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부지사 공석 사태에 끊이지 않는 논란

“1급 인사를 그런 식으로 경솔하게.... 무슨 사정 있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나이 때문에도 안 돼

정진태씨(53·산자부장관 정책보좌관)의 정무부지사 임명이 무산된 후 이 자리가 계속 공석으로 남아 있다. 정진태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다시 혜성처럼 사라졌다고 말한다. 다분히 희화적인 표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13일 정진태씨의 정무부지사 내정사실이 공표됐다가 불과 나흘만에 철회됨으로써 도민들 입장에선 기가 막힐 수 밖에 없었고, 그 심정의 일단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파문은 곧바로 수그러들었고 , 언론에서도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보름 여가 지난 지금, 정부부지사 문제가 다시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과같은 중요한 시기에 이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에 편승, 지역의 몇몇 인사들이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그동안 지역의 각종 현안에 헌신적으로 역할한 이상훈씨(충북지역개발회장) 등 일부 인사들이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주변에 의해 정무부지사 적격자로 천거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려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지금으로선 이원종지사가 다시 정무부지사 후임 물색에 나설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지난 1월 17일 정진태씨의 임명철회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내정발표를 없었던 일로 하며 본인이 직접 밝힌 말, 즉 “유감스럽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차라리 몇 달 공석으로 남겨 두겠다”는 발언에 주목하면 본인 임기가 끝날때까지 계속 공석으로 남길 개연성은 농후하다. 몇몇 인사들이 후임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도청내 분위기 역시 시큰둥하다. 한 공무원은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정무부지사 역할에 딱 맞는 분들이다. 그러나 나이가 문제다. 물론 정무부지사가 별정직이지만 그 임용에 따른 나이문제에 있어선 일반 행정직의 전례를 따른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대개 59세에 공로연수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나이를 넘는 인사들은 원천적으로 정무부지사에 적합지 않다는 게 관가의 통념”이라고 밝혔다.

단 4일만에 바뀐 소신, 충북의 한계
정무부지사 논란의 또 한가지 핵심은 정진태씨의 내정이 초스피드(?)로 철회됐다는 점이다. 이는 하위직도 아니고 지방정부 임명직의 최고위 직 인사가 그런 식으로 단시간 내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느냐는 자책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실제로 처음 이번 인사 파문을 전해들은 대부분 사람들은 바로 이 점에 많은 의혹을 던졌다. “충북의 한계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촌스럽다” 등 등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지역의 한 인사는 “솔직히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할 정도로 창피한 일이다. 당시 인사의 전후 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이건 말도 안 된다. 도지사가 임명을 약속한 사람이 특별한 하자도 없는데 단순히 친여성향이라는 것 때문에 중도 하차한다면 앞으로는 어떤 인사도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반발은 처음부터 예견했을 것이다. 나는 이원종지사한테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철회할 거라면 아예 하지를 말지 이게 무슨 망신이냐. 이지사가 아무리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당연히 소신을 지켰어야 했고 밀어 부쳐야 할 땐 밀어 부쳐야 했다. 충북 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에서도 정무부지사 임명을 놓고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처럼 경솔하게 처리하지는 않았다. 언론은 이런 것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파문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해석하며 아예 “차기 도지사구도까지 엿볼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이는 정진태씨의 부지사 내정 철회가 한나라당의 반발이라는 단순 변수에서가 아니라 좀더 복잡한 속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미 지방선거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이원종지사가 한나라당 반발에 본인의 결심을 단 4일만에 번복한 것이나, 당사자인 정진태씨가 역시 군말없이 임명재고를 이지사에게 요청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정진태씨의 경우 충북 부임에 대비, 모든 것을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의문에 더 설득력을 안긴다. 하지만 막상 정진태씨는 이번 문제와 관련,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충청리뷰의 취재에서도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다만 정진태씨 심정의 일단을 유추할 수 있는 단초는 자신의 임명재고 요청 사실을 알린 기자회견장에서 그 결정적 이유를 추궁하는 질문에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 뿐이다.

분명히 말못할 사정이 있다
정진태씨의 정무부지사 내정 철회는 지금까지 외형상 아주 담백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되어 있고, 언론 보도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즉 이지사가 주변의 천거로 정진태씨를 후임으로 내정하자 한나라당이 반발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정보좌관이 스스로 이지사에게 임명재고를 요청해 이지사가 주변의 여론을 감안,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렇게 포장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당사자들의 뜻일 뿐이지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정진태씨의 정무부지사 내정은 적어도 1급(관리관)과 관련된 인사라는 점에서 그런 식으로 단 며칠만에 번복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그렇고, 불출마와 함께 탈당, 정계은퇴까지 선언한 이지사이기 때문에 쓰리고 아릴 것이 없는데도 단 한번의 한나라당 으름장에 ‘앗! 뜨거’ 하며 만세를 부른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잘 나가는 직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충북에 내려 온 정진태씨 본인 역시 부지사 내정을 쉽게 포기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청주행을 얼마나 각별하게 여겼는지는 이지사에게 임명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힌 지난 17일 기자회견장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그는 “산자부에서 실물경제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연구하면서 충북은 하늘이 주신 커다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현실화한다면 더 이상 ‘도세가 약한 충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의욕으로 정무부지사 제의를 수락하게 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의욕이 단 4일만에 꺾일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엔 결국 이지사와 정진태 내정자 사이에 말할 수 없는 ‘모종의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문제의 ‘피치 못할 사정’에 대해 몹시 궁금해 하며 이중 몇몇은 이를 차기 도지사 선거와도 연계시켜 해석하려는 눈치다.

하이닉스 농성장 방문은 오히려 권장해야
하지만 당사자들이 이 문제에 함구하는 한 그 실체를 밝히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들의 전후 역학관계에 천착하면 그 실마리를 찾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도 않다. 당장 정진태씨가 스스로 먼저 이지사에게 임명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된다. 정보좌관의 입장에선 오히려 이지사가 소신있게 밀고 나가기를 바랐어야 정상이다.

이는 두가지 이유에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그는 정무부지사 제의에 기존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낙향을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파문이 본인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피해야할 상황이었다. 만약 그가 차기 총선에 뜻을 둔다면 더욱 그렇다. 지인들도 이 점을 특히 아쉬워 한다. 어차피 오는 지방선거까지 5개월이라는 한시적 자리였기 때문에 굳이 이처럼 정치적으로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인사철회 뜻은 오히려 이원종지사로부터 먼저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이지사로 하여금 이런 결정에 이르게 한 ‘그 무엇’이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현재 정진태씨의 오버, 한범덕 전 부지사측의 견제설 등 여러 억측이 나돌고 있다. 정보좌관은 부지사 내정발표 이후 청주에 내려 와 1년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직 농성장을 찾아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앞서 간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지역 현안에 이런 관심을 가진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1974년 열린우리당 유인태의원 등과 함께 민청학련 사건 주모자로 찍혀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10개월만에 석방된 정진태 보좌관은 이후 경원제지노조위원장, 경기남부지역노조연합 사무처장 등을 맡으며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전력으로 그는 부지사 내정 이전에도 하이닉스 회사를 방문,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운신은 어차피 산자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결국 이지사 의중이 인사파문의 관건
도지사에 출마한 한범덕 전 정무부지사 캠프의 견제설은 이렇다. 정진태 보좌관의 정무부지사내정 이후 한나라당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자 이지사의 후계자 내지 적자를 표방하는 한 전 부지사의 선거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지사에게 인사재고를 요청했고, 이지사가 이를 받아 들여 정 내정자에게 자진 고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런 억측은 현재 지역에 나도는 ‘유탄설’ 즉 정진태씨가 본인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유탄을 맞았다’는 소문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한 전부지사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도정에 능통한 한 지역 인사는 이런 분석을 내렸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지금 이원종지사의 가장 큰 관심은 두가지다. 본인의 불출마와 정계은퇴가 마지막까지 도민들에게 명예롭게 기억돼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브랜드인 충북 바이오토피아 건설의 법통을 최적격자를 통해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사는 무조건 당선된다는 50%대의 지지도까지 버리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정진태 내정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국적 반발은 이 두가지를 동시에 희석시키는 악재가 됐고, 이를 조기에 차단했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앞으로 도지사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결국 이지사의 의중이 앞으로 어느 후보에 꽂히냐를 보면 이번 정진태 인사 파문의 배경과 정곡이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다.”

어쨌든 정진태씨의 정부부지사 임명 무산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그동안 혁신도시 및 오송생명과학단지와 관련한 역할 때문에, 본인의 말대로 도청 실무자(국장)의 추천으로 정무부지사에 내정돼 많은 기대감을 받았다가 철회됨으로써 아쉬움도 크다. 특히 전남 화순에 입주가 보류된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오송유치가 화급한 상황에서 이에 결정적으로 역할할 수 있는 인사의 기를 꺾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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