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커지는 고민, “돌파구가 안 보인다”

설 민심은 열린우리당에 더 많은 고민을 안겼다. 국민들의 극에 달한 정치불신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 정서를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더라”는 말로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충북에서도 한나라당의 파죽지세는 전국현상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에선 오래전부터 반전의 계기가 반드시 올 것임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희망사항에 머물고 있다. 사학법에 반대해 장외투쟁을 감행한 한나라당이 다시 등원을 결정한 현 시점에서도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요지부동이다. 명분이야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전제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의 백기투항으로 여기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당장 도지사후보 문제에서 나타난다. 한범덕 전 정부부지사의 입당과 전략 공천이 확실해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결정을 미루며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측근이나 지인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도 정당문제다. 인물론에선 상대 후보에 비해 절대 뒤질 게 없지만 결국 정당문제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현재 당내에선 한 전부지사의 입당 시기를 오는 20일 이후로 전망한다. 18일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새지도부가 전략 영입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만약 친구관계인 정동영이 당의장에 오른다면 어느 정도 분위기 쇄신은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으로선 이번 전당대회를 지지도 회복의 호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선 별다른 이벤트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반 열린우리당 정서가 해소되기는 커녕 되레 고착화되는 경향마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우택 전의원이 일찌감치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대수청주시장이 뒤늦게 도지사 출마에 올인,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한나라당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반전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지방선거 이전에 반드시 특정 계기가 돌출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국민들의 정서를 움직일만한 ‘건’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을 앞세운다.

한 관계자는 “과거 개미군단으로 상징되던 거국적 쏠림현상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노무현대통령 당선과 탄핵 때에 이런 정치현상을 두 번씩이나 적나나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에 대한 매니아적 지지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문제는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가 대거 한나라당으로 옮겨 간 유동성(?)이 강한 유권자를 다시 끌어 올만한 계기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대 북한 관계에서 모종의 돌파구를 기대하기도 하겠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북한 김정일이 당장 통일하자고 나오거나 혹은 그가 서울 명동거리를 활보하면 모를까 이젠 북한변수도 대박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결국 오는 5월지방선거까지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엎어지지 않는 한 지금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을 놓고 저울질을 해 온 출마 예상자들 또한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한대수시장의 청주시장 불출마가 확고해짐에 따라 오효진 청원군수의 청주시장 출마가 더욱 가시권으로 들어왔지만 본인은 되레 고민이 많아졌다. 언론에선 열린우리당행을 예고하고 있는데, 오군수의 경우 오래전부터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국민중심당으로부터도 계속 손짓을 받아 왔다. 하지만 두 당 모두 현재의 지지도라면 별 소구력을 주지 못한다. 국민중심당 역시 적어도 충남쪽에선 초기 분위기가 사는 듯했으나 이번 설 민심을 통해 심대평 연고인 공주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그마저 시들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확실한 전국구 인물을 새로 띄울 필요성이 절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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