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복수사’ 부른 본보보도 어떤 내용인가 2002-10-11

인신구속문제 다룬 ‘법화(法禍)… 그 깊은 상처’

본보는 지난 달 14일자 246호와 21일자 247호 보도를 통해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속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내용이 주였다. 그리고 화제 박스 기사로 지역에서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려는 일부 인사들이 검찰에 줄대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기사도 포함됐다.
이후 청주지검은 본보 관계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위의 본보 기사에 대한 보복성 표적 수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언론 보도에 의한 피해 구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호소하거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있다. 본보의 기사로 인해 검찰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옳다. 법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인 검찰이 언론의 비판보도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하는 것은 권력기관으로서 스스로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도대체 기사 내용이 무엇이기에 검찰이 본보 관계사에 대한 수사로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해당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기사의 첫 번째 내용은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또는 관행적으로 구속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선진 인권 사상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인신의 자유는 모든 인권의 근본이며, 개인의 인격 실현과 행복 추구의 전제조건인 만큼 인신 구속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이 기사는 이런 인신 구속의 양산 원인이 구속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수사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구속에 대한 잘못된 사회 인식은 구속을 신병 확보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곧 징벌 수단으로 여기는데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의 법 감정을 무시할 수 없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징벌적 차원에서 구속에 매달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사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 구속 양산과 관련해선 수사기관과 수사 형사들간의 고과 점수 부여로 인해 구조적으로 구속 수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사람을 구속시켜야 일 잘하는 수사관으로 인정받게 되고 승진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구속을 염두에 둔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원인으로 인해 인신 구속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은 실제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되어 후속 보도로 이어지게 됐던 것이다. 이 보도 후 있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이 계속 높아져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7년을 기점으로 82.2%에 머물던 구속영장 발부율이 98년 85.8%, 99년 86.4%, 2000년 86.7%, 2001년 87.4%로 인권 정부라는 국민의 정부 들어 계속 높아져 왔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내용은 우리나라가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원칙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인신 구속률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청주지역의 구속률과 형량이 비교적 높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었다.
실제 그런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지역 사회가 갖는 인식의 문제라는 사실에서 접근했다. 이는 돈있고 힘있는 사람에게는 관대한 법의 잣대가, 힘없고 돈없는 사람에게는 가혹하리 만치 에누리없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실상을 접하게 되면서 생긴 법에 대한 체감지수로 본 것이다. 그 실례로 지역 유망 인사의 뺑소니 교통사망 사고에 대한 처리 결과를 들었다.
아울러 지역 사회의 법에 대한 불신 중엔 법 적용의 불공정과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인신구속에 의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그 사실로 청주지검이 구속 수감된 일부 피의자에 대해 특별한 이유없이 열흘에서 길게는 한 달간 일체의 접견을 금지시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던 사례를 비롯한 몇 가지를 적시했다.

피의자에 대한 무리한 접견금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접견권은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인권으로 특별한 범죄자 또는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는 제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에 불과했던 피의자에 대한 접견을 제한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기사의 결론은 청주지역의 구속률과 형량이 높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위와 같은 일련의 검찰과 법원의 일탈적 인권침해 및 그릇된 수사관행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피해의식에 의해 형성된 법에 대한 체감지수로 여겨지는 만큼 공정하고 신중한 법 집행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한편 이 두 번째 기사 내용과 관련해서는 그 이후 국정감사 자료에서 청주지방법원의 영장 발부율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드러나 본보 보도 내용을 뒷받침했고 시의성도 높였다.
심규철의원이 지난달 대전고법 국정감사에서 질의한 자료에 의하면 청주지법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89.6%로 이는 전국 13개 지법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같은 기간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청주지법의 1심 실형 선고율은 36.2%로 전국 법원 평균치 41.8%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구속제도가 신병확보 수단이라기 보다 징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할 수 있다.

지방검찰에 대한 지역유지들의 ‘알아모시기’
‘지역화합 해친다’ 비난일어

세 번째 내용은 ‘지방 검찰 알아모시기’라는 소제목으로 나간 화제 박스 기사에 불과하지만 검찰이 가장 신경 써서 읽은 부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내용이 검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보복성 표적 수사를 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가 형벌권을 쥐고 있어 힘있는 권력기관인 검찰에 선을 대보려는 사람이 어느 지역사회에나 있게 마련인데 이런 현상이 청주지역에서는 유별나다는 지적과 함께 그 일면들이 회자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검사에게 지역을 위해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며 관계를 유지시키려 노력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형사 정보원 같은 역할을 해 지역 화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 지역에 내려와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일 뿐인데 잘못 오해하는 것 같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예시함으로써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관점도 있음을 적시했다.
이 기사는 아울러 이런 저런 이유로 검찰과 잘 통하는 대표적인 인사들로 지역의 모모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음을 비실명으로 들었다.

네 번째 기사 내용은 그 다음주(9월21일자)에 나온 ‘속보’로 볼 수 있다.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법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을 비롯한 독자들의 관심과 격려가 이어져 이에 대한 후속 보도를 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전국 공권력 피해자 연맹 청주모임’의 피해 사례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의 근원적인 피해 의식도 법에 따라 법이 운영되기 보다 돈있고 힘 있는 사람은 빠져나가고 돈없고 빽없는 약자만 당하게 된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의해 당했다는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첫 보도가 나간 이후 취재 기자에게 보도 배경을 묻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2일 본보 관계사인 이건종합건설과 다산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청주지검이 보도 후 보인 일련의 과정과 검찰 주변상황을 고려해 볼때 보복·표적이 아닌 정당한 수사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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