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뽑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이젠 독자성 가져라” 비판도

지난달 30일 차주원 대한적십자 충북지사(이하 충북적십자) 회장이 6년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을 가졌다. 정상적이라면 이 자리엔 당연히 차기 충북적십자 회장이 나와 전임자의 명예로운 퇴임을 기리고 축하해 줘야 했다. 그러나 충북적십자는 아직 후임 회장을 뽑지 못했고, 지금 시중엔 문제의 ‘차기’를 놓고 많은 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점차 분위기를 높여 가는 와중에서 도내 적십자 인들은 이에 못지 않은 관심을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차기 충북적십자 회장에 기울이는 것이다. 이미 후임과 관련해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지만 아직 ‘카더라’ 수준을 넘지 못하고, 그럴 수록 뜻있는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이다.

충북적십자 총재는 자체 상임위원회에서 선임토록 되어 있다. 이곳 정관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 성원에, 과반수 이상 지지를 받으면 차기 총재로 뽑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적십자 지부 회장은 해당 지역의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장 선출은 이처럼 자체 상임위가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조직 운영상 지자체와의 원만한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통례적으로 도지사의 의견을 물어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 온 것.

특히 사회적으로 극도의 순기능적 명예직이라는 점에서 줄곧 추대 내지 거국적 천거형식으로 역대 회장을 선출해 왔다. 충북적십자는 차주원 전회장 이임에 대비, 지난달 15일과 22일 두차례 상임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5월 지방선거를 감안, 차기 도지사가 결정된 이후에 후임회장을 뽑는 것으로 내부 조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양새로만 본다면 도지사가 일종의 당연직 충북적십자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역대 회장 선출시 도지사 의중이 특별히 중시됐다는 점에서 명분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러나 그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초 지역 인사 두 세명 정도가 차기 회장감으로 적극 거론됐지만 조직 구성원으로부터도 거국적 환영을 못 받았고, 이 때문에 회장 선출을 유보하는 대신 한시적 대행 체제를 운영키로 한 후 한장훈 부회장을 회장 권한대행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적십자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차기 회장에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대행을 맡게 됐다는 것. 이런 대행체제에 대해 적십자인들 사이에선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아무리 충북도와의 유대 내지 협조가 절실한 적십자 조직이더라도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이처럼 주어진 권한마저 유보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연히 차주원 회장 퇴임 전에 후임회장을 선출했어야 한다. 법적으로 도지사의 인준을 밟는 것도, 낙점받는 것도 아닌데 꼭 후임 선출을 지방선거 뒤로 미루는 처사는 잘못 됐다. 지금이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고, 적십자 정신과 자체 규정에 의거해 조직을 운영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충북도 등 자치단체에도 도움이 된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미 누구누구가 도지사 후보 캠프에 얼씬거린다는 이상한 얘기마저 들린다. 회장 선출을 도지사에게 아예 위임하면 몰라도 이러면 곤란하다. 우리 적십자도 이젠 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오랫동안 지속돼 온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로선 조직의 경쟁력을 키울만한 인물이 가장 적합한데, 단순히 나이 많은 연장자를 앉히거나 이 자리가 점잖은 자리라고 해서 이미 한물 간 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겠다”고 말했다.

흥미있는 것은 후임 선출을 미룰만큼 아직 마땅한 인물이 드러나지 않지만 차기 충북지사 회장을 내심 바라는 인사들이 여러명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후임 회장감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김재길씨(동제원약국 대표)를 비롯해 유응종(전 충북지구로타리 총재) 이도영(오송분기역유치위 공동대표) 이상훈(충북지역개발회장) 임해순(전 충북예총회장) 한장훈씨(전 충북도의회 의원? 이상 가나다순) 등이다.

한 때 신방웅 전 충북대총장도 후임자리에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충북적십자 상임위원(도표)이거나 과거 적십자 활동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 인사중 정작 뜻이 있다 하더라도 적십자 회장 자리의 성격, 즉 명예직에다 철저한 희생과 봉사정신을 요구받기 때문에 본인 의사를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적십자인은 현재 조직내의 여론이라면서 차기 충북회장 자격요건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선 지역사회로부터 신망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가뜩이나 지역에 어른이 없다는 비판이 많은 마당에 최고 명예직인 이 자리마저 이상한 사람이 꿰차면 곤란하다. 때문에 되도록이면 이미 공적 활동 등을 통해 검증받은 인사가 바람직하다. 두 번째로 철저한 적십자 정신 즉 평소 희생과 봉사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어야 한다. 단순이 명망이 높다거나 또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해서 이 자리를 맡으면 안 된다. 세 번째는 조직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누구라고는 밝히지 않겠지만 적당이 자리만 차고 앉았다가 임기동안 무슨 일을 한지도 모르게 끝내는 인사도 있었다. 적십자 조직도 이젠 변화와 혁신을 필요로 한다. 남들은 100% 혹은 그 이상으로 회비모금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겨우 70% 수준에서 왔다갔다 간다. 이는 곧 리더의 책임이다. 스스로는 역동적으로 활동하면서 구성원들에겐 조직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관리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기반이 확실한 인사가 맡았으면 한다. 이와 관련해선 차주원 전임 회장님한테 배울 점이 많다. 그 분은 6년동안 조직예산을 한푼도 쓰지 않았다. 우리 적십자 예산은 대부분 시민이나 서민들이 내는 회비로 이루어진다. 이런 소중한 돈을 함부로 사용하면 되겠나. 적어도 명예직인 회장만큼은 사비를 들여서 활동하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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