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지사 당적문제가 또 한번 요동을 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지사의 당적 논란은 자민련 소속인 그가 과연 한나라당으로 옮길 것이냐의 여부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최근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관련, 충북도지사 후보에 한해선 민주, 자민련이 결국 공조할 것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색다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요점은 이원종지사가 한 때 공동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자민련의 단일후보로 나선다는 것이다.
이같은 민주 자민련의 연대설은 우선 양당의 절박함에 기인한다. 집권 여당이면서도 아직도 마땅한 후보를 못내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자민련과의 연대를 차선책으로 검토할 만하다. 현재를 기준할 때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지사가 만약 한나라당을 택한다면 민주당으로선 이보다 더 불리한 여건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자체적인 대항마를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당선권은 고사하고 시기적으로 얼굴 알리기도 벅차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홍재형의원의 막판 출마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난제를 감안, 단시일 내에 당선권에 진입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비록 완벽한 자당 후보는 아니지만 자민련과 연대해 도지사를 거머쥔다면 반타작에 따른 정치적 명분은 어느정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말이 연대지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안 내면 그만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3당이 모두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이 가장 불리할 수도 있다.

이지사 붙잡을 현실적 명분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고민하지 않을수 없다. 현재 충북에서 정당지지도가 가장 낮은 자민련을 이지사가 끝까지 고수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6월 지방선거가 정당구도로 흐른다고 가정할 때 재선을 바라는 이지사가 굳이 불리한 정당을 고집할 현실적 명분은 없다. 자민련 역시 마땅한 대안 없이 단순히 이지사의 ‘의리’만을 목빠지게 바라보기엔 현실정치의 냉혹함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가정이지만 만약 이지사가 떠난다면 자민련의 입장에선 도지사선거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차피 자민련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이원종카드로 승부수를 띄워 충북에서 정치적 회생을 꾀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현재로선 이원종 없는 자민련은 사공이 없는 나룻배나 마찬가지다. 명분상으로도 그렇다. 결국 이런 분위기에서 자민련이 이지사를 붙잡으려면 당장 민주당과의 연대를 그 해법으로 상정해 볼만한 것이다.

한나라당을 흔들기 위한 “음모”

도지사 후보에 한해 민주-자민련의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나라당 역시 연대설의 진원을 의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을 한번 흔들어 보려는 저의가 의심된다. 두 당이 갈라선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붙겠다는 것인가. 지역에 따른 전략적인 연대는 오히려 충북 정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나마 두당에 남아 있는 지지세마저 이탈시킬 수 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지사의 한나라당 영입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밝힌 또 다른 관계자는 “연대설 자체가 충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데서 나온 것으로, 이는 그야말로 아무런 정치적 명분이 없다. 유권자들의 심판을 스스로 자초하는 어리석은 처사가 될 것”고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 자민련의 도지사후보 공조설은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이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고문은 다른 곳은 몰라도 충청권에서 만큼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서로 연대해 시.도지사 후보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대권 쟁취를 위해 오는 4월 20일 대선후보 확정뒤 충청권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이고문의 입장에선 광역자치단체장을 한나라당에 넘긴다는 것 자체를 몹시 꺼릴 수 밖에 없고, 때문에 현재 그가 JP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충청권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바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비록 대선출마를 선언했지만 종국엔 타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기사회생을 꾀할 수 밖에 없는 JP의 의중과도 맞아 떨어질 수 있다.

이지사 한나라당행 비관론 확산

이와 관련, 한가지 관심을 끄는 사항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지사의 한나라당행에 대해 일종의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지사가 한번 탈당했던 한나라당에 다시 돌아가는 문제에 있어 도의적인 측면의 정치적 부담감만이 크게 부각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후보를 자유경선에 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함으로써 이지사의 운신폭은 오히려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을 가정한다면 하향식의 공천낙점은 차라리 정치적 반발을 조기에 희석시킬 수 있지만 자유경선으로 우열을 다툴 경우 당적 시비가 결정적 아킬레스건인 이지사는 오히려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지사의 한나라당행은 이미 물건너 갔다. 아마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언론에서도 불필요하게 소모적 논란을 부추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지사의 한나라당행은 당장 내부 당원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봉착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금 한나라당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선거에 임박해서 벌어질 공천 후유증 아니냐. 도지사 후보 문제에 있어선 특히 심할 것이다”며 역시 비관론쪽에 힘을 실었다.

연대설에 민주 자민련은 “가능한 일”

민주 자민련의 도지사 후보 공조설에 대해 자민련측은 “굳이 아니라고 부정은 않겠다. 상황에 따라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측은 “연말의 대통령 선거를 전제하면 여러 가지 변수를 가정할 수 있고 그 하나가 충북도지사 후보의 민주 자민련 연대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문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에나 구체적 명분을 얻을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 한덕현 기자




이원종 충북도지사
이지사는 지금 양동작전중?
“입장표명 지연으로 몸값 높이고, 타 후보 부상 견제 효과”

이원종지사는 자신의 당적 논란에 대해 시종 똑같은 말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굳이 정치적인 문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변으로부터 하도 여러번 질문을 받다 보니까 어느땐 토씨 하나 안 틀리는 답변이 돌아 올 정도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당적을 놓고 주변에서 제멋대로(?) 찧고 까부는 것에 아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지사의 당적논란은 오랫동안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고, 그 책임은 본인에게도 있다. 공식적으로 “자민련에 끝까지 남겠다” 식의 단정적 발언이나 혹은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식의 여운을 전혀 풍기지 않음으로써 각종 억측만 양산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최근엔 이것도 한가지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적극 제기되고 있다. 소속 정당인 자민련 뿐만 아니라 현재 충북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과 여당인 민주당까지 이지사에게 목을 매는 형국에선 시간을 끌면 끌수록 몸값이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이를 이지사측이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당선택을 마지막까지 미룸으로써 타 후보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타 정당들이 선거에 임박해서도 이지사에 대한 러브콜에만 치중할 경우 다른 인물의 발굴에 소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이지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공산이 크다. 과연 꿩먹고 알까지 먹는 이같은 구도가 현실화될지 아니면 희망사항으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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