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좁혀지지 않자 “언제까지 힘겨루기냐” 문제해결 촉구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내 호수공원이 졸지에 명소가 됐다. 이 곳에 민자사업으로 편의시설을 증설하는 문제를 놓고 행정기관, 사업자, 주민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오랫동안 공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최근엔 일부 언론이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관심을 더 증폭시켰다. 충북의 대표적 산업 클러스터인 오창과학산업단지엔 현재 3개의 호수가 조성되어 있다. 이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수면적이 약 7000여평에 달하는 것으로, 이 곳은 평소에도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 호수를 낀 공원지역에 민간업체인 (주)재원 명암타워(대표 정해득·청주시 상당구 수동)가 청원군 공모를 거쳐 선 기부채납 후 일정기관 무상사용 조건으로 편의시설과 음악분수대등 시설사업을 하려다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주)재원이 2004년 11월께부터 이 곳에 대한 민자사업 제안을 청원군에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청원군이 2005년 5월 문제의 호수공원에 대한 관리계획 결정 변경안 공람공고와 공원시설 설치에 따른 민간투자자 공모를 한 시점부터 더욱 불거졌다. 일단 투자자 공모에서 재원만이 응모했기 때문에 청원군은 ‘사업제안서가 접수되지 않을 경우 최초 제안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한다’는 공고 내용에 따라 (주)재원을 사업자로 결정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충북도의 반대 등을 이유로 청원군은 이의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사업은 그동안 많은 보도에도 불구, 일반인에겐 이미 조성된 공원녹지의 훼손이냐 보존이냐 식의 단순구도로만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간과된 상태로 이해 당사자간 힘겨루기 및 감정싸움으로만 비쳐지면서 와전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 사업에 대해 충북도는 처음부터 제동을 걸고 나왔다. 때문에 외형적으론 청원군의 사업추진에 충북도가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속내는 훨씬 더 복잡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으로만 본다면 법리공방에 있어선 사업자측이 충북도나 청원군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다만 행정행위가 늘 그렇듯 민원발생에 따른 업무처리라는 점에서 충북도와 청원군의 입장은 사업자측과 평행선을 긋고 있다. 특히 청원군은 기껏 사업자 공모를 마친 후 주민설명회와 여론조사, 그리고 군정조정위원회까지 열고도 독자적 판단을 내리는 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사안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기 위해선 충북도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사업자측의 반박을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충북도는 청원군의 사업추진 강행에 맞서 그동안 세차례 공식 권고를 통해 재검토를 주장해 왔다.

① 우선 충북도는 관계법령 및 조례의 제·개정, 도시계획 및 도시계획사업의 변경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결정된 날로부터 5년 이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주)재원측은 2003년 1월 1일 시행된 건교부의 제1종지구단위계획수립 지침에 의거해 지구단위계획 구역은 원칙적으로 결정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변경을 못 하되, 주민의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입안제안이 타당한 경우엔 5년 이내 변경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재원측은 ‘주민’에 대한 해석을 사업자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설명하며 “실제적으로 사업자가 아닌 일반 주민은 제안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② 또한 충북도는 현 호수공원 주변이 상업지역과 직접 접해 공원 내 일반 음식점과 주차장 등을 계획하는 것은 주변 상가의 집단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업의 부적함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재원측은 호수에 음악분수를 설치할 경우 명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오히려 주변 상가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2005년 5월 청원군이 주민의견청취 공람공고를 했을 때도 시설 설치에 대한 7건의 개선의견만 제시됐지, 반대의견은 하나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③ 충북도는 눈썰매장, 음식점, 주차장 등을 설치하기 위해 과다한 사업비를 투자하면서 조성이 완료된 조경시설 2만5000여㎡를 훼손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원측은 당초 계획에서 눈썰매장은 아예 제외시켰고, 주차장도 기존 주차장에서 불과 500㎡만 늘리기로 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재원이 구상중인 건축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건축면적 1500평 정도로(건축 부지면적은 900평), 옥상에는 조경시설을 하는 등 하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전체 건축면적의 55%가 상업시설로 활용되며 나머지는 회의실 등 공공시설 25%, 화장실 계단 등 공유시설 25% 정도가 들어 선다.

④ 이 밖에도 충북도는 기부채납의 부적절성, 공무원이 징계당한 명암타워 사례 등을 들어 사업재고를 주문했지만 사업자측은 공원과 유원지는 개념상 다르고, 또 이런 형식의 기부채납은 얼마든지 적법한데도 충북도가 억지논리로 사업을 지연시킨다며 반박하고 있다.

청원군은 충북도의 이런 이의제기에 대해 법무법인 청풍(대표 변호사 이태화)에 법률자문을 의뢰, 도의 주장과는 달리 사업이 적절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엔 이번 민자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물어 반대 1073건, 찬성 4123건이라는 결과도 확인했다. 또한 최근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관계자가 현지실사를 다녀갔는데 청원군에 통보된 내용은 “이 사업의 추진에 있어 법률상 특별한 하자가 없고, 청원군이 앞으로 잘 처리해갈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재원측은 “행정당국의 입장을 아무리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처사는 지나치다. 행정소송에서도 무조건 승소를 자신하지만 장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원치 않는다. 호수공원의 이용과 활성화를 위해서도 이 정도의 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전제, 지난 1월 주민 반발에 밀려 나이트클럽 허가를 취소했다가 패소하는 바람에 2억3900만원을 물게 된 경기도 고양시의 사례를 들며 당국이 냉정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의 도시공원법이 지난 2005년 10월 1일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도 충북도는 신법적용, 사업자는 구법적용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사업자측은 구법을 적용할 경우 신법에 근거하는 주민의견청취, 설명회는 물론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등의 절차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교부는 질의에 따른 회신에서 신법의 부칙 조항을 들어 관련 행위가 법 개정 이전에 이루어졌음을 적시하며 구법적용이 옳다고 (주)재원의 손을 들어 줬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외부 기관의 타당성 의견은 부분적으로만 물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법리논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호수공원의 주변 여건이 조금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 앞으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입주한 다음엔 모를까 아직까지는 이런 민자사업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법률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주민여론이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과연 주민들이 어느 쪽을 진정 원하는지 냉정히 짚어 봐야 할 것이다. 아파트 입주예정자 등 관계인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 판단하면 빠른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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