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인세 전액 기증한 도종환 시인

 <한겨레신문>21일 오후 4~6시 서울 연세대동문회관 2층 중연회장에서 이색적인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도종환(52) 시인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다.
‘시와 노래로 베트남 평화학교 짓기’. 출판 기념 모임의 공식 명칭이다. 시집 인세 전액을 베트남의 한 마을에 초등학교를 짓는 데 보태기로 했다. 도종환 시인이 소속돼 있는 충북 민예총(회장 이철수)에서 베트남 푸옌성 마을 호아빈에 초등학교 건립 지원금 2500만원을 보내기로 약속한 것이다. 시집 인세가 여기에 보태지게 된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작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에 기증했던 작품들입니다. 시집도 기증하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지요. 다만, 기부된 인세를 어디에 써 달라고 부탁할 권한은 제게 있더군요. 제가 속한 충북 민예총의 사업이기도 하고,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우애와 감사의 표시도 겸해서 평화학교 건립에 쓰기로 한 것입니다.”

취지가 갸륵한 것 못지않게 출판기념회의 형식도 미쁘기 그지없다.

“인세를 좋은 취지에 전액 기부하겠다는 책의 출판기념회인데 별도로 돈을 들여서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습니다. 결국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기부 받는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준비했죠. 장소도 기부 받고 시 낭송(이연분)과 공연(조동언 명창, 시노래 모임 ‘나팔꽃’)도 기부 받았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음식과 술이 빠질 수 있나요? 저와 같이 시 공부 하는 충북 민예총의 회원들이 떡과 과일을 싸 오기로 했습니다. 그 밖에도 소식을 전해 들은 분들이 김밥과 잡채에다 오가피주까지 풍성하게 가져온다네요. 책을 낸 사람이 손님들을 대접해야 하는데, 자기들이 음식 싸 와서 나눠먹겠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취지에도 맞고요.”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도종환 시인이 건강이 나빠지면서 교단을 떠나 충북 보은 속리산 골짜기로 들어가 지내면서 쓴 것들이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산경> 부분)

시인은 시집 뒤에 붙인 산문에서 “지금 거덜난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은 시입니다. 그래서 그걸 드리는 것입니다”라며 “시로 인해 생긴 이윤이 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종환 시인에 앞서 지난주에 시집 <그래서 당신>(문학동네)을 낸 김용택(58) 시인 역시 인세 전액을 ‘아름다운재단’과 ‘환경재단’에 절반씩 기증하기로 해서 화제다. 김용택 시인은 “원래 아름다운재단에서 하고 있는 ‘소득 1% 기부 운동’에 참여하려 했는데 따져 보니 액수가 너무 적어서 책값의 10%인 인세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려지는 게 싫어서 책이나 보도자료에도 그런 얘기는 쓰지 않았는데, 쑥스럽네요. 기왕 알려졌으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 사람들이 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돈 많은 분들이 도와주는 것과 가난한 시인들이 돕는 건 또 다른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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