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선생 국적취득, 새 묘역 조성 미해결 상태
단재 추모행사, 선택과 집중의 고민 부족

충북 출신의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이 올해로 순국 70주기를 맞게 됐다. 도내에서는 지난 95년 뜻있는 인사들이 청주 예술의 전당 광장에 단재 선생의 동상을 건립하면서 본격적인 추모사업을 시작했다. 매년 2월 21일 고인의 기일을 맞아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단재사당에서 추모식을 연다. 또한 12월에는 단재문화예술제전을 통해 공연, 전시, 세미나 등의 복합행사를 펼친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선양사업을 벌인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단재선생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고, 묘는 임시방편의 이장묘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재의 국적은 해외 독립운동으로 국내 호적이 멸실된 뒤 중국 여순감옥에서 숨져 광복 이후에도 호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단재 선생의 묘소는 지난 2004년 며느리 이덕남 여사가 당초 단재사당 뒷편에 조성한 봉분의 토사유출 사고가 잦자 독단적으로 20m 떨어진 옛 집터에 임시묘를 쓰고 이장시켰다.

   
단재선생의 국적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무국적사망독립유공자의 국적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독립유공자 유족단체를 통해 파악된 무국적 독립운동가는 충북 출신인 단재 신채호 선생, 김규식 선생, 이상설 선생을 비롯한 총 9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원웅 의원은 “현행 국적법은 국적취득자로 ‘출생할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자’로 규정하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사망한 자에 대한 국적 부분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독립운동가에 훈장을 수여하는 명예회복보다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에서는 후손들이 개별적으로 법적소송을 통해 국적취득을 하라고 하지만 광복선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제기를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은 단재선생 묘역을 새롭게 조성하기 위해 사당 인근에 800여평의 부지를 매입키로 하고 외지에 사는 소유주와 매입 협의를 하고 있다. 감정가보다 높은 땅값을 요구해 청원군이 선뜻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청주 고령 신씨 문중에서 설득에 나서고 있다는 것. 단재 선생은 1936년 중국 만주 여순 감옥에서 옥사했으며 이듬해인 37년 선생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청원 낭성에 유골을 안장했다. 충북도는 지난 1993년 선생의 사당과 묘소 일대를 지방기념물 제90호 지정했다.

단재 선생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열리는 각종 기념행사에 대해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적으로 단재 추모행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역시 단재문화예술제전이다. 지난 95년 단재제전이 시작했고 해마다 행사규모가 커져 작년 10주년 행사에는 국·도·군비를 포함해 총 50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하지만 추진위원만 120명에 달하는 단재제전추진위가 매년 행사준비를 위한 실무조직의 가동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행사의 주도적 역할은 박정규 교수가 맡고, 해마다 집행위원장이나 기획위원을 내세워 행사 전반의 실무를 맡기고 있다. 지난해 단재제전 10주년을 기념하는 큰 행사를 앞두고도 추진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단재제전 행사의 컨텐츠 다양화와 함께 합리적 논의구조와 민주적 절차라는 하드웨어상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규모를 감안하면 특정인에게 맡기기보다는 실무준비위원회 성격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박정규 교수는 “120명 추진위원이 모두 모일 수는 없고 가능한 몇 분들이 해마다 논의를 거쳐 행사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 별도의 준비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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