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눈물과 김민석의 “거봐!”

11월15일 밤 국회 귀빈회관 별실 1호.
10시30분에 협상장으로 들어간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는 자정을 넘겨서까지도 문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몰려든 취재진 120여 명(사진기자 30여 명)은 별실 2, 3호를 터서 급조한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초조하게 별실1호의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중 조간신문 기자들은 기사마감 이전에 송고를 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초조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회담 결과를 놓고 관측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뭔가 중요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시간이 지연되는 것 같다”는 추측도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좋은 뉴스거리가 있다면 (조간신문 기사에) 반영하기 위해 먼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회의론을 폈다.
16일 0시45분. 후보간의 회담이 끝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회담장 문 앞 경쟁이 치열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같은 취재 열기가 놀라운 듯 “지난 88년 5공 청문회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0시47분, 드디어 130분간의 협상을 마친 두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고, 양당 대변인에 의해 ‘국민여론조사로 단일화’가 알려졌다.
순간 발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환희의 도가니’였다.
양당 참석자들의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손을 맞잡았다. 김희선 민주당 의원과 김행 국민통합21 대변인은 눈물을 흘렸다. 민주당에서 국민통합21로 옮겨간 김민석 전 의원은 민주당의 이호웅, 김희선 의원을 부둥켜안고 “거봐,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했잖아!”라고 말했다.
정 후보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 저의 마음을 비우겠다”면서 “금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지난 6월에 느꼈던 월드컵 대회의 기쁨과 감동에 두 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노 후보는 “좋은 말은 자기가 다하고…”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노 후보는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우리 두 사람을 아껴주신 국민여러분들의 성원의 결과”라며 “이미 우리의 운명은 우리 손을 떠나서 국민들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앞으로 후보등록일까지 약 열흘간 전국민 여론조사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건곤일척의 싸움을 나타낸 발언이다.
16일 새벽 자축의 포장마차. 김원기 민주당 의원은 “내가 정치를 한 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오늘 정말 감격스럽고 기쁘고 고마운 날”이라며 “양김 시대도 못한 일을 두 분이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 국민통합21 협상대표단장은 “이렇게 마음을 비운 정치인이 일찍이 없었다”고 추켜세웠다.
안주는 닭발.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소주잔을 들고 서로 팔을 낀 채 러브샷을 했다. 8개 합의안을 공동으로 발표한 이낙연, 김행 양당 대변인도 러브샷을 했다.
‘환희의 러브샷’이 오가는 순간 주위에서는 이런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거 정말 백만불 짜리인데.” “끝났어, 끝났어!"

이병한/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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