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있다. 숱한 인물들이 부침하는 선거는 역시 새인물이 부각될 때만이 가장 완벽한 긴장과 박진감을 제공한다. 유권자들은 이 때문에 환호하고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굳이 세대교체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선거가 ‘새로움’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유권자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불행한 사태(?)도 없다. 6월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고조되는데 지금 충북은 엉뚱하게도 중병을 앓고 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커녕 기존 인물들의 갈팡질팡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도지사 후보난과 각 정당의 비현실적 대처다.

이지사 놓고 3당이 각각 “자당 후보”

충북에선 지금 기막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민련 소속인 이원종지사를 놓고 자민련은 물론 민주 한나라당까지 서로 자당 후보를 확신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오래전에 한대수 전행정부지사(한나라당 청주 상당지구당위원장)가 도지사 출마를 공언한 한나라당조차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지사의 입당에만 목을 빼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 민주 자민련의 세 정당은 지금까지 이지사 외의 다른 대안은 구체적으로 생각조차 안하는 분위기다. 당연히 지방언론의 정치보도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지사의 당적 논란이다. 자민련에 남을지 아니면 탈당 후 한나라당으로 들어갈지, 그것도 아니면 민주 자민련의 공동후보가 될지 여부가 줄곧 도마위에 올려졌고 갖은 억측들만 양산했다. 자신의 당적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본인의 책임도 크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정당에 더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처럼 도지사후보와 관련, 한 사람을 놓고 세 당이 줄다리기를 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선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당정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것이고 이는 곧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이지사도 그렇다. 자민련 소속이면서도 자민련에 대한 명백한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탈당하는 것이 옳다. 지금 3개 정당들의 처사는 이지사보고 철새가 되라고 강요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아마 충북에서만 가능한 현상일 것이다”고 비판하는 한 정당인은 “미안하지만 색깔이 분명치 않은 지역 풍토를 대변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은 “그 나물에 그밥”
지금까지 여론에 의해 도지사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 이른바 정종택(충청대학장) 안병우(전 국무조정실장) 이동호(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 이규황(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안광구씨(전 영동대학교 총장) 등은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소구력을 주지 못함으로써 이미지 확산에 한계에 봉착했다. 이들중 일부는 지인과 측근들에게 출마여부를 타진했다가 싫은 소리만 잔뜩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주변의 견제가 많은 것이다. 대부분 그동안 정치.사회적 처신이 문제가 됐다.
서울에선 64년생으로 올해 38살인 김민석의원(민주)이 시장출마를 굳히고 활동에 나서 바람을 일으킬 조짐이다. 그는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참신한 인물들이 출마해 행정 더 나아가 정치풍토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55년생으로 47세인 괴산 출신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굳이 이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충북의 경우 지금까지는 아주 흥미없는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 나오겠다는 인사들은 많지만 이를 곰곰 생각하면 결국 그밥에 그나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퇴물들이 득세해서야....

지역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공동의 책임론을 제기해 눈길은 끌었다. “충북의 인물난은 그동안 지방언론에서도 여러번 거론됐다. 그러나 막상 지금의 현실을 보면 비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정치적 혹은 사회적으로 이미 완벽하게 부적격한 인물로 판단된 인사들까지 득세하는 형국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퇴물들의 잔치가 된 느낌이다. 충북에 이렇게 인물이 없을까, 나 스스로도 자책감을 느낀다. 젊은 인물을 키우지 못하는 지역풍토가 안타깝고 자질도 없는 사람이 수십년간 지역유지로 행세하며 특권층을 형성하는 지역정서가 원망스럽다. 이렇게 된 것은 도민 스스로의 책임이다.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오는 지방선거에선 ‘혁명’이 일었으면 좋겠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도내에선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나마 눈길을 받는 것은 지방의원이 해당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경우와 일부 공기업 출신들이 역시 출신지의 자치단체장을 넘보는 경우가 고작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구도라면 충북의 6월 지방선거는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좀더 과감한 신진층의 부상이 아쉽다. 안타깝게도 참신한 인물의 등장은커녕 오는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노리는 인사들이 연습삼아 출마한다는 얘기만 들리고 있다. 충북에서도 뭔가 획기적인 변화와 바람이 일어야 한다.”
/ 한덕현 기자


충북에선 신당이 먹힌다?
충북에서 도지사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 구도가 밋밋하게 흐르자 상대적으로 신당에 대한 관심이 예상외로 높다. 지금으로선 신당의 실현 여부를 확신할 수 없지만 지방선거에 결정적 ‘맛’을 제공할 공산은 크다. 한 정치 전문가는 “현재의 인물구조와 정당 구조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 충북에선 특히 더 그렇다. 이미 많은 유권자들이 그동안의 지방정계 구도에 식상해 있다. 명분만 확실하다면 신당의 폭발력은 클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JP나 김윤환이 중심이 되는 신당은 충북에서 곧바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 봤다.
실제로 향후 신당 출범에 대비, 나름대로 준비하는 인사가 목격되고 있다. 앞으로 신당에 정치적 승부수를 걸겠다는 한 인사는 “지금 정국의 움직임은 결국 신당 창당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향해 전개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전략적 신당이 아닌 분명한 명분을 호소하는 신당이 나올 경우 파장은 클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기성 정치에 식상해 있다. 이것 한가지는 확실히 밝힐 수 있다.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충북의 지방선거 구도는 결코 쉽게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변화가 온다. 나 스스로도 좌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치인들이 충북을 너무 우습게 본다. 모든 결론은 결과로써 나타난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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