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중요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

청주를 떠난 지 2년이나 되었지만 나는 지금까지 충청리뷰를 구독하고 있다. 애독자인 셈이다.
충청리뷰를 애독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청주시절 가졌던 충청리뷰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정한 선후배와 친구, 그리고 따뜻한 정을 주고받던 이웃들이 있는 청주 소식이 궁금해서이다.
그런데 최근 충청리뷰를 보니 1970년대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를 연상케 하는 ‘백지광고’가 실리는 등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용을 조금 살펴보았다. 이 작은 신문이 지역검찰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다. 청주에서는 이것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덩치에서는 적수가 안 되지만 싸움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청주의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 사회를 비롯, 지역여론이 충청리뷰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불안
나는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청주에서 1998년 초부터 3년간 청주CBS의 보도국장과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청주 분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청주에서 그래도 행세깨나 하고 사업이라도 꽤 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늘 검찰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과 불안 같은 것들이 있었다. 대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왜 그럴까? 작은 도시에서는 권력기관의 몸집이 대도시에서 보다 훨씬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기관이 더 가깝게 보이는데, 그게 친밀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불안심리를 자극한다.
어떤 사건이 터져도 한 다리 건너면 다 알만한 사람의 일이다. 크고 작은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금세 드러나고 알려지는 탓에 자기에 대한 ‘파일’도 계속 쌓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고인’으로 건 ‘피의자’로건 검찰에 언제 불려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언론도 기대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 등 권력기관에는 속수무책인 나약한 언론으로 보고 있다. 불만을 토로하고 호소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청주에 있는 동안 지역 분들로부터 검찰과 관련해 들은 이야기들은, ‘긴급체포를 남발한다’ ‘인신구속을 신중하게 하지 않는다(일단 잡아들이고 본다는 뜻)’ ‘심하게 면회제한(피의자에 대한 접견제한)을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의 보복 수사를 부른 충청리뷰의 기사들도 일별해 보건대 내가 과거에 청주에서 들었던 시민들의 일반적인 불만 사항을 적시한 것에 불과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에 대한 감시이다. 권력의 횡포, 권력의 남용을 국민의 눈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권력의 위세에 눌려지내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그런 신문은 광고 전단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기업 하는 분들이 사주인 일부 지역언론의 경우 검찰 등 권력기관을 건드리게 되면 기업체 또는 자사에 보복이 가해질 것이 두려워서인지 권력기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또 사내의 오래된 그러한 풍토 때문에 젊은 기자들조차도 검찰 등에 대해서는 발표기사 외에 다른 비판적인 기사는 쓸 생각을 안하고 지내는 것 같아 보였다.

검찰 비판 기사 안 쓰는 지역 언론
1998년 5월에 있었던 청원군 강내면의 모자 자살 사건. 청주지검의 강압수사로 인한 사건이라는 것이 당시 충청리뷰 보도로 알려졌지만, 일부 방송을 제외하고 이 사건의 전말을 깊이 취재한 언론은 없었다.
두어해 전엔가는 충북대학교에 대한 검찰의 집중적인 조사가 있었다. 당시 경리계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이튿날 신문에 ‘검찰조사 받고 귀가 후 사망’이라는 ‘인과 관계’를 밝히는 기사가 크게 실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군데인가에서 애매하게 조금 다뤘을 뿐 나머지는 한 줄 비치지도 않았다.
속보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청주 지역 언론의 검찰에 대한 일반적 태도였다. 파고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돌아온 뒤 죽었으면, 근본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거나 심약한 사람일 경우 밤샘조사, 또는 강압적인 수사로 인한 충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검찰청에 조사 받으러 가게 된 경위에서부터 조사 진행 과정, 조사 후 귀가했을 때의 상태 등에 대해 면밀히 취재해야 하며 그러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언론의 상식이다.
그런데 지역의 언론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였고 기자들도 으레 그쪽엔 눈감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비록 작은 시사주간지이지만 충청리뷰는 달랐다.
그때 그 사건을 파헤쳤다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규모와 인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검찰 등 지역의 다른 신문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른바 ‘성역’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충청리뷰는 그만큼 용감했다. 권력에 기죽지 않는 청주, 충북지역의 살아있는 언론이다.
도대체 이 시대에 ‘성역’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지역의 일부 언론은 지금도 그 ‘성역’을 지켜주는 일에 굳세게 앞장서고 있다고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번 충청리뷰의 지역 검찰과의 한판 싸움은 한편으로는 청주시민들의 청주검찰에 대한 저항운동(?) 같은 성격도 있다고 어떤 이는 말한다. 쌓이고 쌓인 불만의 표출이라는 이야기이다.
역대 지검장을 비롯, 검찰 간부들이 검찰청 내에 갤러리를 만들고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등 검찰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애석하게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는 증명이다.
검찰 갤러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3년전 당시, 지역 미술계에서는 수군수군 ‘볼멘 소리’가 적지 않았다. 검찰청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작품을 내놓았다는 한 화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검찰 간부가 직접 나서서 미술품을 좀 전시할 수 있도록 빌려달라(위탁전시)는데 짧은 기간도 아니고…, 못 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검찰청내 복도에 갤러리를 꾸민다는 취지나 의도의 순수성엔 공감한다고 해도 죄인 다루는 검찰청에 드나들면서 예술품 감상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판 것이 아닌 한 자기 작품을 그런 곳에 걸어놓고 싶어하는 작가는 별로 없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내주었다. 기증하는 셈치고.”
지역에서 이러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밖엔 없다.
이번에 청주지검의 보복 수사를 불러 온 충청리뷰의 기사도 서울 쪽 언론의 시각에서 보면 검찰이 그렇게 칼을 휘두를 만한 내용이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역의 언론들이 진작에 다뤘어야 할 기사이며 화제 거리이다. 청주에 사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그간 아무도 쓰지 못한 것을 충청리뷰가 썼을 뿐이다. ‘쬐그만게 감히 우릴 건드려’ 하는 지역 검찰의 오만한 심리가 있지 않았을까?

‘수틀리면 보복한다’는 청주검찰
청주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의 민심을 잘 헤아려 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본다.
지검 간부들도 청주가 투서가 심한 지역이라고 해서 약점 잡히지 않기 위해서 움츠리고 앉아 대인관계를 피하기보다는 광범위하게 여론을 청취하고 싫은 소리도 자청해 들어보는 것이 지역에 올바른 검찰 상을 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청주사회에 충청리뷰같이 쓴 소리를 하는 언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충청리뷰의 검찰에 대한 기사가 진정으로 잘못된 내용이었다면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들이 그처럼 나서서 청주지검 앞에서, 서울의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충청리뷰를 옹호하겠는가.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시인인 윤석위 대표의 경우, 지역에서는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충청리뷰에서는 지난 3월 내사 종결한 사건을 충청리뷰의 9월달 기사에 대한 보복으로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들춰내어 구속했다고 보고 있다. 이 신문 광고주들에 대한 일제 조사도 보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검찰의 슬로건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검찰’이다. ‘힘을 잘못 쓰고 있다’는 비판, ‘민심을 못 읽고 있다’는 지적을 검찰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수틀리면 보복하는 청주검찰’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바로잡기 바란다.
충청리뷰는 어찌 되었던 이번 사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충청리뷰가 바른 언론의 표상으로 지역사회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약력:서울대사대졸업 홍콩대수학 CBS·KBS기자 CBS워싱턴특파원 CBS정치부장(부국장) CBS청주보도국장·본부장 CBS부산본부장
저서:‘북경특파원’ ‘기사로 안 쓴 대통령이야기’ ‘워싱턴리포트’ ‘이정식의 청주파일’ ‘권력과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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