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도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어디 가고…

요즘 열린우리당 한범덕 도지사후보를 보는 사람들은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도내를 누비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지만 지지도가 좀체로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그보다는 청주시장이 아닌 도지사에 출마한 것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해야 더 맞다. 당초 한범덕후보는 정무부지사로 발탁된 시점부터 줄곧 청주시장감으로 지목돼 왔고 충분히 그만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만약 그가 청주시장을 택했다면 지금쯤엔 당선사례를 준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한전부지사가 도지사로 선회하기까지는 이원종지사(사진)의 정계은퇴와 불출마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미 오래전부터 둘 사이에선 이원종 도지사-한범덕 청주시장 구도가 각인됐고, 누구도 이를 쉽게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범덕 전부지사는 기자회견장에 가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처음 듣게 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지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여전히 사실로써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범덕 전부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당일 기자회견 때까지도 도지사 불출마 기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를 쉽게 믿으려 하지 않을 뿐더러 더 나아가 향후 도지사 선거전과 관련해 당시 이원종-한범덕 관계를 여전히 큰 변수로 인식하려 한다. 두 사람의 말대로 만약 기자회견이 열릴 때까지 서로 의사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이지사는 자신이 평소 아껴 온 한 전부지사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고, 한 전부지사는 어?? 하다가 당한 꼴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 전 부지사에겐 미리 언질을 줬어야 정상이다.

이-한, 이들 두 사람 관계에 대해선 종종 ‘서로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켰다’고 표현할 정도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원종지사는 한나라당의 계속된 발목걸기에도 아랑곳 않고 한 전부지사 자리를 말 그대로 꼭지가 다할 때까지 지켜줬고, 한범덕 전부지사는 그동안 숱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이지사의 의사에 반하거나 앞서 간 적이 한번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두 사람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관계를 돈독히 해 온 것이다.

그러나 한범덕 전 부지사마저 이원종지사의 불출마 결심을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선 열린우리당 조차 의아하게 반응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그 말을 믿느냐”며 냉소하는 표정까지 지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모종의 사실관계(?)를 암시했다. 결국 당시 이원종-한범덕 사이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계속 열세를 면치 못하는 한범덕후보의 향후 선거전과 관련해서도 이래저래 많은 궁금증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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