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선 후보들은 젊은층 표심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청년단체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유권자운동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에 대해서도 저울질이 한창이다. 역대 선거에서 심하게는 ‘사표’로 간주되기도 했던 젊은층의 표심이 이제는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로까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선 올해 초 정치권에 강하게 불었던 ‘노풍’은 20·30대 젊은층이 노무현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후 ‘노풍’을 대신해 ‘정풍’이 정치권을 흔들었을 때도 정치개혁을 갈망했던 20·30대들이 민주당에 실망을 느끼고 정몽준 쪽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각 후보 진영에서도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20·30대가 이번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 후보 진영에서는 20·30대를 전담하는 외각 기구를 두고 젊은표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표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은 노무현 후보 진영. 50대 이상에서 10% 내외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하고 있는 노 후보 쪽에서는 20·30대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 진영은 20·30대 표를 잡기 위해 노 후보의 개혁성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올해 초 노풍이 불었을 당시 노무현을 지지했던 20·30대 개혁 세력들이 민주당의 반개혁적인 모습에 실망하고 정몽준 쪽으로 돌아섰다는 현실인식 바탕 위에서 만들어졌다.
정몽준 쪽으로 돌아선 20·30대를 어떻게 노무현 쪽으로 끌어들이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선 노 후보가 좀 더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청년특보단 10만명 조직

노 후보의 청년표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특보단은 이런 점을 감안해 철새정치인 추방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탈당 정치인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항의성 글을 올리거나 온라인 상에서 철새정치인 추방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정치개혁에 앞장서는 노무현’의 이미지를 널리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철새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지원해줬던 사람들을 모아 후원금 반환소송도 더불어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무진들은 청년특보단 10만명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청년선거대책본부 격인 10만 청년특보단은 차후에 선거운동원의 역할을 하면서 밑바닥의 표를 긁어모으는 역할을 맡게 된다.
노 후보지지 10만 청년들을 모으기 위해 청년특보단이 주요 이용할 수단은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20·30대를 만나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유세나 길거리 연설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젊은 층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청년특보단은 10만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상에 만들어져 있는 커뮤니티와의 접촉을 늘려나가고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홍보를 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낚시 동우회나 바둑 동우회 같은 곳에 회원으로 가입해 노 후보를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 후보에 관한 정보를 핸드폰 소지자들에게 문자메세지(sms)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광고성 문자메세지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전달 방식을 놓고 고민중이다.
노 후보입장에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20대를 어떻게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느냐의 문제인데, 우선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확보해 놓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젊은 네티즌에게 정치관련 뉴스레터를 발송할 예정이다. 국회의원들이 알고 있을 만한 고급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해줌으로써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30대의 투표율을 7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노 후보 쪽의 목표다.
반면 이회창 후보 쪽은 20·30대에서의 열세를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도 이런 자신의 약점을 의식해 청년들과 만남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이회창, ‘자원봉사대, 백만표 모은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30위원회 발대식’에 참가해 청년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을 배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여대생들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지방 대학교 학생회 간부를 만나면서 토론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획들은 이 후보의 청년표 획득 전략을 짜고 있는 2030위원회에서 나왔다. 2030위원회는 한나라당의 미래연대 소속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기구로 한나라당의 보수 이미지에서 이 후보를 ‘구출’하는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2030위원회가 이회창 후보의 취약 계층이 20·30대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대선 전에 할 일들은 2030 기획단장실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다.
▲20·30대 유권자 정보 수집 ▲20·30대가 이용하는 커뮤니티 포탈사이트 공격적 홍보 ▲ 청년들 off-line 행사 참여 유도.
이 후보의 20·30대 득표율 높이기 핵심은 노 후보의 확고한 지지층을 제외한 부동층을 집중공략 한다는 것. 오동열 2030위원회 기획단장은 “청년층 가운데 386세대에 영향을 덜 받은 20대 초반과 정몽준 후보에 일시적으로 몰려든 젊은이들이 이 후보가 젊은 층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보고 이들의 표를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 쪽이 10만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쳐나간다면, 이 후보 쪽은 ‘2030 만만백 캠페인을 통해 모은 자원봉사대를 중심으로 밑바닥 표를 모을 계획이다. ‘2030 만만백 캠페인’은 1만원을 내고 가입한 자원봉사대 1만 명이 각각 100명을 모아 100만표를 모은다는 한나라당의 야심찬 계획이다.
또 2030위원회는 최근 20·30대가 많이 보는 매체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2030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춘 의원과 한나라당 386세대 대표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직접 나서 인터넷 정치사이트인 <e-윈컴>과 인터넷 대학생 언론 신문인 <UNEWS>와 인터뷰를 갖고, 이를 통해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의 이미지처럼 보수적이지 않다는 것을 홍보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2030위원회는 <오마이뉴스>에 2030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춘 의원과 청년특보단 단장인 임종석 의원과의 1대1 토론을 제안해, 지난 5일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떠오르지 않은 20·30대 표를 이 후보 쪽으로 끌어온다면 쉽게 노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2030위원회는 20·30대 표를 잡는데 전력투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 쪽은 젊은표를 얻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문화적 코드가 다른 20대를 어떻게 끌어 모을 것인가가 최대 숙제다. 87년 6월 항쟁의 경험이 있는 30대와 40대 초반에게는 ‘어느 후보가 80년대 시대정신을 올곧게 지켜나가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선택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20대에게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민주노동당 청년위원회는 20대를 전담하는 팀을 따로 구성해 20대에 맞는 선거전략을 짤 계획이다. 권영길 후보 쪽이 20대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운 전략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청년실업문제, 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대선 후보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군병력 감축과 모병제을 주장하는 권영길 후보뿐이라는 것을 홍보해 나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권 후보와 청년층의 만남을 넓혀 나가는 것이다.

권영길, 모병제 내세워 젊은 층 공략

청년위원회는 이를 위해 온라인 상에서는 권영길 후보와 20·30대가 채팅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오프라인에서는 ‘권영길과 함께 통일열차(신촌역↔도라산역) 타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만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민주노동당 홍보위원으로 자청하고 나선 변영주 영화감독, 공선옥 작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주노동당의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방법도 계획중이다.
다른 세 후보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청년표 공략을 시작했다면 정몽준 후보 쪽은 아직 청년위원회 조직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정 후보쪽의 한 실무자는 “청년위원회를 조직에 관한 계획서를 상부에 제출했으나, 아직 결정이 내려오지 않아 보류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청년위원회 위원장직을 김영백 정몽준 정책특보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도 변경돼 다른 사람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젊은층 유권자가 반갑지 않다?
한나라당, 청년단체 투표 관련 요구사항에 다소 이견

2030유권자네트워크는 지난 10월 22일 열린 출범식 자리에서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4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전자 선거인명부제 도입 ▲부재자 투표 신청 절차 간소화와 투표소 확대 ▲투표마감시간 연장(현행 : 오전 6시 ∼ 오후 6시 → 변경 오후 9시) ▲투표연령 18세 인하.
2030유권자네트워크의 이같은 요구사항이 실제 선거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2030유권자네트워크는 이같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 지 가늠해 보기 위해 대선 후보자에게 공개 질의를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주간 오마이뉴스>는 4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투표연령 18세 인하,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투표마감시간 연장에 관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체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다른 세 후보들은 입장이 유사했다.
◇ 투표연령 18세 인하 = 현행 선거법에는 만 20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계속해서 “만 18세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만 20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를 포함해 7개국밖에 없어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한 만 18세가 되면 4대 의무를 다 수행하는데 왜 유독 선거권만 제한하느냐는 비판도 존재해 왔다.
이에 대해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만 18세로 투표 연령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후보 쪽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인하했을 때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고등학생들도 투표에 참여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학교가 정치적인 이유로 휘둘릴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법상에 만 20세 이상의 사람에게만 행위능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법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 이 질문에 대해서도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회창 후보 쪽은 “대학 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그보다는 “부재자투표 신고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 투표마감 시간 연장 = 투표마감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를 하지만 각 후보들은 투표 마감 시간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내 놓았다. 권영길 후보 쪽은 “선거일이 법정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공서나 노조가 있는 대규모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 최소 오후 9시까지는 투표가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고 가능하면 밤 12시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후보는 오후 9시까지 연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몽준 후보는 오후 7시까지 연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회창 후보 쪽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선거날(대선, 지방 동시선거)은 오후 6시 그대로 하고 보궐선거나 재선거의 경우 오후 7시까지 연장을 하자”고 답변했다.

서울지역 대학생이 선정한 2002 대선 정책공약 10가지
1위 교육제정 확보를 통한 등록금 인상 억제
2위 여성들의 취업 불평등 해소와 성폭력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
3위 대학 서열화에 의한 교육 불균형 해소
4위 교수 임용·사학재단 비리 등 대학 내 부정부패 근절 위한 특별법 마련
5위 휴대폰 이용 요금, 신용카드 이자율, 생리대 가격 인하 등 경제적 부담 해소
6위 여중생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권 환원
7위 군복무 기간 단축,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8위 남북 대학생 교류 활성화
9위 한총련 소속 각 대학 학생회장 수배해재
10위 지방대 학생들에 대한 취업특별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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