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저절로 무거워진다,
세월은 하루하루 일상에 작은 추 하나씩을 끊임없이 올려놓고야만다, 모든것들은 지나가고 스쳐가고 사물들은 조용히 변해가고 나이들어 가지만 그 과정은 점진적이지도 순하지도 않다, 생의 시간이 어느순간 끈적한 눈물과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올때면 습관처럼 산길을 걷는다, 산에서의 시간은 미풍처럼 부드럽고 느리므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며 자신을 돌아보노라면 켜켜히 쌓인 마음속 오니는 어느새 사라지고는 한다,

몇 년 전 깊은 생각없이 이사를 했다, 새 아파트고 구조가 시원시원한데다 8층이어서 가슴이 탁 트일것 같았지만 막상 짐을 풀고 여유롭게 바라본 풍경은 앞뒤를 가로막는 또 다른 아파트뿐이어서 오히려 갑갑했다, 다행스럽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부모산이 있어 그 산을 오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산길을 따라 피고 지는 들꽃과 밤나무 참나무 소나무와 아카시, 그리고 자작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잡목숲에는 다람쥐와 청솔모가 있고 산비둘기 딱따구리 뻐꾹이도 있다,

하얀눈이 쌓여 미끄럽지만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던 겨울의 앙상하던 숲은 여백의 아름다움과 인생을 배우고 삶을 배우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요즈음의 산속은 양지쪽을 시작으로 낙엽을 들추고 파란 새 싹이 고개를 쏘옥 내밀고 수줍은듯 세상구경을 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당당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빈 나무들마다 새움이 돋고 산속의 모든 생명체들은 버거운 삶의 세계로 돌아와야하는 분주함으로 술렁거리고있다,

나는 산길을 걸으면서 개나리와 산 목련을 꽃피우고 진달래와 벚꽃을 차례로 피워 꿈 속같은 봄날을 만들려는 그들의 사생활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보고 산길을 걷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거나 지난가을 낙엽속에 숨겨둔 도토리 한 알 입에물고 나무 위를 오르는 다람쥐를 바라보다 모르는척 피하며 연화 사 대웅전 앞에 있는 샘에서 목을 축이기도 한다,

산길에 반응하는 내 걷기에는 목적이 있다, 끝이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이다, 집을 떠나 삼십여분만에 정상에 오르면 그때서야 밷어내야할 숨과 욕심들이 목까지 차 올랐다는것을 깨닫고는 한다, "욕심이 타오르면 그것이 곧 불구덩이요, 탐애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다, 마음이 맑으면 불길도 연못이 되고 마음이 깨닫게 되면 배는 피안에 닿는다"고 불경에서는 말한다, 생각을 바꾸면 이처럼 극과극에 있는 마음이 뒤바뀌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쉬지는 않으나 땀을 식히려 잠시 나무에 기대어 산 아래 펼쳐진 들과 커져만 가는 도시를 내려다 보노라면 어느 순간 삶이 내게 허용해준 절대량을 알것같다, 비우므로 가벼워지는 그리하여 자유로워지는 삶을 부모산은 묵언의 교훈으로 들려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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