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는 기도합니다-고문 김영회

검찰비판 '법화'기사 시중여론 전달한 것 일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한 것이 죄?
'협박광고' 리뷰사전 에는 없습니다
충청리뷰는 작지만 모범신문입니다
거액의 뇌물도 뿌리치고 사실보도
"나는 기도합니다. 기자들 자진9自盡)결의 거두고 정상으로돌아가기를…"

나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 이미 오래되었으나 고문이랍시고 한 주 한편씩 잡문을 쓰면서 후배기자들이 겪고있는 상황이 너무나 처절하고 안타깝기 까닭입니다.
충청리뷰 구성원들은 어젯밤에도 '언론탄압중지하라'는 프래카드가 걸린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5일째 철야농성을 벌였습니다. 남편의 농성에 동조해 직장에서 돌아온 아내가 같이 밤을 보내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초등학교 1학년 어린 딸이 제 발로 찾아와 날 바닥 스티로폴 아빠 옆에서 꼬부라져 잠든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호 충청리뷰는 기업들의 예정된 광고취소로 빈 지면과 독자들의 의견광고로 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의 광고주들을 검찰이 불러다 광고게재경위를 조사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기업들이 광고주기를 꺼려 일어난 결과입니다. 1970년대 유신정권과 맞서 싸우던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를 방불하는 희한한 일이 충청북도 청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이고, 이곳이 충청북도 도청소재지 청주가 맞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국가 최고사정기관인 검찰이 '보잘것없는' 일개 주간지와 싸움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이 받는다는 자체가 불행한 일입니다.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오늘 나는 그것이 참담한 것입니다.
충청리뷰가 창간된 것은 1993년 이맘 때 쯤 입니다. 신문다운 신문, 언론다운 언론에 목말라하던 기자들 몇몇이 몇 사람의 뜻 있는 지식인들과 힘을 합쳐 그해 가을 첫 호를 내고 올 해로서 어언 아홉 해를 맞았습니다. 말이 아홉 해지, 그 아홉 해는 한마디로 신고(辛苦)의 세월 이였습니다. 재벌들이 대주주인 여타 일간들도 문을 닫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 주머니 돈을 털어 만드는 충청리뷰가 어떤 형극(荊棘)의 길을 걸어 왔으리라는 것은 설명을 않더라도 짐작 될 줄 압니다.
지난 9년을 되돌아 보건대 리뷰는 나름대로 바른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것이 리뷰 구성원들의 자부심이고 또 힘입니다. 최근 청주서 나오는 신문들을 보면 '충청리뷰가 협박성으로 광고를 수주해 싣는다'는 제보가 있다는 검찰발표를 포장해 싣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그것은 있지도 않은 일이요,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광고강요, 누가 합니까. 똥 묻은 개, 재 묻은 개를 흉봅니다.
이런 일이 있습니다. 지난 98년인가요. 청주의 상당한 유력자 한 분이 독자 제보로 리뷰의 취재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다급해진 그 분은 해당기자를 만나 돈 뭉치를 내 놓으면서 기사화 하지 말 것을 부탁했습니다.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큰 돈 이였습니다. 그때 그 기자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눈이 팔렸겠습니까. 아닙니다. 기자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취재한대로 기사화 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결국 그 분은 구속됐고 응분의 죄 값을 치른 뒤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리뷰정신'입니다. 그때 검사장을 했던 분이 영전해 청주를 떠나면서 "청주 재임 중 리뷰같은 신문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는 말을 뒤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충청리뷰는 채 1만 부도 찍지 못합니다. 서울의 메이저신문들에 비하면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 하지만 리뷰의 글 한 줄 한 줄에는 혼이 살아있다는 자부심으로 구성원들은 몸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렴치한 언론'이라는 압박이 시시각각 가해지니 어찌 기자들이 밤 새워 농성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많이 억울한 것이지요.
지금 청주의 신문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한다하는 재벌들이 운영하는 신문들도 쥐꼬리만한 봉급을 제때 못 줘 체임이 누적되고 '봉급 받은 지가 언제인지 모른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일상이 된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기다 기자들이 광고에 동원돼 취재에 전념하기 보다 수주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이 지역 신문들의 현주소입니다. 부끄럽지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충청리뷰는 소수정예주의와 경영 합리화로 그 어려웠던 IMF도 극복했고 9년이라는 연륜을 쌓으면서 넉넉지는 않지만 제때 봉급을 주고 있습니다. 올해는 여름 보너스에 추석보너스까지 지급할 수 있었으니 정말 대견하지 않습니까.
충청리뷰의 명성은 이미 전국에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견학 팀이 찾아오고 경상남도 창원에서도 신문제작 노하우를 배우려고 찾아옵니다. 인테넷신문 '오 마이뉴스'와의 제휴를 통해 리뷰기자의 기사가 그곳에 실리고 '오마이뉴스'기자의 기사가 리뷰에 실립니다. 규모는 보잘 것 없을지 모르지만 리뷰는 '모범신문'입니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그 누구의 청탁에도 흔들린 적이 없는 신문이 충청리뷰입니다. 그런데 협박광고라니, 충청리뷰사전에 그런 말은 없습니다.
9월 14일자 '법화(法禍)'기사도 실은 시중여론과 법조계의 의견을 종합한 것에 불과합니다. 검찰로서는 불쾌하고 황당했을지 몰라도 여론은 그렇고, 리뷰가 그 여론을 전달한 것임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청주에는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여전히 권력에 기대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토착세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하는데는 검찰에 잘 보여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들은 사석에 앉으면 누구하고 친하고 누구하고 술을 먹었다고 자랑하면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합니다. 검찰에 있는 분들은 그걸 모를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검에 있는 어떤 분은 청주 재임시절 외부인사들을 피해 간부검사들과 남주동 해장국집에서 자주 점심을 들곤 했습니다. 어떤 인사가 찾아와 초면에 그 분에게 돈 봉투를 내놓다가 혼이 난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서 검사장께서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드신다는 얘기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검찰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청주에서 과연 어떤 신문이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쓰는 것을 보았습니까. 경위야 어떻든 제 동료들이 고초를 당하는 것을 번연히 보면서 한마디 언급을 못하고 '사장이 돈 먹었다'는 기사만 내는걸 보지 않습니까. 왜 인지 아십니까. 검찰이 무서워서 그러는 것입니다. 왜 무서울까요. 약점이 있나요? 청주가 그런 곳입니다.
이번 사태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충청리뷰가 한 것뿐입니다. 말하자면 모두 꺼리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자청한 셈이지요. 리뷰기사가 나가자 검찰에 출입하는 어떤 기자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제 신문에는 쓰지 못하는 기자의 비애의 토로인 것입니다.
물론 충청리뷰도 허물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신문이 앞서가다 보니 보수 층 인사들 중에 못 마땅해 하는 이들도 있고 외 골수로 사회정의만을 추구하려다보니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기에 편집회의 때마다 같이 반성도 하고 좋은 신문을 만들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자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충청리뷰는 협박광고나 하는 사이비언론으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민단체가 나서고 종교인들이 나서고 시민들이 나서서 억울함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왜 서울에서까지 격려전화가 잇따르고 네티즌들의 응원이 줄을 섭니까.
충청리뷰는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을 존중합니다. 이 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 검찰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기에 더 자존심이 상했으리라는 사실도 저는 짐작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그 정도의 기사가 신문에 났다고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니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대전에서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단언컨대 나는 청주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로 보아 슬픈 일입니다.
나는 후배들이 밤새우는 농성 장을 매일 한번 씩 찾습니다. 그것이 선배의 도리 일 것 같아서입니다. 그 때마다 참담함을 주체하지 못 합니다. 검찰의 본연이 사회정의의 확립이고 신문의 목표가 그와 다르지 않을 터인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되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되풀이할수록 선배로서의 무력함과 존재자체에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에 가보면 복도에 아름다운 그림들이 줄지어 벽에 걸려있습니다. 검찰이라면 죄 없는 사람들도 무서워할 정도로 국민들과의 거리가 멀어 시민이면 누구나 와서 그림을 감상하는 그런 부드러운 검찰청을 만들고자 전임 유창종 검사장이 남겨놓은 업적인줄 압니다. 지역작가들의 작품인 그림들은 하나 같이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복도에 시민들은 없습니다. 여전히 검찰은 무서운 곳인 듯 합니다.
'충청리뷰여 영원하라'는 운곡 김동연선생의 편액이 붙어있는 농성사무실에서 나는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후배들이 '자진(自盡)하겠노라'는 결의를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잠자고 아침이면 다시 출근해 노트북을 두드리는 그 날은 언제일지, 그날이 빨리 와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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