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병원장 공금유용·경영악화 책임물어 사퇴촉구
“충북대병원은 노사관계 악화가 모든 불씨 제공” 여론 비등

충북대병원 정상화는 아직 멀었는가. 병원 건물에는 ‘병원장 퇴진’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검찰에 병원장을 고발조치한 노조는 청주지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병원은 지난해 150일이라는 사상 최악의 장기파업 여파로 아직도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병원측에 따르면 금년 2, 3월에 급여가 늦게 지급됐고, 인건비 등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각종 물품대금 결재를 종전 2∼3개월에서 5∼6개월 이상 연장지급해 8월말 현재 자금보유액은 22억8200만원이지만, 미지급된 물품대금이 약 51억3900만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장비구입도 시급한 상황이나 자금난으로 낡은 의료장비를 교체하지 못하고 각종 시설사업을 최대한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감사 결과 발표후 ‘노사 발끈’

그러나 무엇보다 충북대병원은 노사관계가 좋지 않아 보는이들을 아슬아슬하게 한다. 노사악화에 또 다시 불을 당긴 사건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 이 감사 결과 병원장은 2000년 10월∼2002년 3월까지 총 5400만원의 원장실 운영경비 중 44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노사합의없이 근무형태를 변경하여 단체협약 위반으로 병원장 개인에게 부과된 벌금 500만원을 병원이 대납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의대 교수 5명은 연구비를 지원받은 임상연구에서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베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다른 한 교수는 외부로부터 받은 연구용역비의 일부인 682만원을 가전제품과 여성의류, 골프용품 등의 구입에 썼다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병원측은 61명이 경고를 받는 등 102명의 교수 및 일반 교직원이 신분·행정상의 처분을 받아 병원을 한바탕 흔들어놓았다.
그러나 병원측은 이에 대해 병원장실 운영경비는 원장이 대내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비로 쓸 수 있는 돈이며, 이 경비를 정산하면서 일부 간이세금영수증으로 처리된 부분이 감사원에서 개인용도 사용으로 지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제자의 논문을 베꼈다고 하는 것도 교수가 제자에게 준 동일한 논문을 무심하게 병원 임상 연구비 결과물로 제출한 결과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까지 노사가 싸움만 할거냐”

이런 병원측의 소극적 해명에 비해 노조측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하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국립대병원장이 잘못을 했어도 이사회에서 해임할 수 있는 법이 없었으나, 지난 7월에 병원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11월 26일부터는 효력을 발생한다. 그리고 대학측에서도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 결과에 따른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계획이어서 병원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라고 전제하고 “지금 병원에서는 차기 병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병원장의 공금유용과 경영악화 책임을 물어 현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노조측 대표들은 병원 이사장인 충북대 신방웅 총장과 이사들을 만나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노사관계가 좋으며,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 차기 원장이 돼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노조측은 종전처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병원장을 뽑는 방식을 지양하고 병원장추천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드는 의견도 제시했다는 것.
어쨌든 그동안 충북대병원은 노사관계의 악화가 경영전반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경영악화를 불러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계속되는 적자에 시달리고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은 충북대병원의 이미지를 훼손시킴과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같은 ‘사건’을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무엇보다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병원경영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른 국립대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충북대병원 노사는 언제까지 싸움만 할 것이냐”는 것이 도민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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