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누구라도 거짓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거짓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때로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의도적인 거짓말은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지만 습관적인 거짓말은 실없는 말에서 비롯됩니다.

도산(島山) 안창호선생은 생전 우리 민족의 단점가운데 하나가 ‘거짓말 잘하는 것’이라면서 “거짓말하는 민족성으로는 독립을 이룰 수 없다”고 거짓말퇴치운동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1902년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도산선생은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상투를 잡고 “이놈!” “저놈!”고함치며 싸우는 동포들을 미국인들이 신기해하며 구경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너무도 부끄러워 민족계몽운동에 나섭니다.

도산선생의 계몽정신은 한마디로 ‘무실역행(務實力行)’입니다.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행하자”는 이 네 글자의 핵심은 바로 ‘참 됨’이니 곧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선생은 “거짓말 잘하는 습관을 가진 그 입을 개조하여 참된 말만 하도록 합시다. 글 보기 싫어하는 그 눈을 개조하여 책 보기를 즐겨하도록 합시다. 게으른 습관을 가진 그 사지(四肢)를 개조하여 활발하고 부지런한 사지를 만듭시다”하고 외치면서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꿈에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고 가는 곳마다 소리 높여 호소합니다. 선생의 독립운동은 과격한 투쟁이 아니라 정신계몽운동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연말부터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황우석사건의 본질은 줄기세포가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누구 말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 ‘거짓말 경연대회’에서 국민들은 눈뜬장님이 되어 미로(迷路)를 헤매고있는 형국입니다.

이제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단군이래 최대의 사기극’이 된 이 사건은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감쪽같이 속인 꼴이니 그 놀라운 거짓행각에 ‘탄복’을 금치 못 합니다.

도산선생 만이 아니라 친일파로 낙인찍힌 춘원(春園) 이광수의 그 유명한 ‘민족개조론’ 8개항의 첫 번 째도 “거짓말과 속이는 행실이 없도록 해야한다”이니 예나 이제나 남을 속이는 고약한 버릇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짓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용성입니다. 웬만한 거짓말은 그렇거니, 눈감아 주는 이상한 관대함 말입니다. 그러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득세하고 진실한 사람이 등신이 되는 모순된 사회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거짓말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나라를 지탱하는 세 가지, 즉 식(食) 병(兵) 신(信)가운데 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력과 국방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거짓 없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2500년이 지났지만 그 말은 오늘도 유효합니다.

선진국이 되고 싶으면 경제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거짓말 안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적 도덕성, 청렴성 없이 선진국이 되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 삼아 범국민적인 ‘거짓말 추방운동’이라도 벌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모두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거짓되게 사는 것이 좋겠습니까? 모두 정직하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 좋겠습니까?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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