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말잔치 뒤에 오는 것은 언제나 허망함이다. 그런데 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구호는 아직도 이런 허황된 모습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청주는 세계로, 세계는 청주로’ ‘으뜸 도민, 으뜸 도정’ ‘관광은 충북으로’ 같은 구호가 단적인 예다. 대한민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도세가 약한 충북, 그리고 그 도청소재지인 청주가 세계로 나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허황된 과장이다. 세계가 청주로 향한다는 것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미래에 그렇게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으뜸 도민, 으뜸 도정’도 충북도민이 전국에서 제일 가는 도민이 되자는 취지로 제정됐을 테지만 공허함을 느끼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관광은 충북으로’라는 구호를 볼 때 도민들은 다시 그 말이 주는 씁쓸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충북에서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관광지라 해봤자 기껏 국립공원 속리산과 화양계곡, 월악산 정도인데 어떻게 관광 충북임을 내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직지의 세계화·청주의 세계화’도 역시 허망함의 극치다. 직지 자체야말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만한 필요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청주시에서 직지를 포장해 내놓는 ‘기술’은 지역적인 차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직지는 이제 겨우 청주시민들이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직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고, 홍보되지 못했다. 이런 판국에 ‘직지의 세계화’라는 구호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차라리 지금부터 ‘직지’ 바로보기 운동’을 펼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글로벌시대를 맞이해 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공서에서 가장 흔히 쓰는 단어가 ‘세계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전국화’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계화’를 외치고 만다. 그럴 때 시민들이, 혹은 도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매우 낮아 ‘뭐? 세계화?’라는 식으로 비웃기 일쑤다. 그렇지 않은가. 세계화에 앞서 우리는 전국화를 해야 한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청주라는 도시에 대한 갖는 인상은 ‘조그만 중소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직지 혹은 그 무엇으로 이름을 날려 청주를 전국에서 제일가는 도시로 만들었을 때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이 세계화지 지금은 아니다.
그럼 자치단체가 만들어내는 것에는 왜 그렇게 거품이 많이 들어가 있는가. 왜 그렇게 현란한 수식어를 앞세우고 있는가. 개막 13일을 맞은 지난 7일,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조직위는 입장객이 33만여명을 넘어서 ‘대단한 성공’을 이룩했다고 흥분했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사람만 많이 몰리면 성공이라고 단정짓고, 날마다 몇 명이 몰려왔는가를 발표하는 구태의연한 태도 역시 관공서의 ‘시각’이다. 학생과 단체관람객, 무료입장객을 빼고 나면 초라한 수준의 순수입장객이 남는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바이오엑스포 역시 도내에서나 ‘유명한’ 행사지 전국민들에게 얼마나 홍보됐는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 엑스포도 예외없이 ‘국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입장객 33만여명 중에 외국인이 고작 1770명(0.5%) 이라는 사실은 이 행사가 또 하나의 화려한 말잔치였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외국의 학자들을 초청했다고 저절로 국제행사가 되는 것이 아님에도 충북도는 청주시의 국제공예비엔날레에 이어 또 다시 허망한 행사를 만들어냈다. 이제 허황된 구호는 가야 한다. 그 대신 ‘아름다운 도시, 청주’ 직지의 고장, 청주’ 또는 ‘우리 충북’ ‘인심좋은 고장, 충북’이라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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