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잠재우고, 순수 지역발전 역할 선언

자치단체장 아니고도 지역발전 기여할 진정한 원로
‘일 많이 하는 시장’ 이미지 여전히 시민들에게 남아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몸값이 귀한 사람은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다. 각 정당이 그를 모시지 못해 안달이다. 그러나 나 전시장은 8일 선거불출마를 공식화하고 순수 자연인으로 남아 지역발전에 힘쓸 것을 선언했다. 많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기정 전 시장이 출마설에 휘말린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당장 인물이 아쉬운 열린우리당이 가장 먼저 손짓을 보냈고, 충북에 확실한 교두보가 절실한 국민중심당도 끊임없이 그의 영입을 추진해 왔다. 최근엔 무소속 연대를 모색하는 세력들까지 나 전시장의 온기를 쐬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 전시장이 평소 지방선거에 정치개입을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불출마로 나타났다.

나기정 전시장이 이처럼 정치권으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물론 인물경쟁력 때문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정통 관료의 길을 걸어온데다, 민선 청주시장을 역임한 것이 호의적 평가의 배경이라면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나 전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자꾸 거론되는 결정적 근거는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비록 상대 후보에 패해 지난 4년간 야인의 삶을 이어왔지만 나 전 시장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일 많이 한 시장’ ‘일 욕심 많은 시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자치단체간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에서 그의 이런 공직상이 시민들에게 더욱 간절하게 다가 온 것이다.

때문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한번 더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으로부터 막바지 영입경쟁 1순위가 됐다.

그러나 그의 출마설은 모두 주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본인 스스로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특히 당선 가능한 청주시장 후보가 아쉬운 열린우리당이나, 충북에 포스트가 절실한 국민중심당이 나 전시장을 겨냥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의 발로였지만 정작 본인은 흔들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해 왔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패하고도 상심하지 않고 곧바로 사단법인 미래도시연구원의 산파를 맡아 이곳 책임자(원장)로 일하는 것도 나 전시장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가늠케 한다. 그는 사적인 대화에서도 주로 청주 시정에 대한 ‘정책적 발상’을 얘기하는 바람에 상대로부터 재미없다는 볼멘소리를 곧잘 듣게 된다. 그만큼 재선 실패에 따른 아쉬움이 일 욕심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 전시장이 책임자로 있는 (사)미래도시연구원은 처음 많은 오해를 받았다. 나 전시장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가해졌다. 그러나 미래도시연구원은 설립 당시부터 탈정치를 선언한 순수 민간 기구로, 지역을 바르게 이끄는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때문에 명망있는 원로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덕영 전 충북지사가 이사장을 맡았고, 정종택 충청대학장이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도내 각 대학의 학장들이 학술위원을, 박석순(진명건설 대표) 오선교씨(선건축엔지니어링 대표) 등 신뢰받는 성공한 기업인들이 운영위원을 맡음으로써 각종 정책 제안의 산실이 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나기정 전시장이 자신과 관련된 출마설을 불식시키고 연구원 활동에 전념할 뜻을 밝힌 것은 이 연구원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실히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사)미래도시연구원 이욱사무국장은 “우리 지역에 원로문화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번 나기정원장님의 현명한 결정으로 이런 문제에도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그 분이 앞으로 지역의 진정한 원로로 활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도시연구원은 말 그대로 청주의 미래를 걱정하고 연구하며 정책적 대안을 제안, 건의하는 순수 연구 기구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나기정 전시장의 판단이 옳다. 꼭 선거에 나서 자치단체장이 되지 않더라도 지역을 위하는 길은 많다.

초심을 지켜준 것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긍지를 느낀다. 이원종지사의 불출마에 버금가는 신선함을 시민과 도민들에게 안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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