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박완진 전 군수, 10명에 900만원 살포혐의
병원입원 검찰 소환못해, 재판정엔 정작 돈 준 피의자는 없어

지난 13일 오전 10시 청주지법 영동지원 법정은 방청객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전례없는 방청객들은 이날 재판에 쏠린 지역의 관심도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영동군내 전·현직 면장 10명이 피고석에 선채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한 재판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돈을 분배해 준 박모씨(전 심천면장)는 인신구속돤 상태로 재판정에 나타났다.

피고들은 대체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시인했고 곧장 검찰구형이 내려졌다. 박모씨는 징역 2년, 박씨로부터 100만원씩 현금을 전달받은 9명의 면장은 각각 벌금 300만원에 추징금 100만원이 구형됐다.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방청객들은 검찰 구형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씨에게 900만원을 제공한 박완진 전 군수의 처조카 심모씨(여)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는 금품제공의 진원지로 알려진 박완진씨 부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법 위반(금품살포) 사건에서 정작 금품제공자도 없는 가운데 검찰 구형을 진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금품의 중간 제공책(심씨), 분배책(박씨), 최종 수수자(9명 면장)라는 조연급 피고만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금품살포의 진원지로 꼽힌 박완진씨 부부는 재판이 진행될 시점에 영동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서울대병원에 입원,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지난 8일께 퇴원했다는 것.

이에대해 수사책임자인 청주지검 영동지청 박수종검사는 20일 오전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심씨로부터 박완진 전 군수 부인에게 900만원을 받아 박모 면장에게 전달해 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자신은 심부름꾼 역할만 했다고 진술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진 않았다. 박완진씨 부부의 경우 수사착수 시점에 이미 건강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중인 상태라서 소환조사가 여의치 않았다. 병원 확인 결과 정확한 병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신장질환으로 개복수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저히 소환할 상태가 아니고 부인도 간병을 하고 있어 퇴원시점을 기다려왔다. 퇴원후 2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마쳤고 일부 시인을 받아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검사는 소환조사를 앞둔 박 전 군수의 입원을 ‘오비이락’으로 비유하고 ‘환자상태로 보아 수사진행이 불가능했고, 이러한 판단은 어떠한 지시없이 담당검사 개인차원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의 최초 제공자로 지목된 사람이 박 전 군수의 부인인데, 간병을 이유로 소환을 지연시킨 것은 지나친 배려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달자의 진술은 그랬지만 부인보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수사혐의점이 강한 상황아닌가?”고 반문했다.

취재진은 지난 19일 오전 박완진 전 군수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박군수가 직접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는 명료했다. 하지만 사건내용에 대해 질문하자 말끝을 흐리며 서둘러 통화를 중단했다.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서 정신이 없다. 누가 어떻게 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검찰에서 아직 소환통보를 받지 않았다. 양해해 달라.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박 전 군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재판전 소환조사 주장과 차이가 있었다.

한편 박 전 군수는 지난 6월에 단체장선거 기간 중에도 선거운동원의 금품살포 혐의가 드러나 수사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동 매곡면 선거운동원인 이모씨(52)가 동네 주민 2명에게 각 10만원씩, 20만원의 현금을 제공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 검찰은 운동원 이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조직책 1명을 추가 입건해 선거법위반 혐의로 두 사람을 구속시켰다.

이씨는 자민련 군수후보인 박완진 전 군수의 지지를 호소하며 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선거운동 자금이 전달된 최초 경로를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대해 박수종검사는 “물론 불법 선거자금의 뿌리를 캐기위해 집중수사했지만, 조직책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심증은 갔지만 더 이상의 진술을 이끌어내지 못해 내심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군수의 장남은 현재 청주지법 영장실질심사 담당인 박우종판사로 알려졌다. 박판사는 최근 청주지검의 서원학원 공사비리와 관련한 3차례의 영장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서원대 김정기총장의 경우 입시를 앞둔 대학의 업무공백과 대외 이미지등을 고려해 ‘구속결정은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판사의 부모인 박 전 군수 부부가 관내 검찰의 비중있는 수사 대상자라는 점에서 영장실질심사의 적절성 여부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의 서원대 수사를 ‘표적수사’로 규정하고 향후 ‘충청리뷰 지키기 도민대책위원회’를 ‘청주지검 보복·표적수사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로 확대개편해 검찰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에 대응하기로 했다.
/ 특별취재반

청주지검, 리뷰 광고주·주주 수사재개
이사직 사퇴·주주 지분 직원에 무상양도하기도

청주지검이 지난 12일 서원대 김정기총장을 구속한 직후부터 충청리뷰 광고주와 주주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청주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A사 대표이사 등 3명의 임원을 서너차례씩 소환해 리뷰에 광고·협찬한 경위에 대해 집중수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청주지검은 지난 10월 A사 대표이사가 수원교도소 수감중인 상태에서 직원을 수원까지 파견해 리뷰 광고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때 A사 대표이사는 리뷰에 실린 자사 관련 보도기사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고경위에 별다른 불법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리뷰 광고주 수사에 대한 보복수사 논란이 벌어지자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지난 2000년부터 2년동안 리뷰에 4차례에 걸쳐 400만원대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청주지검은 ‘충청리뷰 지키기 도민대책위’와 리뷰가 민형사상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광고주 수사를 재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광고주 수사는 청주지검 윤갑근 검사가 직접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일께부터 리뷰 주주를 상대로 출자경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전화를 통해 출자경위와 주주명부 등재여부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이같은 조사가 장기간 계속되자 일부 주주들은 자신의 지분 전체를 직원들에게 양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주 B씨는 “왜 출자했느냐고 한사코 묻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리뷰의 제작정신이 맘에 들어서 출자했다고 할 수도 없고, 수익이 예상돼서 했다고 할 수도 없고…. 나름대로 뜻과 소신을 갖고 한 일인데, 이렇게 시달리다 보니 사업하는 입장에서 견딜 수가 없다. 내 지분을 직원 몫으로 모두 돌려놔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 가운데 1명은 이미 자신의 지분 18%를 직원들에게 무상양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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