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오 경제부 차장

   
200만원의 급여를 받는 월급쟁이가 10년간의 맞벌이 끝에 여럽게 내집을 마련했다.
비록 지어진지 10년이나 지난 24평 아파트였지만 그 부부에게는 대궐같은 집이었다. 소위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없는 평범한 서민의 그만그만한 사연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시민단체가 900만원에 분양한 아파트 원가를 400만원으로 추정해 발표했고 강서지구나 오송지구에 분양될 아파트에 대해서도 잔뜩 눈에 힘을 주고 있다. 반대로 건설사들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양이 임박한 모 아파트는 타 회사 분양시점을 예의주시하며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900만원짜리 아파트가 실제 400만원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건설사의 볼멘소리 모두 믿을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시민단체 눈치보며 분양가를 몇십만원 내린다고 해도 그것도 믿기 힘들다. 자재나 조경 등 얼마든지 입주자 모르게 원가를 낮출수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아파트 건설원가가 얼마인지 건설사 외에는 알 방법이 없다. 건축비와 토지비는 대략 공개된다 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 운영비, 각종 부대비용의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파트 분양가에만 천착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수 있다는 점이다.

지어진지 10년쯤 지난 아파트는 현재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며 구조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신규단지 보다 주변여건이 더 잘 조성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분양아파트를 고집하는 것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2억원짜리 32평 아파트를 1억원이 넘게 대출을 받아 매달 50만원의 이자를 내더라도 2~3년만 고생하면 목돈을 쥘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아파트 분양가는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900만원짜리 아파트가 실제 400만원이라고 발표했어도 시민들의 반응이 시큰둥 한 것도 신뢰성 여부와 함께 이같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사회적인 대명제가 아파트가 재테크의 수단이 되며 퇴색돼 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내 놓으며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는데에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더라도 지방에 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아파트 토지비가 얼마인지, 건축비가 얼마나 투입됐는지 철저히 조사해 거품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아파트가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는 빗나간 현실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나라가 못하는 일을 누가 하겠냐는 냉소적인 반문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서민주거안정이라 측면에서 그 노력의 일부는 시민단체의 몫이라 생각한다.
굳이 새 아파트가 아니라도 살기 좋고 편안하면 괜찮다는 주거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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