 ‘린데’역의 김지현씨, ‘랑크’역에 홍준표씨가 출연한다.
홍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 85학번으로 대학교때부터 희곡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만해도 희곡 전공 교수가 없어서 혼자 공부를 했고, 또 이론만 공부하다보니 현장에서 ‘실전경험’을 쌓고 싶어져 94년 처음 연극을 시작했다고 한다. “극발전연구회라는 배우모임에서 첫 경험을 쌓게 됐어요. 당시 운이 좋은 건지 나쁜건지 남자배우가 다 일이 생기는 바람에 첫주연을 맡게됐죠. 너무 떨려서 발꿈치를 땅에 디디지도 못하고 30분동안 무대에 서 있었어요. 대사도 웅얼웅얼 거렸지만, 그때의 희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연극의 ‘단맛’을 본 그는 그후 기회만 있으면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교수는 동대학원에서 ‘한국 대중비극과 근대성의 체험’으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34살에 ‘미추연극학교’에 들어간다. 이후 국립극단 연수단원으로도 1년동안 활동했다. “스무살 어린 후배들과 연기를 함께 했죠. 연극판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졌지만, 사실주의 연기의 정점을 배울수 있었던 시기였죠.”
이렇게 이론과 실전경험을 두루섭렵한 홍교수는 2003년 서원대 미디어창작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그후 과이름은 몇 번 바뀌었고, 내년에는 드디어 연극영화과로 신입생을 뽑는다고 한다. ‘달마야 서울가자’의 육상효 감독도 같은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이들의 결합이 서원대 연극영화과의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수와 배우사이. 그는 “교수로 받는 스트레스를 연극하면서 다 날려보낸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