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에 가보면 중죄(重罪)보다는 대개 폭력 절도 사기 횡령 교통사고 등 경미한 사건들이다. 따라서 검찰에 송치된 사건들은 검사실 참여계장 손에서 대개 조사되고 만다. 이 단계에서 피의자가 벌금전과라도 붙어있는 만만한 상대다 싶으면 확고한 유죄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식기소라도 때리지 결코 무혐의처분 하질 않는다. 항소 상고까지 거치자면 1, 2년 혹은 그 이상도 걸린다. 불구속사건이라도 무겁고 권위적인 법정에 들어가 변호사사건이 끝나도록 1, 2시간씩 기다려 2, 3분의 심리를 마치는 재판을 받는데 소진되는 심적 정신적 물적 시간적 고통과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허리휘고 골병드는 건 힘없는 국민들이다. 전국 어느 경찰 검찰 법원을 가보아도 사람들로 붐비고 구치소 교도소는 수용인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땅은 정녕 범죄자천국이란 말인가. 검찰에 구속되어 재판받고 무죄로 석방되는 사람들이 1년에 1,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돈 없어 변호사도 선임 못한 채, 또 부실한 변론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상상만 하여도 소름끼칠 노릇이 아닌가. 재판을 받음으로 인하여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그의 사회적 명성은 훼손당하고 만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여 공소제기의 권한을 검사에게 집중시켜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함으로써 검사의 자의와 독선으로 법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을 규제하기 위하여 고소인 고발인에게 불기소처분의 취지와 이유를 고지하게 하고 검찰청법은 검사의 불기소결정에 대하여 불복있는 고소 고발인은 항고와 재항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여기에 현실적으로 허명무실(虛名無實)한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에게는 골병들기 알맞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검찰항고 재항고는 허망하기 짝이 없다. 대개 ‘이유’같지도 아니한 자의적이고 독선적인 설명 몇 줄, 그나마 자세하고 친절하면 동티나고 권위가 추락하는지 맺음말은 으레 ‘…없음’ ‘…통지함’ 등으로 반말투 비슷하게 기재한다.
다수 국민들이 때론 밤잠을 설치고 피를 말리듯 노심초사해온 항고 재항고 사건에 대하여 그야말로 거두절미 이유설명 한마디 없이 <원 검찰청 또는 고등검찰청 검사의 항고기각 결정은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 없음>, 국화빵 찍듯한 일방통행식 결정주문 통지서 한 장으로 끝이니 누가 이같은 검찰처분에 승복할지 묻고자 한다.
차라리 무죄인이라도 붙잡아다가 “네 죈 네가 알렸다” 또는 “넌 죄 없으니 그냥 돌아갚 이러면 피차 지지고 볶을 것 없이 얼마나 간편하랴. 좀 개선되었다곤 하나 아직도 경찰조서가 공소장 되고 공소장이 ‘판결서’되는 판이니 동일한 사건을 가지고 경찰 검찰 두군데를 불려다녀야 하는 고충도 덜어주기 바란다. 죽을 중죄 아닌 바에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일부 법관마저 가재 게편들 듯 검사의 ‘유죄’를 무죄로 감싸주기 위하여 엉터리판결문 기재하기를 주저하지 아니하니 가위눌린 백성은 어찌 살는지 묻고자 한다.
법률피해는 이에 멈추지 않는다. 정작 처벌받았어야 할 범법자들이 무혐의처분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또 무고한 사람들에게 갖가지 피해를 주고 고소 고발하기를 주저하지 아니하니 이 국력소모의 악순환은 어찌 할 것인가. 정부당국은 조속히 재정신청제도라도 활성화시켜 잘못된 국가공권력에 의해 권리권익 침해를 당한 국민들에게 적으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한천석님은 경기도 안성출신으로 우리나라 법조 컬럼, 법조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주요 작품과 컬럼으로 <원심을 파기합니다(전 2권)> <이 땅의 법문화 이대로 좋은가> <30년만 살아라> <검.경의 인권유린 무풍지대인가> 등이 있다.
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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