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정치시대 개막과 연예인의 주가 상승… 정치세 따라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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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정치시대 개막과 연예인의 주가 상승… 정치세 따라 부익부 빈익빈
  • 충청리뷰
  • 승인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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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정치행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대략 92년부터다. 92년 대선 때부터 TV광고·연설 등이 처음으로 도입되는 등 ‘TV정치시대’가 열리면서 각 정당에서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97년 대선에서는 TV합동토론회가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대규모 장외집회나 유세는 점차 대중적 영향력을 잃어갔다. 당시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선거문화가 ‘장외’에서 ‘안방’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
이와 함께 선거 때마다 연예인들의 주가도 상승했으며 일부 연예인들은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특정후보 지지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발적인 선거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특정정당 모임에 참석하거나 특정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경우 알게 모르게 탄압을 받았다. 영화배우 김지미씨는 1970년대 김대중(DJ) 후보 지지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92년, 연예인들 자발적 후보지지·
선거운동 활발

92년 대선 때는 민자당-민주당-국민당의 연예인 동원경쟁이 치열했다. 각 당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경쟁적으로 동원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를 ‘기부행위’라고 규정하고 단속할 기미를 보이자 각 당에서는 아예 연예인들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김영삼(YS) 후보가 속한 민자당의 연예인팀은 이벤트 기획사 ‘서공’ 대표인 공정훈씨가 92년 5월 출범시킨 ‘큰나래회’가 주축이 되었다. 큰나래회에는 탤런트·가수·국악인·성우·개그맨 등 120여 명의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당시 YS의 열성지지자로는 탤런트 이덕화·박규채씨와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부른 4인조 혼성그룹 ‘코리아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덕화씨는 YS의 큰딸인 김혜영씨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 이씨는 당시 “과거 연예인들은 후보자나 정당의 필요에 의해서 불려 다니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는 각자 좋아하는 후보를 당당히 지지하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만큼 국내정치와 연예인간의 분위기가 향상된 것 같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규채씨는 92년 12월 15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YS를 “믿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 치켜세우며 “13대 대선 때는 신변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YS) 지지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4인조 혼성그룹인 코리아나는 ‘그대여’라는 YS 로고송을 직접 작사·작곡해 유세장 등에서 부르며 YS 지지를 호소했다. 이 외에도 가수 현철·주현미·최성수·김지애·김완선·김수희·심신씨, 개그맨 심형래·김형곤·김한국씨, 코미디언 심철호·남보원·송해씨, 탤런트 길용우·하희라·박규채·선우용녀·이정길씨, 영화배우 장미희씨 등도 YS를 지지·지원했다.
김대중 후보가 속한 민주당의 경우 드러내놓고 DJ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민자당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소신파’ 연예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은 “유세장에 연예인을 동원하는 것은 정치의 자기비하”라며 연예인 동원에 열을 올리던 민자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탤런트 정한용·오지명씨와 개그맨 엄용수씨 등은 ‘DJ 열성지지자’로 꼽혔다. 정한용씨는 TV연설원으로 활약했다. DJ는 오지명씨가 출연했던 KBS 드라마 ‘형’을 한 회도 놓치지 않고 시청했을 정도로 열성팬이어서 오씨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87년 대선 때부터 DJ 지원활동을 해온 엄용수씨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에게 ‘엄대중’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
이밖에도 탤런트 김을동·김인문·이성웅씨, 영화감독 이장호·정지영씨, 야구해설가 김동엽씨, 연극인 손숙·김금지씨(조순형 의원 부인), 개그맨 김정식씨(이경재 의원 사위) 등도 DJ 지지대열에 섰다. 김동엽씨는 민주당 후원회의 부회장을 맡았다. 가수 변진섭·이동원·전인권·권인하·신형원씨 등은 민주당 지지그룹으로 분류됐다.
정주영 후보가 속한 국민당의 경우는 연예인 출신 의원들(이주일·최불암)을 찬조연사로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정주일(본명 이주일) 의원은 당시 “김영삼 후보가 툭하면 마산에 내려가 아버지에게 이른다”며 YS의 정치스타일을 비꼬아댔다. 그는 강부자씨와 함께 TV연설원으로도 출연해 정주영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특히 강부자씨는 국민당에 참여하면서 13년간 진행해온 ‘안녕하세요 황인용 강부잡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만둬야 했다. 탤런트 박병호·장학수, 가수 김국환·조영남, 방송작가 김수현씨 등도 열성적인 지지파로 꼽혔다. 군소후보였던 이종찬 새한당 후보와 박찬종 신정당 후보는 각각 가수 이선희씨(당시 서울시의원)와 탤런트 강만희씨가 열성적으로 지원활동을 폈다.
92년에는 특정후보 지지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예인들의 TV프로그램 출연문제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당시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에서는 “일부 연예인들이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유세장에 등장해 특정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것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에 근거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행위로 정치의 저질화와 정치과정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특정정당 유세장에 동원된 연예인들과 후보 찬조연설을 하는 연예인들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은 대선기간 동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97년 대선 특명,
‘용의 눈물’을 잡아라

97년 대선 ‘특명’ 중 하나는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용의 눈물’ 출연자들을 모셔오는 것이었다. 특히 이방원역을 맡았던 유동근씨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는데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국민회의의 ‘영입경쟁’도 엄청 치열했다. 유씨의 영입작전에는 최명길씨와 김경재 의원, KBS 보도본부장 출신인 강용식·박성범 의원과 신영균 문화예술특보 등이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극중에서 유씨가 탄 말에 ‘DJ’라는 영문이니셜이 찍혀 있는 것이 카메라에 잡혀 한때 정치권이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다.
유씨는 결국 97년 12월 초 한나라당을 택했다. 다만 입당이나 TV찬조연설은 하지 않고 당의 연예인 자원봉사단원으로 활동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DJ 또한 유씨를 일산 자택에 초청해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결국 영입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게다가 ‘용의 눈물’에서 ‘무학대사 역을 맡았던 박병호씨도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
97년 한나라당의 연예인 지원그룹은 ‘한나래회’(회장 공정훈)와 ‘연예인 자원봉사단’(단장 이정길)이 주축이 됐다. 한나래회는 원래 당시 이한동 대표의 외곽지원조직으로 출발했다가 이회창 후보의 대선 지원활동에 가세하게 됐다. 92년 대선 당시 YS를 지원했던 ‘큰나래회’의 후신격에 해당한다. 주요 멤버는 탤런트 심양홍·박은수·김정수·김영철·김용근씨, 가수 현철·김흥국씨 등이다.
한나라당의 연예인 자원봉사단은 탤런트 이정길씨(단장)가 이끌었다. 그리고 탤런트 임채무씨와 개그맨 김학래씨, MC 허참씨 등이 지역별 조장을 맡았다. 여기에는 코미디언 남보원·배일집·한무·최병서·이용식·이경애·김의환·김은우, 탤런트 현석·남성훈·권은아·이상아, 가수 현미·태진아·김수희·설운도·방실이·김국환씨 등 40여 명이 참여했다.
국민회의는 지지연예인 50여명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인 지원단’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연예인 출신인 최희준·정한용·김한길 의원뿐만 아니라 탤런트 최명길, 영화배우 남궁원·최종원·김지미씨, 가수 송대관씨 등이 참여했다. 또 이봉원-박미선, 최양락-팽현숙 등 개그맨 부부들도 DJ 지지대열에 서서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탤런트 박근형·김성환·노영국·오지명·김인문·장항선·민욱·정성모·이대근·남포동·손창민·김수미·백일섭씨, 개그맨 엄용수·이성미·이상훈씨, 영화배우 오정해씨, 가수 이선희·DJ DOC·코리아나·신해철 등도 DJ 지지 연예인들로 꼽혔다.
국민신당의 경우 30∼40대 젊은 연예인들로 구성된 ‘일벌 유세단’이 주축이 됐다. 여기에서는 탤런트 길용우·서인석·김주승씨 등 ‘이인제 지지 연예인 3인방’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또 개그맨 김형곤씨는 이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자 바로 연예인 자원봉사단장을 꾸리는 등 활발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김씨는 이 후보의 부인인 김은숙 여사와 초등학교 동문. 특히 서인석씨는 올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를 적극 도와 ‘변함 없는 의리’를 과시했다.
한편 진보정당인 ‘국민승리21’에는 대중연예인보다는 진보적 성향의 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했다. 소설가 윤정모씨와 연극인 임진택씨 등 민예총 소속 예술인 30∼40명이 ‘민주와 진보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을 만들어 지원기금을 모금하는 등 지원활동을 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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