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과서에는 백의민족이라든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 사계절의 나라,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등등 자랑거리가 줄줄이 나오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첫 번째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같은 단일민족 우월론은 우리 민족이 순수한 단일혈통이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해방이후 역대 정부들이 민족을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목적화 해 국민들에게 집중적으로 교육해 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엊그제 중앙일보가 보도한 최근 우리 나라의 국제결혼 실태는 ‘단일민족 신화’에 젖어 있는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결혼통계를 취재한 이 특집기사는 지난 해 보은군에서 결혼을 신고한 205건 중 40%인 82건이 국제결혼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보은군의 국제결혼비율은 2003년 19.7%, 2004년27.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충북, 그 중에서도 농촌지역인 보은군이 국제 결혼에 관한 한 전국 제일의 ‘명성’을 얻고 있다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농촌총각과 동남아 여성사이에 태어난 속칭 코시안(Korean+Asian)은 전국적으로 3만여 명이라고 합니다. 전라북도 장수군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 357명중 20명이 혼혈아동이고 무주군의 한 농촌학교는 입학생 8명중 4명이 코시안일 정도로 혼혈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나라가 이미 단일민족이 아니고 혼혈국가가 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단일민족이든, 다민족 국가이든 세상은 이미 글로벌화 되어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국경은 해체되고 전 세계가 한 지붕아래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 단일민족이라는 ‘달콤한 꿈’에만 젖어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단일민족은 좋고 혼혈민족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전 세계 모든 인종이 한 곳에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가 용해(鎔解)돼 세계제일의 초강대국이 되었고 인구 13억 대국인 중국 또한 56개 잡다한 민족이 모여 일류국가로 승천하기 위해 용틀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혼혈 다민족 국가이지만 그것이 동력이 되어 국위를 떨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계 혼혈로 미국 슈퍼볼의 스타 하인스 워드를 맞아 온 나라가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낯이 뜨거웠습니다. 언제는 혼혈이라는 것 때문에 편견과 천대로 이 땅에서 쫓아내듯 하고는 그가 미국사회에서 성공하자 호들갑을 떨며 국민영웅시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흑인이라고 사람같이 취급이나 했느냐. 어렵게 혼자 살 때 관심도 보이지 않더니…”라고 말했다는 하인스의 어머니 김영희씨의 비웃음은 비수가 되어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와 꽂힙니다.

오늘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편협한 민족주의입니다. 민족은 중요하지만 혈통만을 고집하는 민족주의는 현대판 쇄국주의에 다름 아닙니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혼혈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공존하는 국민적 도량과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