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1개월 남짓 남겨 놓고 선거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TV화면에도, 신문지면에도 선거기사가 넘쳐 나고 가정과 직장, 음식점을 가릴 것 없이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온통 인물평으로 꽃을 피웁니다. 여, 야당이 경선(競選)을 통해 제 각기 공천 후보자를 확정해 가고 있으니 이제 5월에 들어서면 선거전은 본격적으로 뜨거워 질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좋긴 좋습니다. 자격조건만 되면 누구든 출마를 할 수 있어 좋고 당선이 되면 일약 신분이 상승해 지도층 반열(班列)에 오르게 되니 좋습니다. 평소 뜻을 품고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한 게 선거인 것입니다.

선거란 ‘끗발’만 잘 들면 한몫잡는 노름판의 원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기에 너도나도 이 당, 저당 좋은 당에 줄을 서 여름밤의 부나비처럼 팔을 걷고 달려드는 것일 터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바로 지방자치인 만큼 후보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한다고 해서 탓 할 일은 아니겠습니다.

그런 대로 이번 선거는 전과는 달리 분위기가 많이 차분해졌습니다. 과거 같으면 관광버스가 동이 나고 식당들이 먹자판으로 법석댔겠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으니 우리의 선거문화도 조금이나마 성숙해 진 게 분명합니다.

물론 선거법이 강화되어 자칫하면 ‘큰 코’를 다치게 된 게 선거 분위기를 바꾼 배경일 것입니다. 누군들 10만원을 받고 500만원을 게워내겠으며 누가 100만원을 받고 5000만원을 물어내고 처벌을 받겠습니까.

하지만 이것은 겉모습일 뿐이요, 보이지 않는 뒤에서는 아직도 탈법이 횡행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날 ‘차 떼기’ 악몽이 국민들의 뇌리에 선명한데 여전히 공천을 대가로 ‘사과상자’를 주고받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거액의 돈을 챙기며 ‘공천장사’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 뿐입니까. ‘5당 3락’은 또 뭐랍니까. 5억을 주면 공천을 받고, 3억을 주면 낙천 된다는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얘기가 버젓이 나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유럽 나라들에서 선거는 한마당 ‘축제’입니다. 공명선거니, 부정선거니 하는 말 자체를 들어 볼 수 없는 것이 선진국의 선거문화입니다. 그들은 선거를 축제화 함으로써 나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축제는커녕 선관위가, 사법당국이 눈을 부릅뜨고 입후보자들을 감시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지난 날 이 나라의 선거는 축제는커녕 '야바위꾼들의 잔치'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유당정권의 악명 높은 부정선거, 공화당, 유신정권의 공무원을 동원한 관권선거는 민주주의를 50년 정체시킨 오점이었습니다. 오늘 선거 풍토가 여전히 깨끗하지 못 한 것은 그러한 역사의 더러운 찌꺼기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민의 의식입니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있지 않고 민주주의는 발전하지 못합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민주시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깨어 있을 때 선거는 비로소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더디기는 하겠지만 이 땅에도 반드시 그런 ‘축제의 날’이 오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아쉬우나마 이번 선거가 그런 날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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