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강 희 편집 부국장

   
청주시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A모 예비후보. 여성인 A씨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유학 온 한국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이후 12년간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외국어학원을 운영한다.

미국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학한 그는 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지 이미 오래됐다. A씨가 시의원 후보로 나가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자 주변에서 이런 경력을 색안경 끼고 보기 시작했다.

A씨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의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하다 고등학교 때 다시 미국으로 갔다. 진작 보내고 싶었어도 유학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미루다 미국 시민권을 선택하면서 유학비용이 절감돼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국민으로 청주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공천심사위원회와 남성 후보들이 ‘왜 미국에서 살았느냐’ ‘아들은 병역을 기피한 것 아닌갗라며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 아이는 병역을 기피한 게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시민권을 얻었고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다시 갔을 뿐”이라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이들을 미국에 보낸 게 문제가 되느냐”고 쏘아 부쳤다.

또 다른 여성인 B씨는 충북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다. 그런데 B씨는 당 관계자들로부터 청주시의회로 가라, 아니면 시의회 비례대표로 가라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초 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가졌던 그는 여러 사정끝에 도의회로 방향을 틀었으나 이제는 다시 시의회로 가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는다는 것. “내가 공으로 보이느냐”는 B씨는 “당에서 여성 예비후보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아주 치사한 방법을 쓰고 있다. 선거 전에는 각 당에서 여성후보 30% 공천을 굳게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속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가하면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인 C씨. 현직 의원인데다 나름대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있지만 마치 실력도 안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받는 양 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후보에게는 근거없는 비방이 따라다니고 이를 공천심사위원회 같은데 제보하는 세력들이 있다고 분개했다.

여성들이 의원 배지를 달기까지는 무수한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남성들의 전유물인 정치판에 여성들이 ‘끼어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후보와 경쟁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여자한테 지느냐’며 남성다수를 동원해서라도 여성을 넘어뜨리려고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 엄연히 여성후보 30% 공천할당이라는 것이 있다. 각 당에서는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당직자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공천심사위원들이 대부분 남성이다보니 여성들은 코너로만 몰리는 게 현실이다.

비례대표제를 만든 취지는 여성들을 의회로 입성시키기 위한 것이고, 여성 30% 공천 할당제를 만든 것도 여성의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각 당은 이런 취지를 종종 망각한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여성들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그 험난하다는 선거판에 뛰어든 여성 예비후보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의원이고 뭐고 당장 그만두고 싶은데 여성의 자존심 때문에 꾹 참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의회에 들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충북에서는 여성의원을 영영 키울 수 없다. 사명감을 갖고 뛰고 있다. 그러나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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