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이래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지만 그 중에서도 위대한 발명의 하나라면 화폐, 즉 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야말로 고금(古今)의 인간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긴요한 수단이 돼 왔기 때문입니다.

돈은 한마디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입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할만큼 그 능력은 가공할 정도입니다. 중국의 ‘진서(秦書)’에는 전가통신(錢可通神), “돈은 신과도 통한다”고 쓰고 있고 서양격언에는 “돈이면 신도 웃는다”고 돈의 위력을 초능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약하게도 돈은 인류사회에서 ‘신격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그러기에 일찍이 예수는 산상수훈(山上垂訓)을 통해 “두 주인을 겸하여 섬길 수는 없다…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마태복음 6:24)며 “돈은 결코 섬겨서는 안될 우상숭배”라고 경고하였습니다. 200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에도 돈에 대한 인간들의 선망(羨望)이 어떠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겠습니다.

예수의 말씀이 어떠하든 자고로 사람들은 돈을 소유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왔습니다.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돈 많은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더욱 더 돈을 갈망합니다. 돈이면 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사람들은 두 팔을 벌려 허공을 향해 “돈! 돈! 돈!”을 외치고 세상은 온통 황금빛 배금주의로 휩싸여 있습니다.

물론 돈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돈 자체는 악(惡)일 수 없습니다. 문제는 돈에 대한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떳떳하게, 깨끗이 돈을 모아 올바르게 쓴다면 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챙겨 나쁘게 쓰는데 돈의 폐해가 큰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문제인 것이지요.

요즘 연일 TV화면을 더럽히고 있는 뇌물의원들, 재벌회장과 그 아들, 또 브로커 등등, ‘돈 신(神)론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만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돈의 노예’가 되면 인간은 황폐해집니다. 돈은 영혼을 병들게 하고 육신마저 망칩니다. 지난 날 현자(賢者)들이 “황금을 돌로 보라”고 돈의 악덕(惡德)을 경계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돈은 재앙을 부릅니다. 나아가 부정한 돈은 개인의 몰락은 물론 필연적으로 사회마저 붕괴시킵니다. 돈은 그처럼 무섭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하기에 19세기 독일의 시인 딩겔슈테트(Dingelstedt)는 “돈은 번뇌와 비애의 근원”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나는 50년 전 한 친구가 써준 글을 평생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삶의 좌표로 삼고있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라. 그러나 이것을 구분해야 한다. 돈을 위한 인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인간을.’ 꽃 지는 봄날 모두가 한 번쯤 음미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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