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967억원 대전 4% 충남 7.8%보다 높아
지난 10일 충북도의회에 족히 수백쪽은 됨직한 두툼한 서류가 건네졌다. 집행부인 충북도가 도의회 심의를 받기위해 제출한 '2002년도 충북도 예산(안)'이었다.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은 매년 12월16일로 못박혀 있는데, 올해는 이 날짜가 일요일에 닿는 관계로 하루 앞당겨지게 된다. 이처럼 충북도의 내년도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도정의 '창(窓)'인 예산안의 처리시한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일반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 예산안은 의회심의-의결과정에서 어떻게 '요리'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만 말하자면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다. 그러나 집행부 편성 예산안에는 충북도의 내년 살림살이 계획과 이에따른 '씀씀이' 계획이 투영돼 있다는 점에서 새해 도정의 큰 줄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들이 숨어있다.
따라서 다소 골치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잠깐 '돋보기'를 들고 예산안을 살펴보는 성의만 갖는다면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2002년도 도정의 굵직굵직한 현장에 미리 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앉아서 잡게 되는 것이다.
<편집자주>

충남보다 증가액 많아
"충북의 내년도 살림살이 증가율이 대전 충남의 그것보다 훨씬 높잖아? 뭐가 잘못된 것 아니야?"
충북도의 내년도 예산안이 금년의 예산규모(당초) 1조1555억원보다 12.2%가 증가한 1조2967억원으로 확대 편성돼 팽창예산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가 도의회에 심의를 요구한 2002년도 예산안은 일반회계의 경우 올해보다 830억(9.1%)이 많은 9962억원, 특별회계는 582억(24.0%)이 늘어난 3005억원으로 구성돼 올해보다 총 1412억원이 증가함으로써 외견상 확대지향적 예산편성 기조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도표참조)
충북도의 예산규모 증가율을 이웃 충남 대전과 비교하면 더욱 명료하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각각 4%, 7.8% 증가한 1조4054억원과 1조7568억원으로 편성됐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충남의 예산규모는 절대액수 기준으로 충북보다 4600억이 더 많은 수준. 그러나 예산 증가규모는 충북(1412억원)이 충남(1376억원)보다 오히려 많아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이처럼 충북도의 예산이 두자릿수로 증가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내년도에 있을 대선및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조차 선심성 행정을 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적정한 수준에서 짰다"
그러나 충북도를 중심으로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팽팽하다.
내년도 예산규모가 올해의 당초예산보다는 늘었지만 올 추경안과 비교할 때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큰 규모의 팽창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물론 당초예산은 당초예산끼리 비교하는 게 순리라는 점에서 결정적 허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 관계자는 "대전 충남의 경우가 오히려 비정상으로 보인다. 이들 지방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너무 보수적 관점에서 편성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보가 강원도와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을 알아본 결과 강원도는 1조5165억으로 올해(1조3076억원)보다 16% 증가했고, 제주도는 올 당초 예산 6563억원보다 1548억원 23.6%나 늘어난 8111억원으로 편성됐다. 충북의 예산팽창이 되레 미미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목.

세입추계 문제없나
어쨌든 예산의 팽창편성 여부를 살펴보려면 일단 세수추계가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봐야 한다. 충북도 예산안을 보면 지방교부세와 양여금, 보조금을 금년보다 718억(12.0%) 늘어난 6745억원으로 계상했다. 총 예산증가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
반면 지방세는 국내경기의 여건을 감안해 129억원(5.1%) 증가한 2643억원으로 추계했다는게 도의 설명이지만, 내년도 경기전망이 워낙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도 관계자는 "정부지원사업비는 2002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른 내시 및 예상액을 감안해 이같이 세입을 추계했다"고 했다. (15면 별도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이는 앞서 지적했듯 내년에 중대한 정치일정이 몰려있는 점을 감안한 중앙정부가 팽창예산을 앞장서 주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의 대두도 초래하고 있다.

소비적 복지에 집중?
예산편성의 선심성 여부 논란을 가리기 위해선 세출항목을 살펴 보는 게 관건이다.
공무원 임금 등 경상적 경비를 제외한 내년의 투자적 사업예산은 8334억원으로 올해 7476억원보다 858억원이 늘었다. 이를 놓고 충북도는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지방정부의 재정투여가 민간부문을 촉진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과대포장의 느낌도 있다.
또 제3자 입장에서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예산이 타항목에 숨겨져 편성됐을 가능성도 늘상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어쨌든 도는 내년에 복지농촌 구현에 1233억원을 비롯, 생산적 사회복지구현에 2581억원, 지역경제활성화 540억원, 지역개발사업에 410억원 등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이름의 항목 내부를 일일이 볼 수는 없지만 1회성·소모성 경비를 중심으로 생산적 복지보다는 소비적 복지에 치중된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은 '생산적 사회복지 구현'이라고 했지만, 극빈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보호지원 항목(800억원 책정)은 그 절박성과 당위성을 이해해도 소비적 복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예산안을 심의 의결해야 할 입장에 있는 충북도의회에 넘어가 있다. 예산안 심사에 투입할 인력과 시간이 가장 많고, 또 그것이 본령의 임무인 도의회에서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 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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