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청색’, 정몽준 ‘황색’ 신호등
변수는 여론조사·TV토론·역선택…

보나마나한 대선이 볼 만한 대선으로 급변했다. 지난 11월16일 새벽 노무현-정몽준 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대선은 1강2중 구도에서 급격히 이회창 대 반이회창 구도로 변했다.

단일화 타결 직후 몇몇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여전히 이회창 후보가 단일후보를 누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누구로 후보가 결정되든 두 사람은 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상태이고 탈락한 사람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상태이다. 때문에 단일후보가 실질적으로 결정되면 시너지효과에 의한 단일후보의 경쟁력은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단일화 선호도에서 앞서

단일화 합의는, 두 후보의 주장처럼 밀약이 없었다하더라도, 적어도 권력분점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이심전심으로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과정에서 ‘당연히’ 선거의 최대협력자인 선거대책위원장과 상의를 거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화는 ‘사실상의 권력분점’에 대한 합의이고 때문에 두 진영에 의한 공동선거운동은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후보가 50대로 70살을 바라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훨씬 젊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논쟁을 불러일으킬 경우 적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게임의 룰은 정해졌다.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는 이제 후보등록일 전까지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룬다. 불과 일주일 후면 결정되겠지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누가 단일후보가 될까’이다.
18일 현재 상황은 노 후보 ‘청색’, 정 후보 ‘황색’이다. 후보단일화 대타협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는 노 후보 지지도가 상승 추세이고, 정 후보 지지도가 하락 추세임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실시한 <문화방송> <조선> <중앙> <한국>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몇 달 만에 정 후보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고, ‘단일화 선호도’에서도 앞섰다.
이제까지 줄곧 오차범위 내이지만 3위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기막힌 타이밍이다. 특히 실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회창 지지자를 제외한 노-정 선호도 조사)대로 조사한 <조선>-갤럽 조사에서도 노 후보는 43.6% 대 33.7%로 정 후보를 약 10% 차이로 눌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후보단일화 대타협 효과가 정 후보보다는 노 후보에게 몰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자진 귀국도 정 후보에게는 악재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정몽준 후보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온 이 전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개인 병역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전 회장의 1인극으로 마무리됐던 이 사건에 대해 지난달 15일 이씨는 “정몽준 후보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몽준이를 잘 봐달라’고 해서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정을 찾아가는 민주당 내부 상황은 노 후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18일 오전 민주당 중앙선대위 전체회의에서는 노 후보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한화갑 대표는 “역사발전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 용단에 대해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제 앞으로 모든 당원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질책하는 모든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그들을 당내로 끌어들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섭 상임고문은 노-정 대타협에 대해 “그 광경이 아름답기까지 했다”면서 “그 동안 많은 고민 끝에 우리당을 떠나 완충지대에 서서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애쓰시던 분들은 이제 후보단일화가 되면 모두 옛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탈당설이 나돌던 박상천, 정규환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단일화 합의 적극 환영’ 의사를 밝혔으며, 이미 탈당했던 후단협 의원들도 18일 지지 의사를 정리했다.

26일 이전 발표 언론사 여론조사 변수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노풍(盧風)’, ‘정풍(鄭風)’ 등 이번 대선은 예년과 달리 지지도의 변화가 심하다는 점과, 장기간 동안 노 후보와 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시소게임을 벌였다는 점 등은 누구도 일주일 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단일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무엇일까.
우선 일주일 사이에 쏟아져 나올 각종 여론조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상 언론사의 여론조사 공표는 후보등록일 직전인 26일까지 가능하다. 이번 단일후보 선정 방식은 투표가 아닌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직전에 쏟아져 나올 여론조사 결과는 사실상 참고자료가 아니라 결정자료다. 18일자에 일제히 보도된 각종 여론조사에 불리하게 나온 국민통합21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TV토론이다. 노 후보는 TV토론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이지만 정 후보도 단일화 합의 이후 주말과 휴일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TV토론 준비에 매진하는 등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자 TV토론은 지금까지와 달리 높은 시청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실상 본격적인 미디어선거의 시발점이 될 확률이 크다.
세 번째는 한나라당의 역선택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좀 복잡하다. 과연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이 의도성을 가지고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고를 가능성이 있는지도 명확치 않을 뿐 아니라, 과연 ‘누가 상대적으로 쉬운 후보냐’는 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후보단일화 합의 이후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은 더 결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회창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발상은 실제로는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변수는 단일화 합의가 완전히 깨질 가능성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공분을 일으켜 ‘같이 죽는’, 민주당과 국민통합21로서는 최악이자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여론조사 방법 유출을 둘러싼 18일 양당의 갈등은 이런 예측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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