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직주공 재건축 사업, 포스코 건설 이어 롯데·대우건설도 가세
청주지법 조합 인가취소 확정, 향후 총회 개최 주도권 각축전 예상

주택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청주 사직주공 재건축 아파트사업 시공업체 선정에 1군 대기업 건설사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9월 포항제철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단이 청주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롯데건설, 대우건설도 21일 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 설명회를 열였다. 롯데·대우건설 복수지명안은 인가취소된 구 조합파(조합장 한범순)와 설계업체인 꼬레아건축(회장 오수복)이 제시했고 포스코건설 단독안은 나영환부조합장을 중심으로한 조합 재결성파에 의해 제시됐다. 문제는 조합이 해체된 상태에서 두 그룹이 각각의 시공업체를 내세워 별도의 총회를 준비하다보니 조합원들의 혼선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합이 가동할 땐 시공사를 찾지못해 애를 먹었고, 시공사를 확보하고 나니 조합이 취소돼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의 경과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지난 98년 조합결성 이후 시공사 선정문제로 난항을 겪어온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11월 청주시가 조합에 대해 설립인가 취소처분을 내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시 조합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3단지 조합원 800여명이 조합 탈퇴서를 작성해 시에 제출했다. 시는 탈퇴서를 인정하고 조합구성 요건에 미비한 기존 조합에 대해 인가 취소결정을 내리게 된 것.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중도하차한 풍림산업과 법적분쟁에 휩싸인 조합집행부는 사실상 구심점을 잃고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편 구 조합집행부는 청주시의 인가취소 결정에 반발해 조합원 집회를 소집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청주지법은 지난 10일 “재건축조합을 설립한 경우 조합원 2/3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조합설립후 2년이내에 사업추진 계획승인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주시의 설립인가 취소는 당연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사직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주택조합은 법적인 실체가 사라진 셈이다. 따라서 재건축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조합 재구성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이 4년간 공전을 거듭하면서 조합원들간에 반목과 불신의 골이 깊어져 2·3단지를 한데묶는 대통합의 조합결성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일단 공신력있는 유수한 시공업체를 내세워 조합원들을 세규합하겠다는 것이 구 조합파와 조합 재결성파의 의도라도 볼 수 있다. 이에따라 나영환 전 부조합장과 최진주 전 감사가 주축이 된 재결성파는 지난 9월 3일 청주시내 모처에서 특별대의원회를 소집해 1군업체인 포스코건설의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40분동안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에 대한 영상자료 상영과 화상브리핑을 진행해 1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조합 재결성파는 ‘한범순 전 조합이 감사의 정당한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거부했다’며 조합원 590여명의 서명을 받아 9월 19일 청주지법에 임시총회소집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법원이 임시총회 허가결정을 내릴 경우 오는 11월중 임시총회를 소집, 조합집행부를 새로 선임하고 포스코건설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겠다는 것이 재결성파의 계획이다. 조만간 법원이 임시총회 허가결정을 내릴 경우 재건축사업의 주도권은 사실상 조합 재결성파로 넘어간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온 구 조합파는 사업시행사였던 청주 꼬레아건축(회장 오수복)을 통해 대우건설·롯데건설을 시공 희망업체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의 기본설계를 맡았던 꼬레아건축은 사운을 걸고 시공사 유치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는 군인공제회를 사업시행사로 잡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결국 1군업체인 대우·롯데를 시공 희망업체로 유치해 ‘막판 뒤집기’의 가능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 황안모 전 조합장이 중심이 된 3단지 조합원들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진작부터 기존 조합과 결별을 선언했던 3단지는 그동안 2단지와 대지분할을 통한 독자적인 재건축사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청주시는 현행법상 대지분할이 불가하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어 결국 구 조합파와 재결성파의 유치 경쟁속에 종속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시공사 선정이 여의치않아 조합 설립인가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던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에 1군 업체들이 대거 몰리자 많은 조합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올해 개신동 D아파트가 평당 분양가 400만원대로 성공적인 분양을 마쳤다. 분양가 400만원 수준이면 청주 재건축사업에 승부를 걸 만하다. 조합인가가 취소된 상태라서 걸림돌이 되지만, 조합원들이 1군업체들의 구체적인 사업설명회를 듣고 다수 의견을 결집한다면 조합 재결성 문제까지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대우·롯데건설, 3자 대결 가능할까?
구 조합파- ‘포스코는 안돼’, 재 결성파 - ‘3자 경쟁 해보자’

포스코건설에 이어 대우·롯데건설은 지난 21일 구 조합사무실에서 5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양 사는 보이지않는 신경전을 벌이며 자사 PR에 열을 올렸다. 특히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경쟁업체간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어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사실상 시공사를 희망하는 3개 업체는 국내 굴지의 주택건설업체로 어느 회사가 맡더라도 사업추진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켜 조합원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취재진은 대우·롯데건설을 유치한 구 조합파에 포스코건설의 참여가능성을 질문했다. “포스코건설은 작년말 조합집행주가 직접 찾아가 참여를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이후 대표성도 없는 몇몇 사람들과 손잡고 일방적인 사업설명회를 연 것이다. 더구나 포스코가 참여한다면 기왕의 2개 업체가 과열경쟁을 우려해 발을 뺄수도 있기 때문에 동시참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범순 전 조합장의 의견이다.
이에대해 포스코건설을 유치한 조합 재결성파의 나영환 전 부조합장은 “우린 어느 업체든 희망하는 업체는 다 참여시키자는 입장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조합원의 몫이 커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아닌가? 대우·롯데가 좋다면 11월 예정인 임시총회 전에라도 포스코와 3자간에 사업설명회를 다시 열 수도 있을 것이다. 특정업체를 배제하려는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사직주공 재건축사업은 청주지법의 임시총회 소집허가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시총회 허가가 난다면 연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임시총회가 불발일 경우에는 신규 조합구성을 둘러싼 세싸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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