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 70주기 합동행사 참여거부

최근 청주와 서울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 70주기 추모’라는 똑같은 명칭의 학술세미나가 열려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지난 17일 ’단재문화예술제전추진위원회‘(이하 단재제전추진위) 주최로 청원군민회관에서 추모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청원군과 청주보훈지청이 11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4명의 발제자가 주제발표를 했다.

닷새뒤인 21일 오전에는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단재사당에서 단재선생 70주기 추모식이 거행된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역시 추모 학술대회가 열렸다. 국가보훈처로부터 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진행됐다. 서울 학술대회를 주최한 단체는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 70주기 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원회)로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과 도종환 시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단재제전추진위는 지난 96년부터 매년 12월 단재문화예술제전 행사를 개최했고 손홍렬 전 청주대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박정규 전 청주대교수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같은 순국 70주기 학술대회를 ‘왜’ 두 단체가 따로따로 개최했을까. 추모위원회는 서울·지방에 산재한 단재선생 추모단체들의 연합체적인 성격으로 순국 70주기 행사를 공동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조직됐다. 지난 1월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모임을 갖고 김원웅 의원(단재기념사업회장)과 도종환 시인(민예총 청주지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 단재제전추진위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추진위를 주도해온 박정규 교수는 지역 인사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추모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박교수는 “각 단체의 특성에 따라 단재선생을 기리는 다양한 형태의 추모행사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학술대회도 작년부터 우리 추진위가 준비해 왔는데, 추모위원회가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의 선후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독자노선’을 표방한 박교수는 추모위원회가 주최한 전국 학술대회와는 별도로 청주 학술대회를 강행한 것.

이에대해 작년도 단재제전 기획을 맡았던 W씨는 “급박하게 프로그램을 짜다보니 행사뒤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작년 행사가 끝난 직후(12월 중순) 올해 70주기 기념행사는 사전기획에 따라 진행하자는 뜻에서 나름대로 기획안을 짰고 박 교수에게도 전달했다. 대략 내용은 서울·청주의 단재 추모단체가 연합해 학술대회, 유적답사, 추모공연 등을 함께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 1월말 합동 추모위원회가 구성된 뒤 박 교수에게 자체 학술대회 추진을 중단하고 공동학술대회를 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 관계자는 “단재 추모사업에 대해 지역 인사들간에 견해가 다르다는 얘기는 전해들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국 70주기 학술대회가 며칠 간격으로 서울에서도 개최되는지 몰랐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국 학술대회를 지역으로 유치하거나, 통합해서 국제적 행사로도 키울 수 있지 않았겠는가? 공공예산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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