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수제자인 안연(顔淵)은 학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나 생활은 누구보다 곤궁했습니다. 그는 공자의 77명 제자 가운데 가장 학문을 좋아했지만 술지게미나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할 만큼 가난했습니다.

어느 날 공자는 제자의 딱한 처지가 안쓰러워 슬며시 얘기를 꺼냅니다. “그대는 집이 가난하면서도 어찌 벼슬을 멀리 하는가?”

안연이 공손히 대답합니다.

“저는 벼슬을 원치 않습니다. 성곽 밖에 땅 백여 평이 있으니 호구(糊口)는 면할 수 있고 성안에도 밭 3백 여 평이 있어 옷은 기워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거문고를 가지고 있으니 스스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선생님께 배운 글로 기쁨을 누릴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벼슬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안연이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에 자족(自足)하는 고고(孤高)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잡히는 명예도, 권세도, 부도 외면하고 오직 가난한 선비로 산 안연은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예로부터 권세를 금기(禁忌)시하는 어진 선비들은 안연의 고사를 사표로 “밥 굶지 않을 땅 몇 마지기만 있으면 벼슬자리에 나서지 않은 법”이라고 자손들을 경계했습니다.

벼슬은 곧 권력인지라 한번 맛을 들이면 떼기 어렵고 필시 사람이 오만해져 적을 사게 되고 자칫 선대에까지 누를 끼치게 됨은 물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벼슬 얻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 너도나도 기를 쓰고 벼슬길에 나아가기를 열망하는 것이 우리네 세태입니다.

5·31지방 선거를 4개월 남겨놓고 전국 각지방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서울을 필두로 충청 경상 전라 등 전국 16개 시도에서는 광역후보들이 먼저 예비등록을 시작함으로써 선거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의 19세 이상 유권자 3700여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하며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726명, 기초의원 2888명 등 모두 3860명을 선출하는데 이미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2만4000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 열기가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당선만 된다면 그 만한 입신양명도 없을 것입니다. 일시에 명예를 얻어 신분이 급상승되어 좋고 권력을 얻으니 그 또한 좋고 거기다 이번 임기부터는 연 6000~8000만원의 두둑한 활동비마저 주어진다 하니 지망생들이 몰려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민주주의가 좋은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역사회를 어떻게,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남다른 사명감은 없이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너도나도 우르르 몰려드는데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것은 마치 한 여름 밤 불빛을 향해 마구 달려드는 불나방을 연상시키기에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입니다.

춘설(春雪)이 분분(紛紛)한데 남도에는 매화가 피었다고 전해 옵니다. 자연의 섭리를 생각한다면 그까짓 권세가 무슨 큰 대수이겠습니까.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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