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형, 날씨마저도 매서운 찬기가 진홍빛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을 짓밟고 성큼 겨울을 드리웠습니다. 檢형! 청주지검의 보복 수사에 항의하는 철야농성을 하고 난 후 18일만에 집에 들어간 지난 1일이었답니다. 새벽 3시 잠에서 깨어보니 아내가 잠을 못 이룬 채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18일만에 들어온 남편의 품에서 잠들지 못하는 아내, 그 이유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다음날 걸려온 전화는 가슴을 찢어놓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야?”로 시작된 아내의 푸념은 터진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당신만 참았으면 될 일 아냐. 철도청 사건 때는 당신까지 피해를 입었잖아? 기자로서 정의롭게 기사를 썼다고 하지만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생각해 봤어? 이제 당신의 회사 사장까지 구속되고. 불안해 못살겠어, 언제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알아. 당신만 기자야? 모두 정의롭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족도 생각하고 주변을 생각해서 참는 거라고. 이제 내일 모레면 오십이야,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야…”
檢형! 불안해서 잠 못 이루는 아내의 투정에 무엇이라 답해야 했을 까요.
저를 아끼는 지역의 한 어르신은 발바닥에 티끌 묻는 것을 염려하여 세상에 양탄자를 깔려고 하지 말고 신발을 신으라는 탈무드의 말씀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극(極) 정의는 부(不) 정의’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으로 기자로서 ‘정의’라는 명분에 함몰되어 주변을 보지 못하는 우를 경계하라는 충고를 주시는 선배님도 계십니다.
그리고 검찰의 날카로운 칼날에 또 다시 법화를 입지 않을까를 염려해주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감히 검찰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믿는 것이죠. 전 결코 검찰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쓰디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인신의 구속은 한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고 그간 쌓아온 사회적 명성을 얼마나 처절하게 짓밟는 것인가를 실감하고 있는 입장에서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함을 지적한 기사(法禍, 그 깊은 상처)를 썼을 뿐입니다.
그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무차별적인 보복 수사였고 결국 윤석위 대표와 김정기 서원대총장, 그리고 다른 3명 등 모두 5명이 구속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제 기사로 인해(저로 인해) 법화(法禍)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단순하게만 본다면 문제 발생의 단초는 ‘저’로 비쳐질 수 있고 아내의 잠 못 이루는 불안이나 주변의 걱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어제는 김정기 서원대 총장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영장 실질심사 판사앞에서 답변을 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참담할 뿐입니다. 정말 참담합니다”를 연발하며 주저앉는 최고의 지성을 지켜보는 저의 입장은 자책감 그것 뿐이었습니다.
학자로서 180억원에 달하는 거대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로 보이는 것들이 ‘죄의 올가미’에 씌워지며 인신 구속으로 연결되는 것이 그 혐의 자체만으로 가능한지 가늠해봤기 때문입니다. 분명 충청리뷰 사건(윤석위 대표)과 연관지으려는 검찰의 의도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은 제 자책감을 짓눌렀습니다.
이럴 때마다 기자짓을 그만해야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내뱉지만 그 어르신 말마따나 제 잘난 멋에 좌충우돌하는 저를 누가 선뜻 오라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정말 기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저로 인해 화를 입는 사람이 없기를 말입니다. 檢형! 무릎이라도 꿇으리까.
많은 사람들이 그 ‘법 폭력’에 떨고 있답니다. 법의 권력이 잘못 준동할 때 그것은 어느 폭력에 못지않은 무서운 폭력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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