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입문 6년 ‘동기’… 정치적 기로마다 다른 선택

“이 길이 이 시점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마지막 대안이라고 확신한다.”(김민석 의원)
“어려울 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동지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것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정동영 의원)
대선을 50여일 앞둔 가운데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로 거론돼 온 정동영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이 서로 상반된 길을 선택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반면 김민석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의원 쪽으로 옮겨갔다.
김 전 의원은 33살의 나이로 국회에 진출해 15대 최연소 의원이 됐다. 서울대 학생운동권 출신인 그는 당내 경합이 치열했던 국회 재정경제위를 배정받고, 국민회의 부총무단의 일원으로도 기용됐다. 젊은 초선의원으로는 대단히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이다. 일찌감치 범동교동계로 분류된 데는 그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전북 전주에서 15대 총선 전국 최대득표로 당선된 앵커 출신의 정 의원 역시 여론의 주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을 때 역시 “나이가 어리다”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으면서도 ‘40대 기수론’, ‘청년대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경선에서 이기며 이변을 연출한 반면 김 전 의원은 고배의 잔을 마셔야 했다. 이번에는 386세대 출신이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반면 정 의원은 앵커 출신답게 뛰어난 달변으로 대의원들의 표를 얻어냈다. 희비가 엇갈린 시점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경쟁 의식이 싹튼 시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결국 지난해 민주당 ‘쇄신파동’ 당시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정치적 행보를 걷게 된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인사파문에 대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1차 성명을 내고, 다시 천정배 의원 등이 당 전면쇄신을 요구하는 2차 성명을 내는 동안 김민석 의원의 이름은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교동계 등으로부터 이들 쇄신파의 배후로 지목된 정동영 의원은 “자신을 버려한 한다는 각오로 민심에 기초해 백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최고위원 총사퇴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반면 쇄신파동 이후 입장표명을 유보해왔던 김민석 전 의원은 당 쇄신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워크숍 기조발제에서 쇄신파를 질타했다. 그는 “대통령 면담이 약속되고 추가행동을 유보키로 했는데 소수가 집단행동을 단행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막연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분명한 원칙과 구체적 내용을 갖고 토론하고 적정한 절차에 의해 시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난했던 정균환 의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었다. 동교동계는 김 전 의원을 향해 “링컨 이후 최고의 명연설”이라는 극찬을 쏟아냈다.
당내 386그룹의 리더를 자임해 왔던 그의 발언은 의외였고, 쇄신파가 충격을 받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김 전 의원의 발언에 발끈한 추미애 의원은 급히 마이크를 잡고 쇄신파 옹호에 나섰다. 이에 앞서 추 의원은 4번씩이나 울먹여가며 “(권노갑 전 위원의) 마포사무실 개소 이후 당에 힘이 빠졌다”면서 ‘금기’시 되던 권 전 최고위원 문제를 공론화했다. 지금까지 쇄신파는 구체적인 인적청산 대상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김 전 의원이 쇄신파의 입을 열게 한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은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 간사로 임명됐고, 이 특대위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동영 고문은 경선에 출마해 노무현 후보와 함께 16개 지역 경선을 완주하면서 국민들로부터 ‘경선 지킴이’라는 애칭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경선 이후 ‘노풍(노무현 바람)’을 앞세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제 국민경선제의 ‘산파’임을 자처했던 김 전 의원은 국민경선제로 선출된 노 후보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경선 지킴이’ 정 의원은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50일 뒤 두 사람의 상반된 선택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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