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너머 배운 실력으로 지방자치 자신
“이제는 현실정치에서 실력 발휘 하겠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 등 이른바 보좌진들의 출마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현역 보좌관만 70~80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보좌진의 대거 출마는 이번 선거부터 기초의회까지 정당공천이 실시되고 지방의회가 유급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보좌진들이 본격적인 정치입문의 전초단계로 지방의회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 입장에서 볼 때도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실무경험이 밝은 보좌진의 출마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공천경쟁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현역 보좌진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가는데 따른 다소의 ‘뒤숭숭함’을 염려할 뿐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역에 출마하는 보좌진 출신은 모두 6명 정도. 그러나 대부분이 전직 의원의 보좌진 출신들이다.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로도 지방자치는 자신있다’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김법기, 박문희, 이언구 충북도의회 출마

▲ 김법기 후보 김법기(도의회 청주3선거구·한나라)임광수 회장이 발탁, 윤경식 전 의원 보좌관 등 13년 내공.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경식(청주 흥덕)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약했던 김법기(39) 후보의 정치인생은 충북대를 졸업하던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말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자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직한 나라사랑운동본부(일명 나사본)에서 활동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민자당 흥덕지구당 위원장을 맡고있던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 밑에서 청년부장으로 일하면서 지역 정계에 발을 내딛는다. 윤경식 전 의원과의 인연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의 녹색 바람에 청주권을 모두 내주고 사고상태에 있던 신한국당 청주 흥덕지구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윤경식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김 후보는 보좌관으로 여의도에 함께 입성한다. 김 후보는 “윤 전 의원이 국회 예결위에서만 4년간 활동했기 때문에 이를 보좌하면서 예산확보의 맥을 알게 됐다”며 “도의원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해 실력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후보는 또 “충북은 농촌지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시·군의 특성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괴산의 찰옥수수나 영동의 와인공장 등을 성공사례로 꼽았다. 학창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박문희(53)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뛰어든 것은 1978년 1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당시 김현수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친구의 형이었던 김현수 전 의원의 집에 머물며 시작된 ‘식객 생활’은 결혼을 해 신접살림을 차리게 된 1986년 3월까지 계속된다. 서울에 동교동계나 상도동계가 있었다면 김현수씨의 식객으로 수동계(?) 생활을 했던 것. ▲ 박문희 후보
박문희(도의회 청원1선거구·열린우리)
김현수 ‘食客’으로 정치입문, 도의원 2전3기 “이번엔 꼭”


박 후보는 김현수씨가 1985년 12대 국회의원에 다시 당선되자 김씨가 운영하던 상포·장의사의 경영을 맡아 3년 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이때 상포사를 운영한 경험은 4년 전 분묘이장사업을 시작하는데 밑바탕이 됐다.
신민당에서 통일민주당, 평민당, 국민회의, 통합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이르기까지 지역에서 직업 정치인으로만 살아온 박 후보가 선출직에 도전한 것은 1998년과 2002년. 청원을 지역구로 도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시게 된다.

“오랫 동안 정당활동을 하면서 지방자치가 실시되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할 정도로 도의원에 대한 강한 지향을 지닌 박 후보는 “행정부의 꼭두각시 수준인 지방의회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는 또 “정동영 당의장은 친구고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도 절친한 사이”라며 “중앙인맥을 통해 지역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 424호(4월1일자)에서 언론인 출신 후보로 소개된 도의회 충주1선거구의 이언구 후보도 16대 이원성(충주)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고용길, 김응주, 최진현 기초의회 출사표

▲ 고용길후보 고용길(청주시의회 바선거구·한나라)민정당 정종택에서부터 신한국당 홍재형까지, 6·7대 재선 청주시의원 청주시의회 바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하는 고용길(51) 후보는 보좌관 출신이지만 정치신인이 아니다. 단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여의치 않자 1986년 주변 친지들의 권유로 정종택 충청대 학장이 지구당 위원장으로 있던 민정당 청주 갑지구당에서 정당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1988년 정 학장이 14대 총선에서 당선되자 고 후보는 비서관으로 일하게 된다. 고 후보는 “새벽 4시30분이면 지역구를 누비던 정 전 의원의 모습에서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배웠다”며 30대 초반이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고 후보는 1992년부터 5년간 별정 7급 공무원의 신분으로 도의회 의장 비서실장에 임명돼 한현구, 조성훈, 차주원 등 3명의 의장을 보좌한다. 지금은 양당 구도 속에서 강 건너 편에 있지만 고 후보는 한때 홍재형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1997년 당시 신한국당 청주 상당지구당의 홍재형 위원장과 만나 같은 해 10월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지명에서 탈락한 이인제씨가 창당한 국민신당에 이르기까지 고락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운명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갈라졌다. 16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하와이에 머물던 홍재형 의원이 민주당의 삼고초려로 출마를 선언했을 때 고 후보는 경쟁자였던 당시 한대수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강은 홍 의원이 건넌 셈이다. 6대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고 후보는 현재 사회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기 목표는 시의회 의장. ▲ 김응주 후보.
김응주(충주시의회 가선거구·열린우리)
백기완 선거운동본부 출발 이시종 의원 비서, 열린당 공보실장 경력


김응주(43) 후보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6살에야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딴 뒤 충주대 행정학과를 다니다 그만 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2년 12월 실시된 14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민중후보로 무소속 출마한 백기완 후보 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등 1990년대 초반 민중정당 진영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민중정당 운동은 1980년대 말 한겨레민주당, 민중당으로 이어지다가 진보정당 추진위를 결성하는 등 원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됐다. 김 후보는 이후 좌파 가운데 일종인 IS계열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2002년 6월 실시된 3기 민선 충주시장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현역 시장이던 이시종 캠프에 기획팀장으로 참여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생업으로 복귀했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 시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시종 후보 진영의 기획담당으로 일하면서 두 번째 인연을 맺는다.

김 후보는 선거 뒤 6급 비서로 이시종의원실에 남았다가 2005년 6월 공모를 통해 열린우리당 도당 공보실장을 맡았으나 시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김 후보는 “선거구가 기업도시, 지방첨단산업단지의 입지가 되는 만큼 거주환경의 문제 등을 차분하게 살펴 기존 거주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 최진현 후보.
최진현(청주시의회 라선거구·한나라)
자민련 공채 예산 실무담당자 출신, 한나라 이혜훈 의원 비서관 경력


최진현(35) 후보는 1999년 자민련 중앙당 공채 2기로 정당생활을 시작해 기획관리팀에서 예산업무를 담당하다가 2004년 17대 총선이 끝난 뒤 JP의 정계은퇴와 맞물려 자민련을 떠났다.

최 후보가 정당 사무처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취업 차원의 결정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고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을 지켜보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하니 떡잎부터 ‘정치색’이 분명했던 셈이다. 그래서 대학도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최 후보는 자민련을 나온 뒤에도 향후 진로를 고려해 행로를 결정했다. 우선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의 비서관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는 ‘국회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데, 추천이 아니라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

최 후보가 직접 현실정치에 참여하기로 하고 선택한 지역은 상당구 용암동이다. 새로 형성된 동네이기 때문에 젊은 층에 다가가기 쉽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후보는 “제대로 된 기초의회 활동은 예산·결산의 전문성 확보와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조례 제정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놀이터 등 아파트단지 내 시설의 시설비나 관리비 등을 입주자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부담하도록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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