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젤도 없어, 작업장이라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어. 단지 나는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을 그릴뿐이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말이지…”
전시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김형식 옹(76)은 이렇게 말했다.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조흥문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김 옹이 99년 첫번째 개인전 이후 여는 3년만의 ‘외출’이다.
격정과 혼돈의 시기, 사회주의에 몰두에 20여간 수인(囚人)생활을 해야했던 김 옹은 처철했던 삶을 캔버스와 유화물감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번도 그림을 놓을 수 없었다는 김 옹은 20여년 수인생활을 마친 72년부터 조금씩 그린 작품들을 모아 첫전시를, 이번에는 39점의 작품들을 모아 두번째 전시를 열었다.
죽음과 가까운 색조, 소량의 물감들을 사용하여 표현한 뻥 뚤린듯한 ‘고목’시리즈, 빨치산의 마지막 고지였던 ‘갈산고지’ 등 그의 그림에 그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도종환 시인은 “뻥 뚤린 듯한 고목에도 계절이 있고 , 꽃이 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설가 김정애씨는 “그림들이 많이 깊어졌다. 서양화 기법에서 동양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난다”고 평했다.
이에 김 옹은 “말할 수 없는 변화겠지요. 이제는 원숙한 단계에 이르렀어요. 한 작품 한 작품 삶을 투영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생산합니다. 곧 내 생명, 삶과 같은 작품들이니까요”
김형식 옹은 1926년 충북 괴산군 소수면 수리 출생, 45년 서울 배재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해 4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입교, 49년 중퇴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배재중학교 시절로 이순종선생(동경 오에노 미술출신)으로부터 사사했다. 현재 고향인 괴산면 소수면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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