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캠프의 표정이 오랜만에 밝아졌다. 국민경선 이후 갖은 악재 속에서 추락을 거듭하던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는데다 여러 가지 호재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당내 분란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고,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도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일주일만에 3만여 명의 개미군단들이 온라인을 통해 10여억원의 후원금을 내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대선을 50일 가량 앞둔 지금 정몽준 캠프에는 ‘비상’이 걸린 반면 노무현 캠프에는 ‘발동’이 걸렸다.

지난 10월 27일 오후 대구를 방문중이던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의 노 후보 지지율이 바닥’이라고 묻자 “맞는 이야기지만 (전체 지지율로 보자면) 97년 때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보다는 훨씬 더 높다”며 “지금 내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로 볼 때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얻은 득표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빅3’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가 한 말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최근 노무현 캠프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97년 대선 때를 이야기한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도 지금의 노 후보보다 더 심하게 망가졌지만, 결국 당내 분란이 마무리된 11월 중순부터 지지도가 급상승해 DJ와 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것이다. 노 후보가 그 때의 이 후보보다는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라는 게 노무현 캠프 사람들의 ‘마무리 멘트’다.

겨울잠에서 깬 노무현 지지율

최근 1∼2주일 사이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통된 트렌드가 있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소폭 상승, 정몽준 의원의 하락이 바로 그것. 이 가운데서도 정몽준 의원의 하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주식에 비유하자면 정 의원의 하락세는 주가 60일 내지 120일 평균이동선을 하향 돌파하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20∼22일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통합신당의 단일 후보로 나섰을 경우 39.7%를 얻어 이 후보(38%)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노풍의 근간이 됐던 수도권과 호남권, 대학생과 사무전문직 등에서 잃었던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정 의원은 최근 3자 대결에서 모두 20%대로 떨어졌고, 지난 10월 25∼2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회창(39.5%)-정몽준(39.4%) 양자 대결을 벌여도 미세한 차이로 이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조사 트렌드가 향후 추세를 읽은 가늠자 역할을 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이 후보는 ‘마의 40%대 벽’을 깨지 못했고, 노 후보 또한 20%대를 상향 돌파하는 힘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의 추락이 뚜렷하게 감지돼 최근 두 달 동안 고착됐던 여론조사 결과가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10월 27일 일본 도쿄에서 ‘정몽준 의원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연루설’을 제기하고 나서 정 의원에게는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는 악재가, 노 후보에게는 정 의원을 역전할 수 있는 호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반노(反盧)·비노(非盧) 그룹인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그 마지노선은 11월 중순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중도포기설’은 희망사항?

그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즉 정 의원이 11월 중순까지 노 후보를 크게 앞선다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정 의원으로 실질적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라면?
“정몽준 의원은 결코 지는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1등 외에는 모두 패자다. 그런 점에서 정 의원은 2등이 보장된다고 해도 1등이 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후보) 카드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을지 몰라도 정몽준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한 번 지켜봐라.”
정 의원의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간혹 노무현 캠프 등에서 정 의원의 ‘중도포기설’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반노·비노 그룹에서 이같은 분석이 나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어찌됐건 간에 노 캠프에서는 정몽준의 거품이 빠지면 그가 추진하고 있는 신당인 국민통합21도 ‘몽당연필‘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회창-노무현’의 양자 구도가 되면 비토그룹이 거세 지지율의 한계가 분명한 이 후보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다분히 노 캠프의 바람이자 희망사항이다.
노 후보쪽에서 제기하는 ‘노무현 필승론’ ‘노풍 재점화론’의 바탕에는 올해 대선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치러질 것이며, 그 변화를 주도할 사람이 노무현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는 대선이 본격화되면 될수록 거세질 것이고, 노 후보의 장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변화에 시동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 노 후보 쪽에서는 그 단초로 최근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던 온라인 후원금을 꼽는다. 지난 10월 17일 김민석 전 의원의 탈당 여파로 정풍은 점차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꺼져가던 노풍이 다시 불었다.
그 결과, 10일만에 3만여 명의 개미군단이 10억원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우리나라 정치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50명 안팎이었던 노사모의 회원 수도 지난 4월 국민경선 때처럼 수백명씩 늘어났다.
이에 대해 염동연 정무특보는 “역대 대선에서 이처럼 대규모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돈을 내고 선거운동에 팔을 걷어붙인 적이 있었느냐”며 “몇 십억이라는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3만여 명의 자발적인 개미군단이 움직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노무현 때리기’ 재개

최근 한나라당의 논평은 그야말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향후 지지율 변화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선행지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논평에서 자주, 더 세게 얻어맞는 후보일수록 지지도가 높거나 높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한나라당이 낸 논평을 보면 정 의원과 관련된 것이 24개인데 반해 노 후보는 9개 머물렀다. ‘조지는’ 강도 또한 정 의원을 ‘쇠방망이’로 두들겼다면 노 후보는 ‘솜방망이’로 때리는 시늉만 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10월말로 접어들면서 노 후보와 정 의원을 ‘공평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 후보 쪽에서는 한나라당으로부터 두들겨 맞으면서도 속으로는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노 후보가 오랜만에 이 후보의 카운트 파트너로 인정받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그동안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던 당내 분란이 수습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때 최대 탈당 규모가 50명을 넘어설 것처럼 보였던 민주당의 내분은 정 의원의 지지도 하락과 4자연대의 무산, 후단협의 자충수가 겹쳐지면서 급속히 봉합됐다. 게다가 친노와 반노의 완충지대에 머물던 한화갑 대표 쪽의 의원들이 조건 없이 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친노-반노의 대립이 언론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10월말 어느 날 민주당 기자실에서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가 한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언성을 높였다. 옆에서 듣자니 의원 쪽에서는 “왜 내가 탈당파에 속했다고 기사가 나갔느냐”며 정정보도를 요청한 듯 싶었고, 그 기자는 “이미 확인하고 쓴 것인데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탈당을 불사하겠다면 공개 모임을 갖던 때가 불과 며칠 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당내 분란이 수습되고 지지율이 꿈틀거리며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노 후보 쪽의 근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노 캠프에서는 막바지 대선전략을 놓고 강·온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호남+α’ 전략과 ‘선(先)영남·수도권, 후(後)호남 껴안기’ 전략이 맞서고 있는 것. 이 둘은 ‘탈(脫)DJ’에 대한 입장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탈DJ’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를 끌어안은 뒤 수도권이나 영남 등 다른 지역의 세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논리고, ‘탈DJ’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노 후보가 ‘호남+α’ 전략처럼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게 되면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과감하게 개혁 행보에 가속도를 붙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똑같이 걱정하는 문제가 있다. 만에 하나 노 후보가 지금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향후 대선 전망은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살려낸 불씨를 꺼뜨리게 된다면 꺼진 것처럼 보였던 후보 단일화의 불길이 다시 타올라, 노 후보가 그 불에 타들어 갈 수도 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노 후보는 이미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셈이다. ◑

네티즌 칼럼 ▶▶ 프로야구 LG의 이변과 노무현의 잠재력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www.knowhow. or.kr)에는 30여 명의 네티즌 칼럼니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정치평론을 올린다. 최근 노풍(盧風)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LG와 노무현의 숨겨진 전력을 재미있게 분석한 네티즌 칼럼을 소개한다. <편집자>

LG의 승리를 누가 예측했으랴! 오늘(10월 26일) 한 판을 이겼다고 LG가 코리언시리즈를 제패한다는 장담은 못하지만 전문가들도 LG의 상승세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상 LG의 상승세는 예측될 수 있었고 또 예측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왜 난다긴다 하는 전문가들도 LG의 상승세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아시다시피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투수력에서 LG가 기아나 현대보다 더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 점을 바로 포착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LG의 허약한 선발진을 지적하며 현대나 기아의 투수력이 LG에 앞선다고 말하고 있다. 통계로 보면 분명 LG의 선발진은 약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 통계는 LG 김성근 감독에 의해 조작(?)된 통계이기 때문이다. LG 선발에 10승 투수가 없는 이유는 선발이 약한 이유도 있지만, 든든한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있기에 김성근 감독이 여차하면 선발을 내리고 중간계투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LG의 선발은 완투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기록상 승수는 중간계투나 마무리에 돌아갔다. 이 때문에 통계는 왜곡되었고 외견상 LG 선발의 실력은 과소 평가되었다.
야구에는 이변이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과연 그럴까? LG의 상승세는 이변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명백한 실력 차이다. 단지 전문가들의 눈에 포착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패넌트 레이스 후반기 성적만 잘 비교해 봐도 LG가 전력상 다른 팀에 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변은 없다. 알고 보면 다 실력대로 가는 것이다.
정치에도 이변이 있다. 과연 이변일까? 천만에! 전문가들의 눈에 포착되지 않고 있을 뿐 노무현에게는 진작부터 감추어진 ‘플러스 알파’가 준비되어 있었다. 프로야구를 보라! 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가곤 한다. 하물며 일반인의 예상이 들어맞을 리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의 예상은 늘 빗나간다.
언제 반전되는가? 사람들은 저마다 예상을 하고 특정후보에 배팅을 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확신이 들 때 태도를 바꾼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대결 1라운드다. 일반의 예상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는가? 천만에! 이미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은 이미 태도를 바꾸기 위한 논리 개발에 들어갔다. 흥미진진한 2라운드를 기대해도 좋다.
왜 일반의 예상은 늘 빗나갈까? 통계에는 항상 허수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선발진의 승수에 김성근 감독의 중간 계투작전이 영향을 미쳐 통계를 왜곡하고 있듯이, 대선후보의 여론조사 역시 왜곡된 통계를 제시할 뿐이다.
유권자는 두 개의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정몽준은 연애하기 적당한 파트너이고 노무현은 결혼하기에 적당한 파트너이다. 최종적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찬바람 불면 연애는 끝난다. 길어도 2주일 이상 가지 않는다. 그때서야 노무현의 ‘숨겨진 플러스 알파’가 빛을 발한다. 무엇인가? 일주일 동안 모인 12억원이 숨겨진 노무현의 플러스 알파이다.
김동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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