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가 청주지검과 한 판 전쟁을 벌이면서 확인한 사실이 있다. 평소 친분을 과시하던 사업가들이 일체 발을 끊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본지에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사업체가 크든 작든 자영업을 하는 사람치고 검찰 ‘안 무서운’ 사람 없는 세상에 이런 태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권력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하루 아침에 꼬리를 싹 감춘 그들을 보며 검찰이 대단하기는 대단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 평소 ‘지역유지’를 자처하고 다니던 사람들의 태도다. 충청리뷰 사태가 1주일 여를 넘기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지역의 유지, 어른들이 나서서 중재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우리는 현재 중재보다 검찰의 언론탄압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을 차치하고 소위 유지라는 사람들의 태도는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 자리에 가서, 이 좁은 지역사회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검찰 앞에 가서 그만 싸우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들이 보여준 감탄고토(甘呑苦吐) 식의 태도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검찰에 비하면 충청리뷰는 아주 작은 조직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청주라는 지역사회를 이끌고 간다고 스스로 자처하는 사람들은 아마 검찰과 작은 신문사를 놓고 저울질 했을 것이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역시 검찰편에 서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 상대가 일반인도 아닌 검찰이니 만큼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와 함께 우리는 지역에 어른이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바른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싸움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건네지는 따끔한 충고 한 마디가 없었다. 청주에 어른이 없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흔들어 놓을 사건이 터져도 앉은 자리에서 왈가왈부 하기만 하고 누구도 나서지 않는 모습은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충청리뷰를 응원해준 사람들은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들이었다. 힘깨나 있는 사람들이 권력앞에 벌벌 떨며 몸조심하고 있을 때 이들은 5만원, 10만원짜리 봉투를 들고 와 격려광고를 내주는게 아닌가. 광고문구도 “힘내세요, 충청리뷰” 하는 식으로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이들 중에는 평소 인사나 한 번 했을까 말까한 사람들도 있었고, 전혀 얼굴조차도 본 적이 없는 익명의 독자도 있었다.
지역의 어느 대학에 계신 교수님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오히려 생각지도 않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격려해주고, 힘을 주지요? 그래서 세상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사실 그랬다. 원군이 되어 줄 것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말도 많았다. 그런데 빽도 없고, 돈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어 출세와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고 분개했다. 용돈에서 쪼개고, 한 달 생활비에서 쪼개 그들은 선뜻 격려광고를 해주었다.
노무현 후보가 지난 10월 20일 열린 개혁국민정당 발기인대회에서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시민들이 당시 5억원에 육박하는 후원금을 모아줘 울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머니 라식 수술비로 모아 놓은 돈을 후원금으로 보냈다”는 한 네티즌의 사연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울었다는데 충청리뷰 직원들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노 후보에게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돈이지만, 시민들의 격려에 우리도 마음 속으로 울었다. 충청리뷰가 투쟁하는 동안 알게 된 중요한 사실, 그것은 한 사람의 큰 힘보다 여러 사람의 작은 힘이 무섭다는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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