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는 민선 3기를 출범시킨다. 95년 시작된 민선 1기부터 민선 3기가 끝나는 2006년까지를 햇수로 치면 총 11년이 된다. 때문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시장.군수들이 당선될 경우 결국 특정인 한 사람이 11년이나 해당 지역의 행정을 주무르는 셈이다. 만약 이 기간을 대통령직에 비유한다면 군사 독재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장기집권이나 다름없다. 선거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면서 자치단체장들의 3선 도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핵심은 3선의 자치단체장이 과연 자치행정에 순기능으로 작용할까 아니면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할까로 집약된다. 충북도내 11명 기초자치단체장중 6월 지방선거를 통해 3선에 도전하는 시장.군수는 모두 여섯명이다. 충주 제천 음성 보은 옥천 영동의 시장. 군수다.

연임제한 당위성은 인정 추세

현행법상 민선 자치단체장은 세번까지 가능하다. 현재 재선인 시장.군수가 3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2006년 지방선거엔 출마할 수 없다. 한때 국내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임 횟수를 단축시키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됐었다. 3선까지 가능케한 관련법을 고쳐 재선(2선)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2000년 12월 17일과 2001년 7월 19일엔 지방자치의 개선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민대토론회까지 열려 2선으로 제한하는 안이 확정돼 국회에 의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제안된 개선안엔 이 밖에도 지방의원 유급제와 선거구 조정에 의한 의원축소 등도 포함됐으나 정당간 정쟁과 이해에 얽혀 입법화는 무산됐다. 그러나 연임 제한의 당위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도전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상적인 자연인에 대한 피선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3선 도전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본인의 자질과 능력이 출중하다면 3선이나 4선이 문제될 수 없다.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한 공무원의 얘기를 들어 보자. “자치단체장들의 3선을 굳이 사시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그것 자체가 그릇된 선입관이다. 지방행정의 연속, 연계성을 고려한다면 다선(多選)일수록 좋은면이 많다. 그동안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각종 시책 및 사업의 단절로 엄청난 예산낭비가 있어 왔다. 사실 한 사람의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적어도 10년 정도는 필요하다. 넓게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알아서 욕심 버려야”

그러나 3선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비판론쪽에 더 비중이 실리는 분위기다. 현실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풍토나 유권자 의식을 볼 때 사실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11년이나 똑같은 사람의 행정력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자치행정의 변화와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1, 2년 주기로 사회가 급변한다. 한 사람의 장기집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법제화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연임을 제한하기 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는 쪽이 더 명분있을 것이다. 3선은 지나치다. 아무리 지방행정의 연속,지속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2선이면 족하다”고 전제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의 장기 연임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지방에서 자치단체장이 갖는 권한은 광범위하고 엄청나다. 특히 고작 몇만명 정도의 유권자를 가진 자치단체의 경우 예산집행권을 행사하는 시장. 군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왕국을 만들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재선(再選) 자치단체장들이 많고 또 이들이 대부분 3선에 도전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다선은 반드시 전횡으로 이어진다. 그 다음의 결과는 말안해도 뻔하지 않은가”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고위 공무원은 더욱 냉혹한 비판을 가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를 연속 두번정도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세 번은 바람직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 똑같은 사람이 11년이나 시장,군수를 맡는다는 것은 우선 심리적으로도 지겹다. 현재 국가적 화두인 공직사회의 변화를 성취하기 위해선 우선 사람부터 바뀌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3선을 하려는 시장,군수들이 하나같이 전직 공무원 출신인데다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는 항상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실험과 도전정신이 요구된다. 이들이 과연 이를 해낼지는 미지수다.”

사업관계 문제될라 우려도

충북도내에서 민선 자치단체장 3선에 도전하는 인사들의 연령은 이시종 충주시장 55세를 비롯해 권희필 제천시장 67세, 정상헌 음성군수 67세, 김종철 보은군수 67세, 유봉렬 옥천군수 63세, 박완진 영동군수 64세 등이다.(이상 자료상의 만나이 기준) 이들이 3선에 성공해 임기를 마칠 경우 이시종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60대 후반이나 70대가 된다. 흥미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에 대한 건설업계 등 특정 분야의 색다른 분석이다. “강력한 개혁정치를 외쳤던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도 결국 말년엔 각종 친인척의 비리로 추락 내지 몰락 의 길을 걸었다. 지금 각종 사건이 이를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라고 해서 다를바 없다. 각종 사업의 특혜 시비가 잇따랐고 전국적으로 여러 자치단체장들이 불미스럽게 중도하차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문제에 있어서 업체들끼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시기가 바로 민선 3기다. 문제가 있더라도 2기까지는 묻혀질 수 있었다. 그러나 3기는 다르다. 이런 점이 가장 우려된다.
물론 현재 3선을 바라는 인사들한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속성과 관행상(?) 보편적인 시각이 그렇다는 것이다”고 건설업계의 한 오너는 밝혔다. 결국 현직 시장 군수의 3선 논란은 막상 선거가 임박할수록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본인들에겐 몹시 꺼려지는 일이겠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선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좀 더 완벽한 자치단체장을 보장받기 위해선 이런 선거변수도 적나라하게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 한덕현 기자


타 시.도 역시 3선 논란 신경쓰이네
대부분 과반수 이상이 3선 노려

자치단체장들의 3선 논란은 타 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시.도마다 거의 반수 이상이 3선 도전에 해당된다. 18개 시.군의 강원도에선 현재 10명의 시장,군수가 3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현지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강원도청의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자세하게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 군수의 3선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이다.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만약 100m 경기를 한다면 현직은 50m를 앞서서 달리는 꼴이다. 당연히 2선, 3선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한계를 시사한다. 과거 관선시대엔 시장.군수의 임기가 길어야 2년 정도였다. 이곳 공직사회에서도 3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지만 11년 장기체제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3선에 대해 공무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독주와 반대 세력의 소외현상이다. 해당되는 몇몇 시.군에선 이미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하는 특권층이 형성돼 이들이 지방행정을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들린다. 당사자들이 욕심을 버렸으면 한다.”
14개 시.군의 전북에서도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전원 재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임실 정읍 김제 완주 무주 진안 장수 순창 고창의 시장.군수 9명은 재선에 이어 3선까지 넘보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지역색과 정치색이 강한만큼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기 때문에 3선 논란은 아직까지 공론화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인식에 머무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에 대한 공방이 달아오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충청대 남기헌교수(정치 외교)는 3선 논란은 매우 민감한 사항으로, 이에 대해선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다선일수록 노하우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다선, 소위 장기집권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다. 이는 우리가 본받을만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그릇된 정치문화와 유권자 의식이다. 행정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자치단체장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신뢰. 투명. 도덕성이다. 다선(多選)의 의미는 바로 이런 장점을 겸비한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추구할 때 가장 부각될 것이다. 현직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맹점을 악용한 다선은 의미가 없다.”
/ 한덕현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