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心靜觀’ IJ, 결국 중부권신당에 몸담나

‘무심정관(無心靜觀)’을 외치며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던 이인제 의원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때 한나라당 복당설이 솔솔 흘러나오는가 하면 노무현 후보 선대위 참여설도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비노·반노파와 이한동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중부권신당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난 11월 1일 김명섭·강성구 민주당 의원의 탈당을 독려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인제 의원의 영입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쪽은 노무현 선대위. 충청표를 얻어오지 못할 경우 대선 승리도 노풍(盧風)의 재현도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500만표를 끌어모았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노 후보측이 이인제 의원에 목을 매는 이유중의 하나. 이를 위해 정대철 선대위원장과 김원기 고문은 지난 10월 30일 이인제 의원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선대위 참여를 우회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정대철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면서도 “이제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고, 권면하면 가능성은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 위원장과 함께 이 의원을 방문했던 김원기 고문도 “당 안에 있으니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나는 (IJ 참여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도 11월 2일 부산에서 열린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같이 하면 좋다, 노력도 많이 했다, 결과는 좀더 기다려보자”며 이인제 의원의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인했다.
한나라당측에서도 한 때 “이인제 의원의 복당 가능성은 6ː4 정도”라며 복당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으나 이인제 의원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함으로써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복당이 자칫 ‘배신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와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측의 반응은 ‘백의종군’, ‘무심정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 의원의 한 측근은 “노무현 후보가 분명히 잘 되지 않으니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며 선대위측의 기대감을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또 “(이인제 의원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끌려 다니기를 싫어한다”며 여론의 흐름에 따른 독자행보에 무게를 실었다.
이인제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한나라당 복당도 노무현 후보 선대위 참여도 아닌 ‘중부권 신당 참여론’. 일단 정관(靜觀)하고는 있으나 본인의 표밭인 중부권에서 재기를 노려보려는 ‘유심(有心)’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관측되고 있다. 이미 송석찬·송영진·장성원 의원 등 이인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1월 8일 이후 탈당할 계획이며 이인제 의원도 적절한 시점에 막차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연쇄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박상규 의원은 “이 의원은 중부권 신당에 상당히 마음이 가 있는 것 같더라”며 “이 의원등은 11월 10일 전후에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중부권 신당 참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인제 의원의 한 측근도 지난 11월 1일 노무현 선대위 참여와 한나라당 복당설 모두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중부권 신당에 대해서는 “(이인제 의원은) 일단 지켜보고 계시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중부권 신당론은 교섭단체 구성의 성사 여부, 자민련의 합류 가능성이 불투명해 이를 전제로 이인제 의원의 행보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이인제 의원이 “당이 그렇게 쉽게 되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주 중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내 비노·반노세력의 연쇄탈당을 지켜본 뒤 세 규합의 정도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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