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표정치부 차장

   
하이닉스 정규직 Q대리!
먼저 지난호에 싣기로 한 정정보도를 이렇게 리뷰고로 대신하게 됨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 2006년 신년호를 준비하면서 직장폐쇄로 1년째 농성장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조원들의 딱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보려 한 것이 뜻하지 않은 오보를 낳아 Q대리가 몸담고 있는 하이닉스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합니다.

이왕 사과로 시작한 김에 먼저 오보에 대한 정정부터 하고 얘기를 이어갑시다.
*정정보도: ‘1993년 당시 LG반도체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을 때’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름으로 이 부분을 ‘1993년 당시 LG반도체의 하청노동자로 입사했을 때’로 바로잡습니다.

사실 나는 Q대리가 전화를 걸어와 “사실도 아닌 내용을 기사화 하면 어떡하냐”고 물을 때 내심 움찔했습니다. ‘회사가 제기한 수십 억대 손배소가 이미 취하됐다거나, 기사에서 제시한 임금·복지수준이 사실과 다르다든지, 뭐 이런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Q대리의 지적을 듣고보니 맥이 빠지더군요.

“내가 그게 전부냐”고 몇차례 물었지요? 내 기사의 오류를 하찮게 여겨서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알기로 노사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Q대리의 시각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은 회사에 노동력을 파는 직업이기에 회사와의 계약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사관련 담당자의 역할이라 함은 사용자인 회사와 고용된 노동자의 사이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거진 갈등은 풀고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그래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논리라는 잣대를 들이대 잘잘못을 가리자는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직장이 폐쇄돼 1년 뒤 다시 거리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참한 상황을 전하려는 르포였을 뿐입니다.

원청이든 하청이든 한때 한 울타리 안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마당에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했음에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그렇게 심사에 거슬렸습니까? 모진 가슴으로는 안됩니다. 진실로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가 하이닉스·매그나칩 때문에 피곤해 합니다.

하이닉스 살리기에 순수하게 뜻을 모았던 주민들에게 희망의 뉴스를 전할 수 있도록 활약을 부탁하면 주제 넘는 당부일까요?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과 감정의 벽 허물고 새출발 하다’ 이런 멋진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어느 하청노동자가 말하더군요. “비정규직인 우리가 왜 비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싸움을 했는지 억울하다고…” “어차피 우리는 비정규직인데, 차라리 다 비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넋두리에 그들이 받은 상처의 깊이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정규직이 자꾸 비정규직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Q대리나 나나 노동자입니다. 부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농성현장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만나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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