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群舞, 아직은 시기상조
11월초 지역정계 개편 가닥 잡힐 듯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어지럽게 진행될 조짐이다. 충북의 움직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런 분위기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곤 후보별 대세가 유독 충청권에서만 확실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바뀌는 정치판세가 지역 정치인들을 혼돈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정치인은 현재의 심정을 한마디로 ‘방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의 소속정당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움직이는데 있어 아직 확신이 안서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들이 가시화되고 또 TV토론에 연달아 등장하는등 바야흐로 대선정국이 조성되고 있지만 유독 충북에서만큼은 감(感)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당연히 운신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여전히 관망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룬다. 예를 들어 민주당을 탈당할 인사의 경우 현재 한나라당과 정몽준 신당을 놓고 저울질을 하지만 선뜻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련측 인사 역시 한나라당과 정몽준 신당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중앙당의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최근엔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에 변화조짐마저 일어 이 또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서로 자가발전하는 것에 불과

충북에서 정계개편의 첫 구체적 신호는 정몽준 신당에서 나타났다. 김진영 전의원과 민주당 청원지구당위원장이던 홍익표씨, 그리고 김현수( 전 청주시장) 김진선(전 민주당 괴산 진천 음성지구당위원장) 성용규씨(전 한나라당 충북도지부 부위원장) 등이 대거 ‘국민통합 21’ 창당발기인에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본격적으로 충북거점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아직 구심체가 조성되지 않은채 지역 인사들이 서로 자가발전하는 차원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몽준 신당의 창당 발기인에 참여한 한 인사는 솔직하게 말하겠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정몽준 신당의 충북 책임자는 실제적으로 아직 없다. 지금 주변에선 누가 뭐를 맡았다, 혹은 앞으로 누가 뭐를 맡을 것이다는 식의 말이 많지만 신빙성이 없다. 서로 분위기를 먼저 띄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도 앞으로 조직책 선정시 우선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몸은 왔지만 아직 무대가 꾸며지지 않았다.” 정몽준 신당과 관련해선 오히려 제 3의 인물이 충북 실세(?)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최근 번지고 있다. 윤모씨(청주시 상당구 사천동)로 알려진 이 인사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정몽준 신당의 경우 현재 추진되는 다자간 연대가 각 정치집단의 기득권 다툼으로 불확실한데다 무원칙한 세불리기는 자칫 지역에 따라 당내 인사들의 파워게임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조직은 이미 와해 현상

충북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이들 두 당의 공조직은 이미 와해현상을 빚는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민주당의 경우 도내 7개 지역구중 세곳이 사고지구당으로 방치되고 있고 나머지도 당내 분열이 장기화되면서 손을 놓은 상태다. 두명의 지역구 의원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자민련은 아예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한나라당의 의원영입이 본격화된 후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홍재형(민주. 청주 상당) 정우택(자민. 괴산 진천 음성) 송광호의원(자민련·제천 단양)의 이적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고 지역의 당직자들도 갈피를 못 잡는다. 실제로 이들은 명분만 구축되면 언제든지 움직일 개연성이 크다. 이중 홍재형의원은 최근 자신의 한나라당 입당설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자민련의 경우 지금까지는 의원들이 ‘단체행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JP 등 지도부의 승부수가 여의치 않을 땐 충북에서도 급속한 이산(離散)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이들의 속 마음은 다 결정된 상태다. 우리당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 문제는 혼자 결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에게 정치적 신념은 없다

원외에서도 이해가 엇갈린다. 자민련 청주 상당의 김춘식 조직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앙당의 방침에 따른다는 생각이지만 청주 흥덕 최현호 조직책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자민련이 민주당이나 정몽준 신당과 합친다면 이를 따르겠지만 만약 정치적 신념이 다른 한나라당과 연대 내지 통합할 경우엔 독자 노선을 택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얼마 후면 어차피 지방정계에도 대대적인 이합집산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서 정치적 신념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결국 실리만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 저것 따질 것없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옮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에서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를 11월 초 이후로 예상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