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무시한 충북-경북 도(道)경계 의문 제기
행정구역 전면개편 대비 ‘내땅찾기’ 합리적 주장 필요


정치권이 현재의 도(道)를 없애고, 인접 시·군을 묶어 통합시로 만드는 내용의 ‘행정구역개편 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여야가 도(道)를 폐지하고 시·군 2~5개씩을 묶어 60~70개의 통합시를 단위로 하는 새로운 행정구역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이같은 내용의 지방행정체제 기본법을 만들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이는 5·31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선출돼 기득권을 요구하기 전에 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판단이다.

기본법은 정부가 2010년 이전까지 시·군 통합 기준을 제시하고 그 후 각 자치단체가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서울과 부산 분할 방안 등을 제외하곤 여야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이 통과되면 도(道) 개념이나 명칭이 사라져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행정구역 개편을 계기로 과거 잘못 설정된 도계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 경계가 바로 인접 도의 시·군과 경계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곳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행전문가인 송태호씨(51·청주삼백리 대표)가 백두대간을 경계로 한 충북, 경북의 도계설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간 줄기를 기준으로 보면 충북도에 포함될 지역이 경북도로 편입된 곳이 5곳에 달한다는 것. 영동, 보은, 옥천, 괴산, 단양군에 편입돼야할 백두대간 서쪽 지역이 엉뚱하게도 경북 상주, 문경, 영주시로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백두대간 동쪽으로 충북 도계가 넘어간 곳은 한 군데도 발견할 수 없었다. 송씨의 주장과 취재진의 현지 답사를 통해 실태를 정리해 본다.

▲ 백두대간과 충북·경북 도계를 통해 본 부적합 지역 ■ 단양군지역 1,형제봉헬기장(1032m)-고치령(877m)-헬기장(1096m)-마구령(10567m)-갈곶산(966m)- 늦은목이-선달산(1236m)로 대간이지나감 영주시 마락리, 남대리지역이 단양 영춘면으로 편입가능 2,대미산-공터(1051m)-새목재(981m) -차갓재(816m)-작은차갓재-황장산 (1077m)- 치마바위(1004m) -대맥이재(928m)-벌재(823m)-문봉재(1020m)-옥녀봉(1027m)- 소백산 목장직전 문경시 동로면 명전리 당골, 굴바위마을등 단양 대강면으로 편입가능 ■ 괴산군지역 1, 대야산-촛대봉-불란치재-곰넘이봉-버리기미재-장성봉-막장봉 갈림길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지역 괴산군으로 편입가능 2, 속리산문장대-밤티재(696m)-늘재-청화산 용화온천개발지역 현재 온천개발문제로 쟁점중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중벌리 지역으로 괴산군청청면 해당 ■ 보은군지역 속리산 형제봉- 비재-봉황산-화령재-윤지미산-무지개산-선의터재-신촌리 바깥쑥골까지 상주시 화남면, 화서면, 화동면 일원 보은군 마로면으로 편입가능 ■ 옥천군지역 상주시 모서면 석산리 금은골-지기재-개머리재-백학산전까지 상주시 모서면 일원으로 옥천군 청산면으로 편입가능 ■ 영동군지역 상주시 모동면 백학산에서 개터재-회룡재-큰재-국수봉까지 상주시 모동면 일원으로 영동군 황간면으로 편입가능 상주시 용화온천, 알고보니 충북 생활권 지난해 12월 충북환경운동연합은 2005년 충북권 10대 환경뉴스에 환경부의 ‘용화온천지구 공원계획 변경 승인신청 반려’를 포함시켰다. 2003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막을 내린 용화온천이 왜 다시 지역의 주요뉴스로 떠올랐을까. 경북 상주시가 법원 판결로 개발이 중단된 문장대 온천사업을 재허가한 것이 화근이었다. 온천개발 지주조합은 지난해 7월 상주시로부터 재허가를 받은뒤 환경부에 `속리산국립공원 용화집단시설지구 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반려처분해 사실상 용화온천개발은 무산됐다. ▲ 속리산 정상 ‘문장대’에는 상주시가 행정주소까지 명시한 우람한(?) 문장대 표지석을 세웠다. 충북과 경북의 도계인 백두대간 문장대에서 충북이 세운 文藏臺 표지석은 옹색해 보인다.
지난 96년 지주조합의 문장대 온천개발 사업 추진이후 하류지역의 괴산군민과 충북도민들은 10년간 속을 태워야 했다. 결국 경북 상주시의 무분별한 인허가로 인해 온천개발 지주조합과 충북 도민들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막대한 피해만 입은 셈이다. 만약 용화온천이 충북권에 입지했다면 해당 지자체는 하류지역 민원 때문에 개발허가를 내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주시는 도계(道界)를 넘어선 환경민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국립공원 코앞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허가했다.

문제의 온천개발 지구는 상주시 화북면으로 백두대간이 영동 국수봉을 타고 북상하면서 속리산 문장대와 청화산 사이에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삐져나온 지역이다. 어떤 연유로 대간 줄기를 넘어 실개천과 낮은 구릉지를 도계로 설정했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상당수가 청천초교를 다니고 고교생은 보은으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다.

도계 설정이 가장 아이러니한 곳은 문경새재 3관문이다. 지난 95년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가 조령산-문경새재 등반시 입장료 2중 징수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괴산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경북 문경새재 3관문에 도달하면 문경시가 또다시 입장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 민원이 불거지자 충북도는 내무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조정신청을 했으나 결국 판정패 당하고 말았다.

판정패 당한 이유는 충북-경북의 도계 때문이었다. 사실상 문경새재 3관문이 도계인 셈인데 묘하게도(?) 충북쪽 땅 100여평을 경북쪽으로 편입시켜 도계를 설정했다. 결국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경북의 논리에 밀려 괴산군이 입장료 징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문경새재 3관문에서 문제가 된 100평의 땅이 왜 경북에 편입됐는지 괴산군도 확실한 경위를 모르고 있다. 다만 유적지인 3관문의 관리주체를 확실히 하기 위해 한쪽 자치단체에 관문 반대편 일부 부지도 편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도계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경북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충북-충남 금강 도계 무시한 연기군 동면
충북과 충남의 도계는 금강 줄기의 수계를 따라 이뤄진 곳이 눈에 띄인다. 충북 청원군과 충남 연기군, 대전시가 접한 도계는 대체로 금강 수계에 따라 획정됐다. 하지만 금강 수계를 무시하고 충북쪽으로 파고들어 연기군에 편입시킨 지역이 있다. 청주청원에서 연기군으로 진입할 경우 물을 건너지 않고 갈수 있는 곳이 연기군 동면이다. 금강 지류인 미호천을 따라 도계를 정하지 않고 부용면부터 뭍으로 올라와 강내면, 강외면에 이르는 32.3㎢의 땅을 충남으로 편입시켰다. 결국 연기군 동면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호천 건너 연기읍 보다는 부용면 소재지를 생활권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활민원 때문에 10여년전 전례없이 도계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94년 내무부는「시·도간 관할 구역 변경등에 관한 법」에 따라 시·도간 7곳, 시·군·구간 42곳등 모두 49개 지역의 경계 조정을 마쳤다. 당시 충북에서는 청원군 강외면 심중리가 충남 연기군 전동면으로 편입됐고 반대로 충남 연기군 동면 갈산리가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 포함됐다. 외견상 맞바꾸기 형식이 됐지만 해당 주민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에대해 청원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연기군 동면 사람들은 부용과 신탄진에서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연유로 금강 수계를 따라가던 도 경계가 육지로 그어졌는지 우리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일제 당시 현재의 도계가 획정됐다면 그때는 조치원(연기읍)이 경부선역도 있고 해서 장기적 개발측면에서 관할 구역을 더 넓히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서 상주시 화북면 삼송리로 넘어가는 도로상에 우뚝선 도계 안내판. 충북과 경북을 가르던 백두대간 도계가 갑자기 폭 2m의 도랑을 거쳐 실개천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행정체제는 조선 태종 13년(1413년)에 구획된 8도체제를 기본으로 일제시대에 골격이 잡힌 행정구역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구역 개편은 몇 번 있어지만 부분적인 경계조정이나 인구수에 따라 면에서 읍, 읍에서 시, 시에서 광역시로 승격시키는 데 그쳤다. 1995년 도·농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된 행정구역 개편도 종전에 인위적으로 분리했던 시·군을 다시 통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향후 ‘행정구역개편 기본법’에 따른 시·군 통합과정에서는 기본적인 지형적 도계 설정이 잘못된 곳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충북도는 정부의 시군통합 작업을 앞두고 불합리한 도계 실태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여 기본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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