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 ‘성폭력 가해 청소년~’ 토론회 개최
“측근으로부터 발생하는 아동 성폭력 비율 80% 넘어 대책 마련 절실”


지난해 11월 서 모군(17)은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초등학생 반 모군(11)을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 증평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한동안 지역사회를 충격속으로 몰아넣었다. 서군은 3월 20일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그는 반군을 살해하기 4개월 전 또 다른 남아 성추행 사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법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결과적으로 무고한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일조하고 만 것이다.

충북여성연대준비위원회는 서군 판결을 보고 “최근 성폭력상담소의 보고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측근으로부터 발생하는 아동대상 성폭력 비율이 80%를 넘고, 남아 대상 성폭력도 10%를 넘어섰다. 그런데 기소유예 상태였던 서군이 아무런 교정치료 과정없이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우리는 유아와 어린이들이 성폭력 피해자로 죽어가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지자체와 학교, 사법당국, 여성단체는 연계해서 어린이대상 성폭력을 예방·상담·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라”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는 3월 29일 ‘성폭력 가해 청소년 교정치료 프로그램 강화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서군 사건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아미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남자 청소년 114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성폭력 개념 인식은 올바른 편이나 성적 의사소통·남녀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 등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고등학생은 중학생보다 포르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음란물을 더 많이 접촉하며 또래 성문화가 더 보편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청소년의 성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중학생은 피해자유발론, 성충동에 대한 통념, 남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 등이 중요한 변인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은 피해자유발론, 성적 의사소통이 가해청소년은 피해자유발론, 남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 등이 주요 변인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또 조 교수는 “성폭력 가해 청소년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청소년 성보호를 위한 법률에 가해 청소년 교육강화 항목이 추가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제까지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거나 관대하게 대해 왔다. 그러나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인 한상미 청주지방검찰청 검사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발표했다. 한 검사는 “지난 2000년 제정된 이 법률이 개정돼 올해 7월 시행 예정에 있다. 청소년이 성을 사는 행위의 유형을 추가했고, 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의 고소기간을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2년으로 연장했다. 또 전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12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조치 없이 단순 훈방되었으나 앞으로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관할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고 소년부 판사는 수강명령을 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의 범죄로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자 중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성명·생년월일·실제거주지·사진 등의 정보를 청소년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한편 이 정보를 피해자 등과 청소년관련 교육기관의 장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아울러 한가지 중요한 것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범한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동안 학교·유치원·학원 등 청소년관련 교육기관에 취업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실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는 김 모씨(52)가 초등학교 3학년짜리 여아를 자신의 신발가게로 유인해 성추행한 뒤 살해, 전국민을 분노케 했다. 정미현 충북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경사는 이 날 “아동 성폭력은 ‘먹을 것을 사주겠다’ ‘물건 나르는 것을 도와달라’는 등으로 유인한 후 범행하는 것이 대다수다. 그래서 경찰청에서는 성폭력 우려지역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예방교육과 홍보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사·진료·상담·법률을 연중무휴 24시간 무료 지원하는 ‘원스톱센터’를 두고 여러 곳을 전전하는 피해자 고통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선서에 성폭력 전담조사관이 없거나 야간사건 발생시 원스톱센터에 신속히 인계하면 피해자가 장시간 대기하는 일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아동센터 운영사례로 본 아동 성폭력 실태에 대해 발표한 고은영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은 지난해 있었던 최양 사건을 예로 들었다. 최양은 지난해 6월 진천지역아동센터에서 집으로 귀가했다가 이후 실종됐으나 친부의 고향 선배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 암매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최양의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최양과 동생을 맡겨놓은 채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최양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어린이가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돼 있는가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전국연대회의는 이 사건에 대해 “아동보호기능이 마비된 빈곤가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가정 기능을 보완 또는 대리할 만한 아동복지제도가 미흡한 현재의 제도적·법적 한계로 인해 아동이 죽음까지 당했다. 가정이 더 이상 보호자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사회가 실질적으로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빈곤가정이 밀집된 지역 아동은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노출돼 있으므로 국가와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편성, 빈곤보호 아동에 나서야 하며 빈곤아동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빈곤가정이 밀집된 지역에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아동복지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어 김윤모 청주베다니학교장은 성폭력 가해 청소년 교정 치료를 위해 전문치료기관과 사법기관·보호관찰소·지방자치단체·교육청·사회복지기관은 연계망을 구축해야지 단순 정보제공과 공유 정도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뿐 아니라 다양한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적절한 치료와 시스템 부족은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는 김 교장은 유관기관끼리 상설 협력기구를 만들어 폭력아동과 피해아동을 돕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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