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지나면 떠나는 정관계, 경제계, 재계 인사들
차기 불출마 이원종 지사, ‘임기 마치면 어디로 갈까?' 관심

‘지역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전체 인구 비례에 있어서도 3%를 밑도는 충북이지만 수적으로 약한 도세만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관계, 경제계, 학계 등을 이끄는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이 있지만 이들의 유효기간(?)은 대부분 자신의 임기 중이거나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동안이다.

한 다리는 지역에 걸치고 또 다른 다리는 서울 등 수도권에 걸치고 있다. 여차하면 뜰 준비가 돼있는 사람들이 이끄는 사회가 역동적일 수는 없다. 굵직한 주요 현안이 산재해 있었던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이나 신문지면에 오르내린 지역의 지도층은 그야말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TV토론회나 인터뷰에 등장하는 인물이 매일 그 사람이다 보니 ‘지켜보는 것도 지겹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이는 등장인물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지역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인물들이 없다는 반증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관계, 경제계,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도층 인사들의 지역밀착도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이 지역 밀착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사진은 도청 실국장들과 간부공무원을 위한 관사. / 사진=육성준기자
‘지도층 인사들의 지역 밀착도’라는 화두는 연초 이원종 지사가 차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사회에 새롭게 던져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수위를 달리던 이 지사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면서 지역 언론들이 ‘아름다운 은퇴’를 칭송하는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뉴스거리를 찾다보니 은퇴 후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관선을 포함해 도백으로 10년 동안 재직했던 청주에 남을 것인갗, ‘아니면 고향인 제천으로 돌아가 초야에 묻힐 것인갗,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과 자택을 찾아 상경할 것인갉’ 물론 상경설과 관련해서는 모교인 성균관대 총장 취임설과 입각설 등이 따라 붙었다.
이처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언론의 접근이 이뤄졌지만 이 지사는 특유의 연막작전으로 속내를 숨겼다.

다만 이 지사는 “일체의 직위를 맡지 않겠다. 서울시장과 도지사를 세 번 하고 더 욕심을 내면 하느님이 귀엽게 보지 않는다”며 자연인 이원종으로 돌아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또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특강을 하고 싶다”고 밝혀 ‘어른’으로 남고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그 지역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청의 한 인사는 “서울 대치동에 있는 자택으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이 인사는 “우리 지역사회가 현직에서 은퇴한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지사의 경우야 좀 덜 하겠지만 중앙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인사들의 경우 낙향을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는 만날 사람도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직 시절 밀착도 은퇴이후 거취 결정
사실 현직 재직시 가족이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기러기아빠’였거나 중앙무대에서 활동했던 경력만 있다면 관례 상 백발백중 지역을 뜬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정·관계 인사인 A씨는 이에 대해 “공무원의 경우 발령장 한 장에 옮겨다니는 신세고, 정치인도 낙선하면 그만 아닌가. 자녀들이 서울 등지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현직에서 물러나서 가족을 찾아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만 현직 재직 시에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5, 16대 국회의원 가운데 지역에 남아있는 인사는 송광호, 윤경식씨 등인데 그나마 차기 선거출마를 꿈꾸고 있거나 지역에 생업이 있는 경우로, 극히 제한적이다. 진천·음성·괴산에서 15, 16대에 당선됐던 정우택 전 의원은 도지사 출마를 꿈꾸면서 지역구를 떠나 청주시 용암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A씨는 “결국 현직 시절의 밀착도가 은퇴 이후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면서 “선거때만 청주에 내려왔다가 선거에서 지거나 임기가 끝나면 지역을 떠날 뜨내기는 애초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도층들의 지역 밀착도가 크게 떨어지는 지역의 현실은 충북의 사회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풍토가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도청 공무원 B씨는 이에 대해 “다른 시·도의 경우 중앙무대에서 활동 중인 인맥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데 비해 우리지역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역의 지도층들이 지역과 밀착도를 높이고 지역을 떠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출신 인사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최근 정무부지사에 내정됐다가 한나라당 등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부지사직을 고사한 정진태 산업자원부장관 보좌관을 예로 들었다.
정 보좌관의 경우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됐거나 노동운동을 한 경력 때문에 대다수 공무원들이 기피했는데 실제로 충북을 찾아 기자들과 만남을 가진 결과 온화하고 사려 깊은 측면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정 보좌관의 경우 청고 출신인 윤진식 전 산자부장관등이 추천한 케이스로, 중앙 부처 곳곳에 이처럼 충북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그 면면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잊혀져 가는 그 때 그 사람들 시국선언, 부음 등으로 지면 장식하기도

정·관계에서 은퇴한 뒤 지역을 떠난 인사들은 거짓말처럼 지역의 관심 속에서 사라진다. 또 팽팽했던 긴장을 늦추게 되면서 병을 얻거나 급속하게 노화현상을 겪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예기치 않은 부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2005년 12월18일 오용운 전 국회의원이 경희대 한방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정계은퇴 이후 처음으로 지역정가의 이슈가 됐다.

전국의 보수인사들과 함께 시국선언에 참여해 오랜만에 이름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민선 1기 도지사 퇴임 이후 건강이 악화된 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주병덕 전 지사가 이런 경우다.

주병덕 전 지사는 신경식 전 의원과 함께 2005년 10월 전직 국무총리(노재봉, 신현확 등), 전직 대법원장 등 1074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시국선언을 통해 “좌경화가 나라의 심장을 위협해 나라가 망하기 저에 구국운동에 나선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15대 K 의원은 건강을 본업인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닫은 채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으며, 15대 L 의원도 건강 상의 문제로 칩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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