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힘은 의롭게 써야 한다”도종환 시인 2002-10-17

검찰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대드는 충청리뷰는 그렇게 부패하거나 지탄을 받는 언론이 아니다.
정말 칼을 대서 수술을 해야할 만큼 썩은 신문이 아니다. 지역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지지하고 칭찬하고 의지하고 믿는 그래도 양심이 살아 있는 신문이다.
그래서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로운 바른 말, 할 말을 하는 신문이다.
그것이 검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이 다분히 감정적으로 이번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게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포수는 총을 가지고 있다고 닥치는 대로 짐승을 쏘지 않는다. 백정도 칼을 들었다고 아무 가축이나 제 멋대로 죽이지 않는다. 칼을 다루기 전에 칼을 대하는 예의는 종교적인 데가 있었다. 정말 힘이 있는 사람일수록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도 꼭 써야할 때 정의와 대의를 위해 사용한다. 그래야 힘을 무서워 할 줄 안다.
검찰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대드는 충청리뷰는 그렇게 부패하거나 지탄을 받는 언론이 아니다. 정말 칼을 대서 수술을 해야할 만큼 썩은 신문이 아니다. 지역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지지하고 칭찬하고 의지하고 믿는 그래도 양심이 살아 있는 신문이다. 그래서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로운 바른 말, 할 말을 하는 신문이다. 그것이 검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이 다분히 감정적으로 이번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게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시군 자치단체 공보실 직원들을 일일이 불러서 광고를 준 경위를 조사하고, 십 만원 이십 만 원짜리 조각 광고를 준 사람들까지 깡그리 불러들여 조사를 하고, 겁먹은 시민들이 일체 광고를 주기를 꺼리게 만들어서 고사시켜도 좋을 만큼 지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주간지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 신문사 하나를 권력의 힘으로 쓰러뜨려야 도민들이 박수를 치고 검찰을 향해 잘 했다고 격려를 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 나는 충청리뷰에 들렀다가 농성장을 찾은 도내 각 언론사의 전현직 기자, 언론인, 대학교수, 시민 사회단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다 격한 눈물을 쏟는 충청리뷰 편집인의 모습을 보았다. 십칠 년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언론을 무참하게 짓밟는 검찰권력은 처음 보았다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기자의 눈물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누를 길 없었다.
이미 내사 종결된 사건이라도 다시 들추어서 반드시 구속시키고 말겠다는 검찰의 강한 의지에 의해 구속된 발행인이 얼마 전 저녁 먹는 자리에서 내게 건네준 시가 내 책상에는 놓여 있다. 권아무개 시인의 시 ‘중독성 슬픔’을 읽다가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 / 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 / 어슴 푸른 저녁이었습니다 / 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 앉아 / 밤 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이 구절이 너무 좋다고 몇 번이나 되읽으며 메모지에다 적어서 내게 준 시이다.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참 시적 감수성이 예민한 그가 죄수복을 입고 가을 겨울을 감옥에서 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검찰은 발행인인 윤 시인을 구속해서 갈취 협박을 일삼는 파렴치범으로 만들어도 그의 사람됨을 아는 시민 사회단체, 문화단체, 지역주민들은 검찰과 같은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검사들이 잠시 이곳에 있는 동안 그의 인격을 파탄시킨 뒤 이 지역을 떠나도 그와 함께 오랫동안 일해 온 우리는 다시 그와 함께 지역을 위해 일할 것이다.
옛날 김구선생이 젊은 나이에 동학의 접주로 농민군을 이끌고 해주성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퇴각과 실패를 거듭하다 접주 지위를 해제 당하고 토벌대 의려소를 찾아가 몸을 의탁하게 되었을 때 비록 패군지장이지만 김구선생의 사람됨을 알고 끝까지 보호하고 지켜준 안진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포수 300명을 거느린 힘있는 안진사가 힘을 과시하고 무지막지하게 행동하였더라면 뒷날 민족을 위해 크게 쓰일 김구선생을 우리 민족은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안진사가 바로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이다.
윤석위 발행인을 김구선생과 비교하고자 함이 아니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크게 쓰일 사람을, 양심적인 기자들을 이렇게 함부로 짓밟아 기를 꺾어 놓고, 싹을 밟아 놓고 가는 게 검찰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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