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영화시장은 대형화의 태풍 속에 머물러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말 서울에 등장했던 복합영화관(멀티플렉스)이 지난해 청주에 본격 상륙하면서 시내 일원의 소극장이 설 땅을 잃게 됐다. 복합영화관의 태풍속에 '추풍낙엽'의 신세가 된 소극장은 사실상 필름상영을 포기한 채 비디오 상영관으로 전락했다. 현재 청주에서 필름상영을 하는 영화관은 단일영화관인 중앙극장, 수정아트홀, 메가폴리스(2개관)와 복합영화관 쥬네쓰시네마(8개관), 키노피아(4개관), 자동차극장 문의영화마을 등 6군데에 불과하다.
80년대말 소극장이 범람하던 시절, 40개 회원사에 육박했던 충북극장협회도 절반이상 줄어든 상태다. 청주의 경우 더이상 회비를 내는 곳도 없고 필름상영을 하는 6개 영화관도 복합영화관과 단일영화관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반돼 한지붕 아래서 마주앉기가 힘든 실정이다. 소극장 업주인 Q씨는 "한마디로 싹쓸이나 다름없다. 한꺼번에 8개 영화를 내걸으니 다른 소극장은 사올 프로로 없고 무리해서 내걸어봐야 그만큼 관객동원하기도 힘들다. 첨엔 그래도 버틸 여지는 있겠지 싶었는데, 불과 몇 달만에 관객을 다 빼앗긴 것이다. 이게 자본의 속성이려니 생각도 하지만 너무 쉽게 무너지다 보니 대형 사업자들에게 원망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주 영화시장의 지각변동 속에 일부 영화관은 주인 바뀌는등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고전을 겪던 수정아트홀은 지난해 12월 중앙극장(대표 김환기)이 인수해 내부수리를 거쳐 올초 재개관했다. 청주시내 마지막 소극장으로 개관한 신씨네마는 지난해 10월 쥬네쓰시네마에 운영권을 넘겼고 그나마 객석점유율이 낮아 폐업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복합영화관은 신속한 시장공략과 함께 지난해 한국영화 열풍에 따른 관객증가에 힘입어 전에없는 '대박'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이 블록버스터 가족영화로 연일 매진을 기록해 8개관(총 좌석 1800석)의 경우 휴일 전회 매진될 경우 6000여만원의 현금수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극장업은 현금유통에 따른 잇점이 큰 데다 '대박' 영화가 터질 경우 필름원가의 수배가 넘는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모험사업이라서 일단 발을 디디면 벗어나기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대형화의 깃발을 내건 복합영화관이 관객을 싹쓸이하면서 단독영화관은 프로그램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다만 청주 유일의 대형극장인 중앙극장은 지난 96년 재투자를 통해 좌석, 인테리어를 바꾸는등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중앙극장은 고급·대형영화관의 이미지를 고수해 복합상영관의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자기 영역을 지켜가고 있다. 중앙극장 김환기 대표는 "서울에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99년에 우리 중앙극장도 복합관을 구상했었다. 하지만 청주극장협회 회원사들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없고 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극장업이 선대부터 이어온 가업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고 향후 콤플렉스 형태의 복합예술관을 조성해 소극장 연극·공연, 컴퓨터 게임 등 모든 대중문화가 가능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형 불가마·사우나탕의 출현으로 지역 목욕업계도 판도변화
대형 불가마·사우나탕의 출현으로 지역 목욕업계도 판도변화를 겪고 있다. 목욕시설에 불가마·맛사지·헬스 등 서비스를 추가한데다 20억원이상의 대규모 투자로 내부시설을 고급화해 전통 목욕탕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청주시에 신고된 목욕탕은 99개소로 전년도보다 1개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출감소로 인해 개점휴업 중인 동네 목욕탕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입욕료를 3000원대로 낮춰 대형 사우나의 4000∼4500원(야간 5000원)에 버티고 있지만 마이카 시대의 동네 목욕탕에 대한 효용성은 예전과 같지 않다.
특히 작년 한햇동안 대형 목욕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분평동 OK사우나, 용암동 건영백두산사우나, 하복대 해수탕에 이어 새해들어 봉명동 학천 건강랜드가 청주 최대시설로 개장했다. 해수탕과 학천 건강랜드는 건물 전체를 목욕 및 부대시설로 꾸며 수십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형 목욕시설을 지역할거식으로 자리잡아 인근 동네 목욕탕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용객의 수를 감안하면 대형 목욕시설 1개소가 들어설 경우 동네 목욕탕 10개소의 손님을 잃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최근 개장한 대형사우나 가운데는 하루 이용객이 1500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는 것.
하루 이용객 1500명을 가정할 경우 순수 입욕료 이외에 이발·마사지·음식 판매등의 수익을 감안하면 최소한1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막강한 현금동원이야말로 목욕업의 장점이지만 초기 시설투자비 많이들고 대규모 시설은 관리운용상 전문 노하우가 필요해 신규사업으로 뛰어들기에는 위험요인도 많다는 지적이다.
/권혁상기자





60년 외길, 청주 목욕업계의 대부 박학래 도의원
일제시대부터 목욕업에 종사해온 충북도의회 박학래의원(78·대한목욕업중앙협의회 부회장)은 전국적인 목욕업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1월초 문을 연 학천건강랜드를 비롯해 북문로 학천탕, 남문로 제일탕, 석교동 약수장등 4개 목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천 건강랜드는 오는 3월 완전개장을 목표로 지하 불가마시설 공사를 하고 있어 온천지역을 제외한 도시 대중탕으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형·고급시설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의원은 목욕문화의 최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을 수시로 방문해 국내에 새롭게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이에따라 청주의 목욕문화가 전국적으로도 최상위 수준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봉명동 학천건강랜드의 경우 지하 600평에 불가마 시설 이외에 피부맛사지실, 소영화관, 헬스장, 이·미용실, 주부손님을 위한 유아놀이방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원스톱 복합 휴게시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박의원이 가장 큰 애착을 가진 17년 역사의 북문로 학천탕은 인접한 주차장 부지를 활용, 건물을 증축해 불가마와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목욕 애호가들의 취향이 사우나에서 불가마로 옮겨가면서 시설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내가 팔순의 나이에 접어들도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정신적으로 천직의식을 갖고 열심히 한 길을 살아 온 덕분이고 생활속에서는 수십년간 목욕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청주 목욕문화를 한 차원 높였다는 것은 과찬의 말씀이고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60여년간 목욕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목욕문화가 때를 씻기보다는 건강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만큼 시민 건강문화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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