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행이 조흥은행과 합병해 사실상 사라진 이후 지역의 중소제조업체들의 금융이용 실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충북지역 중소제조업체의 자금사정과 자금조달 및 운용, 대금결제 및 보증, 중소기업지원제도 이용현황 등 전반적인 금융이용 실태에 대한 사실상의 첫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최근 발표한 '충북지역 중소제조업체의 금융이용상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의 자금사정이 IMF때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느끼는 것으로 조사돼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구나 지역의 금융산업 취약성으로 인해 조사대상의 30%가 넘는 기업들이 서울 등 타지역에서 재무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붕괴된 지역의 '자금조달 계층구조' 복원이 시급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소규모 기업은 이래저래 죽을 맛

한국은행 충북본부(한국은행 청주지점)는 "종업원 300인 미만의 지역내 중소기업 8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업체를 규모별로 보면 소기업(종업원 수 5-49명)이 17개(21%), 중규모 기업 중 종업원 50-99인 업체 32개(전체의 39.5%), 종업원 100-299인 업체 32개였다.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의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경기부진의 지속에도 "나쁘다"(19.8%)는 대답보다 "좋다"(16%)거나 "보통이다"(64.2%)고 답해 IMF직후인 98년과 비교해 다소 호전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종업원 50인 미만의 소기업들은 "좋다"는 응답은 전혀 없는 반면 "나쁘다"는 응답은 41.2%나 돼 중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도표)
자금차입 등 금융활동을 펴고 있는 주요 지역을 묻는 질문에 '충북'이라는 응답이 63.5%에 달했지만 '서울'이라는 대답도 32.1%로 나타나 상당한 수의 업체들이 서울에서 재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이상 서울에 재무부서 따로 둬
특히 이들 기업은 서울에서의 재무활동을 위해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따로 운영하느라 비용증가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재무활동을 하는 업체들은 지역 금융기관 점포들의 대출 무역금융 세무 및 경영상담 등 금융서비스가 서울지역 금융기관보다 취약한 점을 꼽았다.
한국은행 충북본부 황인용 차장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원하는 정책자금의 이용률도 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무너진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계층구조를 복원하고 지역의 금융 및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일, 지역중소기업과 금융기관간 관계적 금융 형성을 위한 노력의 강화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99년말 충북지역의 중소제조업체(종업원 300인 미만)수는 2236개로 전국 9만449개의 2.5%,종업원수는 6만7000명으로 전국의 3.6%, 생산은 11조원으로 전국(228조원)의 5.0%를 각각 차지했다.
/임철의기자


“지방은행 역할 하겠다”
하나로금고는 지금?
올해 자본금 450억 확충계획
지난해 50억이어 올해 200억 추가증자

충북은행 청솔종금 등의 합병·퇴출로 제도금융권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조달경로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른바 자금조달 루트의 경색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의 역할 자임하고 나선 하나로금고의 새해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여러 여건이 열악한 가운데서도 50억원을 성공적으로 증자한 하나로금고는 오는 4-5월쯤 100억원 증자에 또다시 나선다. 규모화를 이루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다. 고덕영 하나로금고 대표는 "관련법 개정으로 올 상반기에 저축은행으로 전환한 뒤에는 하반기에 또다시 증자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지방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하나로금고에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현재 하나로금고의 납입자본금 규모는 250억원입니다. 청주-서울 상호신용금고 합병이전에 도내 대부분의 금고들의 자본금이 20억원대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 이뤄진 셈이죠.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 금고가 세운 올해 목표가 납입자본금 규모를 450억원대까지 늘리는 겁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지역은행으로 설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고덕영 대표는 "현재 하나로금고는 청주 충주 등지에 5개 지점을 두고 있는데 계획대로 자본금 증자가 성공하면 10개 지점까지 개설이 가능해 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호신용금고법에 따르면 자본금이 20억원 늘 때마다 1개 지점을 증설할 수 있게 돼 있다. 고 대표는 "다만 손익을 맞출 수 있을까가 하는 점이 점포신설의 주요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금고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업계의 규모화와 지역밀착 금융기관으로의 변신노력이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자금공급기능 활성화라는 소중한 '선물'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의 실현을 위한 지역 에너지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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